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한국경제만 옥죄는 통화정책의 한계

입력 2025-01-16 16:11  

[이코노워치] 한국경제만 옥죄는 통화정책의 한계
성장률 하락 예고하면서도 금리 못 내리는 한은의 딜레마
대외신인도·원화급락 초래한 정치리스크는 누가 책임지나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금리를 0.25%포인트(p) 내리는 것보다 정치 프로세스의 안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개입을 하고 조정을 한다는 게, 저희가 (원/달러) 환율을 3∼4원 바꾸기 위해서도 엄청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정치적 뉴스가 터져서 20원, 30원이 팍팍 튀어버리면 하는 사람도 힘이 빠지고 조정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배경으로 최근 발생한 정치 리스크와 그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꼽았다. 누가 봐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할 만큼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외변수와 정치리스크 등 어쩌지 못하는 변수 때문에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음을 시인하고 설명한 것이다. 앞으로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고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할 상황이지만, 금리 인하가 원화 절하와 그에 따른 자금 유출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이 총재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통위도 이날 발표한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이 작년 11월에 발표했던 전망치 1.9%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21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고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도 2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도 얼어붙었고 고용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하락세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3%까지 떨어진 상태다. 금융시장에선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3회 연속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대외변수와 환율급등을 생각하면 한 번쯤 인하를 쉬고 작년 말 2회 인하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한은은 결국 동결을 선택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스스로 초래한 제약요인이다. 물론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한 환율 급등에는 출범을 앞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도 작용했지만 세계 주요국들이 공통으로 겪는 달러 강세 요인 외에 한국만 옥죄는 '정치 리스크'라는 원화 약세 요인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평균 1,393.3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을 넘어섰고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지난 달 말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이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폭 중 달러 강세로 인한 부분이 약 50원, 비상계엄 선포 사태 등 국내 정치적 이유로 인한 부분이 약 30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원화 급락)한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내외 금리차를 노린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더욱 커진다. 이미 지난달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선 5조7천억원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전 세계 각국은 내주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이익 우선주의에 대응해 자국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달러 강세와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작년 말까지 3회 연속 금리인하를 강행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한판 대결을 앞둔 중국도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우대금리(LPR) 인하를 비롯한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위한 적정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을 꺼내 들기 전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게 손발을 묶은 정치리스크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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