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오는 20일 이전 서명완료 추진…"英정부 입장 급선회, 절차 중단"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인도양에 있는 산호초 군도인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던 영국이 3개월 만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협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차고스 군도에는 영국과 미국의 공동 군사기지가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당초 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인 이달 20일 전에 반환조약 서명이 마무리되도록 일을 추진해 왔다.
작년 11월 취임한 나빈 람굴람 모리셔스 총리는 선거 전에 밝힌 부정적 의견을 뒤집고 이날 내각 회의에서 반환조약 승인을 의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갑자기 영국 측 입장이 바뀌면서 그동안 진행되던 절차가 중단됐다는 게 BBC가 전한 모리셔스 측 취재원의 얘기다.
영국 총리실 공보 담당자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 협상을 "검토"할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부 내용을 검토하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인 일"이라고 말해, 반환 협의 절차가 중단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차고스 제도는 영국 식민 지배 시절인 1965년 모리셔스에서 분리됐으며, 그 후 이 중 가장 큰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군 기지가 들어섰다.
이 곳에 살던 1천여명의 주민은 다른 곳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모리셔스는 1968년 영국에서 독립했으나, 분리된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유지됐다.
모리셔스와 국제사회는 지속해서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해야 한다고 영국에 요구해왔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9년 2월 권고의견에서 영국이 차고스 제도에 대한 행정권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는 것은 "불법적"이며 "잘못된 행위"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작년 10월 영국은 모리셔스에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이양하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영국·미국 군 기지의 통제권은 99년 시한의 조차를 통해 유지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현 행정부 역시 이런 방안에 동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은 취임 후 이 사안을 재검토할 기회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은 차고스 제도 반환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으나, 국무부 장관 지명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모리셔스가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등 친중 국가여서 중국에 군사 시설 정보가 넘어갈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보수당과 영국개혁당 등 영국 야당들은 "차고스 제도 포기는 영국의 국익에 어긋난다", "트럼프2기 행정부에 검토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반환 추진 방침에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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