FT "中, 녹색패권 경쟁서 선두…서방, 中과 신중히 협력 필요"

입력 2025-01-13 15:45  

FT "中, 녹색패권 경쟁서 선두…서방, 中과 신중히 협력 필요"
"보호무역 뒤에서 中녹색패권 뺏으려는 노력은 비용 많이 들어"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달리 영국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서방은 녹색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FT는 12일(현지시간) '중국이 녹색패권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서구 국가들에 녹색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전략을 제언했다.
FT는 중국은 현재 압도적인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이면서 녹색기술 우위 경쟁에서도 가장 앞선 나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설치될 재생에너지 시설의 60%가 중국산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은 풍력발전 터빈과 태양광 패널,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등 제조에 선도적 국가이며 희토류 등 주요 광물을 통제해 하류산업 공급망 분야에서도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국이 녹색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 두 가지 우려가 제기됐다고 FT는 밝혔다.
하나는 가격 경쟁력 우위가 서방 경쟁 기업들을 도태시키고 핵심 기술도 전략적 경쟁국에 의존하도록 몰아갈 것이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전기차부터 터빈까지 모든 제품에 탑재된 '스마트' 기술이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영국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녹색에너지를 비롯한 무역·경제 관계 강화를 위해 지난 10일 중국 방문길에 오른 것과 관련한 논쟁은 유럽과 미국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리브스 장관의 방중은 출범 초기 지지율 급락으로 경제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은 노동당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가운데 이뤄졌으며 곧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다른 노선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FT는 지구온난화 악화에 따라 세계 각국은 중국의 저비용 풍력과 태양광 발전 기술을 활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으며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 제한과 높은 비용 문제로 선진국들은 중국 없이는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에 과도한 의존에 따른 위험을 고려할 때 미국과 유럽이 녹색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다각화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보호무역주의 장벽 뒤에서 중국의 녹색패권 지위를 빼앗으려는 노력은 비용도 많이 들고 기후변화의 시급성과 상충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은 녹색 기술을 과잉 보유하고 있으므로 시장 접근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식재산권을 공유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안했다.
또한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 녹색기술 수입을 제한하는 대신 기술검사 강화나 중국산 제품을 사용한 공장에 대한 현지 통제권 보장, '스마트' 부품의 격리나 제거 가능성 평가 등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FT는 중국의 저비용 녹색기술을 받아들이며 각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탄소 포집·저장과 기후금융 부문에서 선도적이고 유럽연합(EU)은 첨단 기후 연구·개발 분야, 영국은 해상 풍력 분야, 브라질은 바이오연료 수출 등에서 앞서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중국이 녹색기술의 선두 주자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경주는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지구가 달리고 있는 것이라며 이 경주에서 이기려면 각국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중국과 협력할 전략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ustdu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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