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견과류·콩류·생선으로 대체하면 치매 위험 20% 감소"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적색육과 그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치매 위험이 13% 증가하는 반면, 이를 견과류와 콩류, 생선 등으로 대체하면 치매 위험을 20%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대니얼 왕 교수팀은 16일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서 노장년층 13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최대 43년간 식단과 치매 위험 관계를 추적 관찰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왕 교수는 "식이 지침은 심장병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인지 건강은 자주 논의되지 않는다"며 "이 연구 결과가 식단과 뇌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국 간호사 건강연구(NHS)와 건강 전문가 추적연구(HPFS) 등에 참여한 13만3천771명(평균연령 49세)의 식단과 건강정보 데이터를 최장 43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 데이터에는 참가자들의 일반적인 식단 및 상세한 건강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2~4년마다 업데이트됐다. 참가자 중 추적 기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모두 1만1천173명이었다.
적색육 1회 섭취량 86g(3oz)을 기준으로 할 때, 가공육을 포함한 적색육 섭취량이 하루 평균 21g 이상인 사람은 8.6g 이하인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3% 높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은 14%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가공되지 않은 적색육을 하루 86g 이상 섭취하는 경우 하루 섭취량이 43g 미만인 경우보다 치매 위험이 16% 높았다.
가공육 또는 가공되지 않은 적색육을 많이 섭취할수록 인지 기능 저하 위험도 증가했다. 가공육 하루 섭취량이 86g 늘어날 때마다 인지 기능 노화가 약 1.6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견과류와 콩류, 생선 등으로 대체하면 치매 위험은 19%,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은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지 기능 노화는 1.37년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붉은 육류와 가공육에 포함된 포화 지방과 염분 등이 뇌세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도 장내 미생물이 붉은 육류와 치매 위험을 연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박테리아에 의해 육류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TMAO)가 알츠하이머병 등과 관련된 단백질인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응집에 영향을 줘 인지 기능 장애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붉은 육류, 특히 가공된 붉은 육류를 많이 섭취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지고 인지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인지 건강 증진을 위해 적색육 섭취를 줄이는 것을 식단 지침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eurology, Daniel Wang et al., 'Long-Term Intake of Red Meat in Relation to Dementia Risk and Cognitive Function in US Adults', https://www.neurology.org/doi/10.1212/WNL.000000000021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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