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심 사기…"美기업들, 보수적 시대정신 적응 서둘러"

입력 2025-01-15 11:50  

트럼프 환심 사기…"美기업들, 보수적 시대정신 적응 서둘러"
FT "미 대선, 기업들 보수적인 입장으로 복귀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미국 전역의 기업 임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따라 더 보수적 시대 정신에 적응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사회 정의를 지지하기 위해 기업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대선은 보다 보수적인 사회적·정치적 입장으로의 복귀와 자유로운 자본주의 포용을 향하는 움직임을 가속했다고 짚었다.
기업들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부서를 폐지하고, 인종 다양성 자선단체에 대한 지원을 줄이며 기후 변화 그룹에서 탈퇴하는 한편 광고 등에서 '워크'(woke·진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행위라는 비판적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로 인식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삭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메타플랫폼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이종격투기(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를 이사회에 영입하고, 팩트체크 기능을 없애는 한편 고용과 공급업체 선정 등에 적용한 DEI 정책을 폐기했다.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친(親)트럼프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문화적으로 중성화된" 기업들의 부상을 한탄하고 "공격성을 조금 더 축하하는 문화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긍정적인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방영하고 트럼프 취임식 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월마트는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인종과 성별을 고려하는 것을 중단하고 직원을 위한 인종 형평성 교육도 중단했다.
맥도날드는 여성과 비백인 관리자 비율 목표를 철회하고 다양성 팀을 글로벌 포용 팀으로 지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기업들은 2020년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후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하자 DEI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하지만 DEI 정책이 오히려 차별적이라고 반발하던 미국 보수 진영은 연방 대법원이 2023년 6월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기업을 상대로EDI 철폐 압박을 강도 높게 가했다.
FT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인해 '워크'에 불만을 품고 젊은 동료, 여성, 소수자 또는 장애인의 불쾌감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검열하거나 언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대담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후변화 정책이라고 FT는 꼽았다.
대형 은행과 펀드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은행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잇따라 탈퇴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트위터의 전 DEI 임원 트리어 브라이언트는 "이러한 정치 환경에는 보수적인 압력이 있으며, 사람들은 행정부 변화를 예상하고 이러한 예상되는 정책 변화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kh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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