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트럼프 특사' 파워…"바이든 1년 노력보다 낫다"

입력 2025-01-16 11:41   수정 2025-01-16 17:15

[가자 휴전] '트럼프 특사' 파워…"바이든 1년 노력보다 낫다"
"내일 아침 만나자" 요구받은 네타냐후, 면담 직후 협상단 파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합의를 끌어낸 원동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파견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협상을 중재해 온 아랍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특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한 번 만난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1년 노력보다 낫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평화 특사의 압박이 휴전 합의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휴전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머물던 위트코프 특사는 지난 11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위트코프 특사는 방문 전날 저녁 네타냐후 총리 측에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구했다고 한다.
총리의 측근들은 유대교 안식일이 지나고 나서 만날 것을 제안했지만, 위트코프는 이를 거부하고 다음 날 아침 만날 것을 요구했다.
위트코프 특사의 요구대로 토요일 면담이 이뤄졌고, 그 직후 네타냐후 총리는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이끄는 휴전 협상 대표단을 카타르로 보내기로 했다.

외신들은 이 면담을 '긴장된 회의'였다고 소개하며 이 자리에서 위트코프 특사가 휴전안의 핵심 쟁점에 대해 타협하라고 요구하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이미 협상에 응할 의사를 밝혀 왔음에도 강경 태세를 고수하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위트코프 특사가 전달한 메시지를 받고는 뜻을 굽혔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면담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마치 '받아쓰기'하듯 고분고분하게 합의를 수용할 것을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는 현지 논평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면담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틀 뒤인 13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은 원칙적으로 휴전과 인질 석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중재국 측에 밝혔고, 세부 조율을 거쳐 다시 이틀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물론,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카타르·이집트 등의 중재 노력 역시 휴전 합의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5월 거부했던 휴전안을 이번에 전격 수용하게 된 핵심 변수는 트럼프 측의 강한 압박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휴전안은 사실상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의 틀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우파 성향 논평가 야콥 바르두고는 "트럼프 당선인이 가하고 있는 압박은 이스라엘이 그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며 "그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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