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1심 판사 공정성 결격"…5년7개월 지났는데 재판 원점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인 관광객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람선 침몰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선박 선장의 1심 재판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023년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한 1심 재판이 절차적 위법 문제로 무효라는 판단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7개월이 흘렀는데도 형사적 책임을 따지는 재판은 다시 1심부터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됐다.
부다페스트 항소법원은 15일(현지시간) 과실로 수상교통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유리 카플린스키 선장에 대해 작년 5월 내려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재판을 새로 시작하라고 결정했다.
가택연금 상태인 카플린스키 선장을 위치추적 장치로 감독하라는 법원의 명령은 그대로 유지됐다.
항소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1심에서 절차적 위반이 발생해 판결을 무효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사건을 판단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사건을 심리할 판사로 활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항소법원은 1심 판사가 공정한 심리를 할 수 없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법관이 사건 관계인 등과 관련성을 맺고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도 1심 재판이 진행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법원은 "판사가 공정성을 결여하면 소위 편향성이 생기는데, 이는 증거조사 절차에서 증거를 평가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사건 판결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고 부연했다.
2019년 5월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를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 호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허블레아니 호에는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33명이 탑승해 있었다.
추돌 사고로 유람선은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한국인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인 실종자 1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허블레아니 호의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도 모두 숨졌다.
바이킹 시긴 호에는 카플린스키 선장이 타고 있었다. 그는 허블레아니 호를 추월하려고 했는데도 무전교신을 통해 의사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추돌 후 허블레아니 호가 침몰하는 상황인데도 제때 구조에 나서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2019년 10월 재판에 넘겨진 그는 작년 5월 1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카플린스키 선장은 사건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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