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저출산 비상…"생산성 높이고 더 오래 일해야"

입력 2025-01-16 10:34   수정 2025-01-16 10:37

선진국 저출산 비상…"생산성 높이고 더 오래 일해야"
"한국 등 2100년까지 인구 절반 이상 감소 전망"
맥킨지 "한가지 수단만으로는 인구문제 해결 못 해"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전 세계 선진국 대부분이 출산율 저하로 경제성장이 더뎌지고 있으며,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 시간도 더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이날 발간한 '출산율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사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1990년대 이후의 생활 수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지난 10년간에 비해 생산성이 두배 이상 빠르게 증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1997년부터 2023년까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앞으로도 지속하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생산성 증가율이 향후 30년 동안 세 배로, 스페인의 경우 지금부터 2050년까지 4배로 증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봤다.
한국의 경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낮기 때문에 성장세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0.74명으로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여전히 세계 꼴찌 수준이다.
맥킨지 보고서는 세계 26개 국가의 경우 인구가 오는 2100년까지 3분의 1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한국과 중국, 폴란드 등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일부 국가는 합계출산율이 인구 규모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 2.1 명을 밑돌지만 순이민이 많아 2100년까지 인구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맥킨지 연구소의 크리스 브래들리 이사는 "(각국의 저출산으로) 젊은이들은 낮은 경제 성장률을 물려받게 되고 고령 은퇴자의 경제적 비용도 더 많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면서 "반면에 세대 간 이어지던 부의 전이 현상은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주택 및 육아 비용 상승과 젊은 층의 연애 감소와 같은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인구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인 국가에 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 중부와 동부 유럽 등의 국가 대부분은 이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브래들리 이사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사회 계약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인구 증가, 특히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노동 연령 인구의 증가에 맞춰져 왔다"면서 "저출생 고착화로 이 계산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가지 수단만으로 이런 인구통계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더 많은 젊은이가 직장에 투입되어야 하며, 근로 시간 증가, 생산성 향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자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이 경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의미 있는 생산성 향상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맥킨지는 또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 참여율이 26%로, 미국 19%, 프랑스 4%에 비해 높다면서 많은 국가가 일본의 사례를 따라 사람들이 더 늦은 나이까지 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at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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