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분석…주택 보험 기피·도시 인프라 재건 비용 등도 부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사태가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들뿐 아니라 지역 전체 주민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LA 화재의 경제적 피해는 파괴된 집들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산불의 중장기적인 영향을 전망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산불이 기존의 여느 산불과는 달리 도심에 가깝고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미국의 평균적인 수준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주거 문제가 LA 전체의 주택 임대료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피해 지역에서 도시 인프라를 재건하고 집을 새로 짓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NYT가 미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LA 서부 해변의 '팰리세이즈 산불'로 거의 잿더미가 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340만달러(약 49억5천21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우편번호를 사용하는 구역 내의 집들의 가격을 평균 낸 것으로, 산불 피해 지역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지역의 대략적인 주택 가격 수준을 가늠케 한다.
이 지역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갖춘 해변 언덕 위의 부촌으로, 할리우드 스타들과 재력가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곳이다.
또 다른 대형 산불('이튼 산불') 지역인 동부 내륙의 알타데나는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평균 주택 가격이 130만달러(약 18억9천345만원) 수준이다.
미 인구조사국 통계 기준 알타데나시 전체 주민의 연간 소득 중간값은 약 13만달러(약 1억9천만원)로, LA 카운티 전체 수준(8만8천달러)이나 미국 전체(8만달러)보다는 훨씬 높은 편이다.
이번 산불로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에서는 총 12만여채의 건물이 소실된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피해 건물은 대부분 주택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집을 잃은 이재민이 대규모로 발생함에 따라 주택 재건이 완료되기까지 이들의 이주 수요는 지역 전체의 임대료 상승을 크게 부추길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지역 경제연구소'의 제프 벨리사리오 이사는 "기본적으로 임대료가 즉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지역에 비어 있던 임대주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택시장에는 실질적인 완충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렇지 않아도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이 지역에서 이번 산불의 여파로 보험사들이 완전히 철수하게 되면 보험 가입이 되지 않은 주택이 속출해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큰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앞서 미 대형 금융사 웰스파고는 이번 산불 관련 보험업계의 손해 추산액이 300억 달러(약 43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산불 피해 지역의 도시 인프라 재건 비용도 문제다.
파손된 상·하수도 시스템, 전력설비, 도로 등을 재건하려면 막대한 공공 자금이 필요하지만, 그 재원은 딱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리소스 포 더 퓨처'(Resources for the Future)의 기후위험·회복력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거릿 월스는 "(인프라 재건을 위한) 충분한 돈이 마련될지 모르겠다"며 "지역사회는 이 비용을 지불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산불이 지역의 고용과 생산성에도 장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산불로 1월 미 노동부 고용보고서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 수 집계에서 1만5천∼2만5천개 정도의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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