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나인원한남'도 2천억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고급주택 아냐"

입력 2025-01-15 07:46  

[서미숙의 집수다] '나인원한남'도 2천억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고급주택 아냐"
조세심판원, 청담 PH129에 이어 부과 취소…서울시 취득세 중과세액 줄줄이 반환
고가주택 1㎡ 미만 차이로 중과 기준 피해 '꼼수' 논란…업계 "문턱효과 불가피"
'시대 안 맞는 제도' 손질 요구 커져…"면적 기준 없애고 과표구간 늘려 누진세율 적용"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조세심판원이 서울지역 대표 고가 아파트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에 이어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에도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가 부당하다며 부과 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가 지하 주차장과 창고 등의 공용면적을 주거전용면적으로 간주해 고급주택 기준으로 과세한 것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 50년이 된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나인원한남에 사상 초유 2천억원 취득세 중과…조세심판원이 뒤집어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말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의 시행사 대신프라퍼티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중과 불복 조세심판 청구에서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을 내렸다.
시가 문제 삼은 주택들은 지방세법상의 '고급주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취득세 중과가 부당하다는 시행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조세심판원이 지난해 6월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에 취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취소하라고 결정한 것과 동일한 사안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 서울시내 대형 초고가주택을 자체 조사하고, 일부 공용면적을 주거전용으로 쓰고 있다며 고급주택 기준을 적용해 8%의 취득세를 중과할 것을 자치구에 지시했다.
현행법상 취득세가 중과되는 고급주택은 공동주택 기준으로 주거전용면적이 245㎡(복층은 274㎡)를 초과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나인원한남 전체 344가구중 듀플렉스형 및 펜트하우스 293㎡(전용 244㎡) 124가구와 복층형 334㎡(전용 273㎡) 43가구 등 167가구에 대해 최초 취득세(2.8∼4%)에 더해 8%를 추가로 부과했다.
과세 추징액만 원시취득자인 사업주체 800억원, 승계취득자인 수분양자 1천200억원 등 2천억원에 달하는 지방세 사상 초유의 금액이다.
서울시는 나인원한남 입주민들이 지하에 설치된 세대별 지하 캐비넷 창고와 엘리베이터홀, 차고지형 지하 주차장을 공용시설이 아닌 입주자들의 전용공간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조세불복 심판 청구에서 서울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입주자 114가구에 대해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을 내렸고, 이번에 사업주체와 나머지 53가구에 대해서도 모두 중과 취소 결정을 했다.
나인원한남 시행사 관계자는 "구청이 허가한 건축 기준에 맞춰 시공을 했고, 사용검사까지 받았으며 이후 불법 개조나 증개축을 통해 무단 용도변경을 한 사실이 없다"며 "엘리베이터홀이나 창고, 주차장은 엄연한 공용공간인데 이를 전용공간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조세불복 심판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PH129도 서울시와 강남구가 건물 내부 발코니와 세대별 지하 창고 등을 문제 삼아 취득세를 중과했으나 조세심판원은 중과 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시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과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일부 펜트하우스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취득세를 중과했다가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 고급주택 기준 0.01㎡ 차이로 피해 '꼼수' 논란…문턱효과 발생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 제도의 시작은 호화주택을 규제하던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신헌법 공포 뒤인 1973년 사치성 재산에 대해 중과세 도입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1974년 1월에 대통령 긴급조치에 따라 고급주택이 취득세 중과 대상에 포함했고 1975년 1월부터 제도가 시행됐다.
그 사이 몇 번의 기준 변경을 거쳐 현재는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이 있는 경우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으로서 ▲ 단독주택은 대지면적 662㎡, 연면적(주차장 제외) 331㎡를 초과하거나 엘리베이터, 수영장 등이 설치돼 있는 경우 ▲ 공동주택은 연면적 245㎡, 복층형은 274㎡를 초과하는 경우를 고급주택으로 분류해 취득세 8%를 더 내게 했다.
이 때문에 건설 사업자나 건축주들은 건축주택의 전용면적을 245㎡(복층은 274㎡) 미만에 근접하게 맞춰 취득세 중과를 피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공시가격 1위와 연예인 거주 아파트로 유명세를 탄 청담동 PH129는 332㎡ 복층형의 전용면적이 273.96㎡로 고급주택 기준을 불과 0.04㎡ 차이로 벗어났고,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복층형 344.59㎡의 전용이 273.92㎡로 고급주택 기준에서 0.08㎡ 모자란다.
