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실은 유조선 3척, 중국 입항 못해…"제재 시험대"
인도 정부는 미국과 협상 채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그동안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온 중국·인도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아시아 지역 정유업체, 유조선 선사, 항만 관계자 등이 관련 문건을 분석하고 자국 정부에 문의하는 등 이번 제재 여파를 파악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중국·인도 등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러시아 주요 석유 업체와 유조선 등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원유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일 러시아 석유 회사와 선박 보험회사를 비롯해 그동안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그림자 함대' 선박 183척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각국은 우선 제재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제재 발표 당시 이미 수송되고 있던 물량을 인도받아도 되는지, 제재가 단계적으로 적용되는지 등이 주요 관심사이며 법률 자문도 구하고 있다.
중국의 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은 그동안 수익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이번 제재 강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3척이 입항하는 대신 중국 동부 근해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 선박의 처리가 제재 시행을 둘러싼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재 여파로 이미 주말 동안 중국 국내 디젤 가격이 상승했으며, 항만 운영업체 측이 지난주 제재 대상 선박 취급과 관련해 주의를 당부했고 산둥성 지역 항만들은 제재 선박에 대해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산둥성의 민간 정유사들은 비상 대책회의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제재는 집행될 때만 효과가 있다"면서 "선사와 정유업체들이 이미 제재 우회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재 대상 선박이 수송한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 항구 대신 소규모 민간 항만으로 들여오는 방안, 파이프라인 대신 유조차를 이용해 중국 내에서 수송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주무부처 장관과 국영 정유업체 관계자들이 회의를 했으며, 인도 원유 수입의 3분의 1가량이 러시아산인 만큼 예정됐던 다른 회의 안건을 제쳐두고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인도 정유업계에서는 이번 제재에 따른 혼란이 3∼6개월 이어지면서 최대 하루 80만 배럴의 원유 수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대비 중이다.
인도 당국으로서는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통해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왔던 만큼, 수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유조선들은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해상 수출량의 5분의 2가량인 5억3천여만 배럴을 수송했으며 이 가운데 3억 배럴 정도가 중국으로 갔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해당 선박들이 지난해 기준 러시아 원유 수출의 25%인 하루 170만배럴의 원유를 수송했다고 추정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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