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난민' 유입에 中네티즌 유머로 환영…"미중 간 벽 허물어"(종합)

입력 2025-01-16 15:59   수정 2025-01-16 18:09

'틱톡난민' 유입에 中네티즌 유머로 환영…"미중 간 벽 허물어"(종합)
신규 가입자에 '고양이 세금' 요구…언어 장벽을 '놀이'로 극복
이틀 새 70만명 샤오훙수 가입…"틱톡,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 중단"
머스크 모친 유명세도 재조명…"中당국, 콘텐츠 검열 어려워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이른바 '틱톡(TikTok) 난민'을 자처한 미국 네티즌이 대거 유입된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영문명 레드노트·Rednote)가 중국 내에서 연일 화제다.
중국 네티즌들은 갑자기 폭증한 외국인들의 얼굴과 영어에 유머러스하게 반응하며 국경을 넘어 친교를 맺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양국 네티즌 간 언어 장벽을 극복한 문화 연결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中네티즌, 틱톡 난민에 첫 글 올릴 때 고양이 사진·영상 첨부 요구

오는 19일로 예정된 '미국 내 틱톡 금지'와 관련해 대안을 찾아 나선 '틱톡 난민'들은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 '레드노트'의 다운로드 수 1위를 만든 데 이어 이틀간 70만명 신규 가입이라는 기록을 썼다. 신규 가입자 수는 레드노트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샤오훙수가 미국 내 1억7천만명의 사용자를 둔 틱톡을 당장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급격히 늘어난 틱톡 난민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양이 세금'이라는 신조어다.
기존 중국 사용자들은 신규 가입자에게 가입 후 첫 글을 올리려면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나 영상을 첨부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유머러스하게 '세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 양국 네티즌은 중국어와 영어라는 언어 장벽에 좌절하기보다 챗GPT 등을 활용한 기계적 번역어에서 나온 농담, 무료 영어 숙제 과외, 중국어 이름 짓기 등을 통해 자유롭게 교류하고 있다.
중국 지방 관광당국들도 영어로 소개된 각지 홍보 영상을 올리면서 '틱톡 난민 환영' 대열에 합류했다.
'아침에는 C, 저녁에는 A'라는 유행어도 재정의됐다.
이 문구는 원래 중국인들 사이에서 '아침에는 비타민C, 저녁에는 비타민 A가 든 화장품을 사용하자'는 뜻으로 퍼진 말이었지만, 이제는 양국 간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뜻하게 됐다.
아침에는 중국인(차이니즈·Chinese), 저녁에는 미국인(아메리칸·American)이 샤오훙수의 게시물을 점유한다는 뜻이다.



◇ "미중 교류의 장"…영어 콘텐츠·밈 증가, 中검열 시스템에도 영향 전망

이러한 기류를 발 빠르게 반영하듯 샤오훙수 측은 최근 영어 콘텐츠 검토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구인 공고를 게시했다。
또 급격히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샤오훙수 관계자들은 최근 야근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훙수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데는 외국인이 서비스에 가입할 때 중국 전화번호가 필요 없다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난민 사태'로 미중 양국 간 온라인 교류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샤오훙수의 한 사용자는 "이번 상황은 중국과 미국 네티즌 간에 처음 이뤄진 대규모 상호작용"이라면서 "중국과 미국이 조화롭게 교류하는 미래의 한 시점으로 '빨리감기'한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고 SCMP에 전했다.
또 다른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 올린 글에서 "샤오훙수의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가 마치 앱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처럼 광고도 없고 그저 재미로만 가득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애국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틱톡의 다음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중국의 IT 기술 발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칭화대 언론홍보대학의 장 정 부학장은 "틱톡과 샤오훙수의 알고리즘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화제성은 '중국 여행'과 같은 형식을 통해 양국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점차 장기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대한 검열이 엄격한 중국 당국의 대응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어 콘텐츠와 각종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의 급작스러운 증가는 중국 당국의 검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별명을 포함한 수천 개의 민감한 용어와 관련 논의 자체가 원래 앱에서 금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 中서 머스크 모친 인기에 새삼 놀란 틱톡 난민…'초저가 쇼핑 플랫폼' 핀둬둬는 반사이익?

미국의 틱톡 난민들은 마치 진짜 피난을 떠나온 듯 자국의 유명 인사가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고향 친구'를 발견한 것처럼 반가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모친인 메이 머스크 여사다.
올해 77세인 메이 머스크는 아들의 사업을 적극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 중국 중산층 여성들 사이에서 '테슬라 홍보대사'로도 통했다.
그가 2020년 중국에서 출간한 자서전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국 당국이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할 경우 일론 머스크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샤오훙수 팔로워 수가 약 70만명인 머스크 여사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 샤오훙수가 기존에 라이프스타일이나 쇼핑 관련 정보를 주로 공유하는 앱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핀둬둬'까지 덩달아 수혜를 누리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민 '테무'의 모회사이기도 한 핀둬둬(PDD홀딩스)는 중국 내에서는 주로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초저가로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핀둬둬를 운영하고 있다.
샤오훙수에서 중국 네티즌들의 '친구 초대'를 받아 핀둬둬를 설치한 미국 네티즌들이 지나치게 저렴한 금액에 깜짝 놀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네티즌들이 핀둬둬를 알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의 전자상거래 상인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긴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틱톡 금지법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5일 틱톡이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이 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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