나인원한남의 대형 전용면적은 244.34(단층)∼273.94(복층)㎡, 지난해 1월 분양승인 대상 가운데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서울 광진구 '포제스 한강'은 펜트하우스 2가구의 전용면적이 244.77㎡, 244.99㎡로 고급주택 기준을 0.01㎡ 차이로 피했다.
이는 곧 취득세 절감을 위한 '꼼수'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서울과 지방은 집값 차이가 큰 데 단순히 면적이 넓다고 취득세가 중과되는 것은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문제는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20위 가운데 취득세 중과 대상은 딱 2곳뿐"이라며 "대부분의 고급주택이 A4용지 한 장 크기로 고급주택 중과를 피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급주택 기준이 도입된 지 50년이 지나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고급주택 기준으로 삼는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이 너무 낮아 유명무실하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작년 말 기준 9억8천333만원으로 9억원을 넘었고,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천274만원에 달한다.
면적 기준은 '문턱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 지원과 세제 감면, 청약제도 등 각종 혜택이 갈리는 국민주택 기준이 '전용 85㎡ 이하'여서 건설업계가 중형 면적의 설계를 최대 84.99㎡ 이하로 맞추는 것도 같은 이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주택을 짓더라도 수요자들이 취득세 중과를 원치 않기 때문에 주거전용은 고급주택의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대신 주차장 등 공용면적을 넓게 설계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시대가 달라져 주택법에서도 주민 편의를 위해 지하 창고나 주차장을 공용면적으로 인정해 설치를 권장하는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 "면적 대신 가액 적용, 과세 구간별 누진세율 검토해야"…고급주택 정의 재정립 주문도
세무 전문가들은 고급주택 문제에서 과거 2003년 논란이 됐던 '타워팰리스 양도소득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양도세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전용면적 165㎡ 이상, 실거래가 6억원 초과'를 고급주택으로 분류해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나 조세특례제한법의 양도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세청은 당시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발코니가 건물 외벽 안에 설치되는 '커튼월' 공법으로 시공돼 발코니를 공용면적이 아닌 주거전용면적으로 간주하고 양도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 대상인 줄 알았던 매수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졌다. 이후 국세청은 고급주택 기준에서 면적 기준을 삭제하고, 실거래가 기준만 남겼다.
가격 기준은 시세 등을 반영해 당시 6억원에서 2008년에 9억원, 2022년에 12억원으로 상향했고 명칭도 '고급주택'에서 '고가주택'으로 바꿨다.
이후 2010년 대법원은 커튼월 공법으로 지은 건축물의 발코니를 전용면적에 포함해선 안 된다고 최종 판결해 발코니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종필 세무사는 "시가표준액 기준이 사실상 유명무실한데 면적만으로 고급주택 기준 여부를 가리는 것은 지방 부동산이나 한옥 등 고택과의 형평성 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가액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고급주택을 가액 기준으로 바꾸더라도 전반적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고급주택 기준을 얼마로 볼 것인지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현재 강남·서초구 일대는 전용면적 84㎡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시세가 30억∼40억원을 넘어서고 반포동 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의 한강 조망권은 전용 84㎡의 호가와 실거래가가 50억∼6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022년 발표한 고급주택 취득세율 개편방향 연구에서 부동산 가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가격 기준을 상향하고, 점진적으로 면적 기준을 폐지할 것을 제언했다.
또 '문턱효과'와 이에 따른 급진적인 조세 부담 증가를 고려해 과세 표준을 현재보다 세분화하고, 과세 구간별로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고급주택 중과 과세 제도도 면적이 아닌 가액 기준이며 대부분 과세 구간별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곳이 많다.
업계는 이번 기회에 과거 사치성 재산을 억제하던 시기에 도입한 고급주택의 개념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을 통해 고급·고가주택에 대한 중과세가 부과되고 있고, 취득세도 가액별로 세율이 다른데 고급주택 기준이 따로 필요하냐는 것이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김승배 회장은 "21세기에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글로벌 기업의 CEO와 임원들이 국내에 거주할 공간이 필요하고, 이들을 위한 고급주택 공급이 필요한데 취득세 중과 제도로 다양한 유형의 건축을 막을 필요가 없다"며 "과거와 달리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고급주택 기준을 가액으로 하는 것도 결국 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취득세 중과 제도를 없애면 지방 세수 확충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초고가 주택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성대 이용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턱효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일단 취득세 과표 구간을 세분화해 슬라이딩 방식으로 세율을 높여가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과거 호화주택 규제 개념에서 시작된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를 지금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고급주택 가액 기준을 얼마로 둘 것인지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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