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페르세폴리스' 만든 마르잔 사트라피
"상징성 알지만 정체성 한쪽인 이란 향한 위선 무시못해"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란 출신 작가이자 영화감독이 이란에 대한 프랑스의 위선을 규탄하며 최고 훈장을 거부했다고 일간 리베라시옹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전적 그래픽 소설 '페르세폴리스'로 이름을 알린 마르잔 사트라피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전날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밝혔다.
이란 태생으로 1994년 프랑스에 도착한 사트라피는 2006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페르세폴리스', '바느질 수다'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이란 문화와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만화 영화로도 만든 '페르세폴리스'는 2007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다.
사트라피는 지난해 7월 이런 예술적 업적과 이란 문화 이해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기사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트라피는 그러나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 업적을 인정해 준 것에 감동했고, 이 상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도 잘 알고 있지만 신중한 검토 끝에 수상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정은 내게 소중한 원칙과 내가 태어난 이란에 대한 애착에 기반한 것"이라며 "나는 내 정체성의 한쪽인 이란에 대한 프랑스의 위선적인 태도를 무시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트라피는 소셜미디어에 이 서한을 공개한 뒤 별도 동영상 메시지에서 "언제부턴가 나는 프랑스의 대이란 정책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젊은 이란인, 반체제 인사, 예술가들이 비자를 거부당하고 있는 반면, 이란 소수 지배층의 자녀들은 파리와 생트로페(휴양 도시)를 아무 문제 없이 거닐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트라피는 이어 "이란의 여성 혁명을 지지한다는 것은, 2022년 복장 규정을 어긴 혐의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피해자나 유명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으로 축소될 수 없다"며 "이란인들에게 필요한 건 구체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사트라피는 다만 "훈장 거부는 절대 프랑스에 반하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나라를 깊이 사랑한다"며 "프랑스가 스스로 진실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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