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독·영·伊 등 잇단 통화·회동…"평화협상 전 우크라 입지 강화"
전후 안보보장 논의…젤렌스키 "영·프·폴란드와 평화유지군 논의"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잇달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거나 통화하며 안보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로이터·AP 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리는 이 전쟁에 한참 들어와 있다. 느슨해져선 안 된다"며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해상안보·드론 기술 등 군사 협력과 경제·의료 지원까지 담은 '100년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 보장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향후 어떤 침략도 저지하고 안보와 평화를 보장할 만큼 굳건한 조처에 대해 모든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2025년에 들어서며 우크라이나를 가능한 가장 강한 위치에 올려놔야 한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는 진정 역사적인 날이며 우리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전후 평화 유지군 파견 구상에 대해 영국, 폴란드, 프랑스와 논의해 왔다면서도 "상세 내용을 거론하기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스타머 총리의 첫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이며 조기 종전론을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으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며, 유럽 주요국도 잇달아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고 14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찾았으며, 15일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폴란드에서 도날트 투스크 총리를 만났다.
이날 스타머 총리 외에도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AP 통신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종전 협상이 실제로 시작될 경우 우크라이나를 가능한 가장 강한 위치에 올려놓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주요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에 대해 논의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궁극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전후에 서방 국가들이 평화 유지 병력을 파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전몰자 추모의 벽을 방문해 헌화했으며 화상 치료 전문 병원과 새해 첫날 공습받은 아파트 건물도 방문했다.
스타머 총리가 대통령 관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 중일 때 키이우 한쪽에서는 러시아 드론 공습이 벌어져 폭음이 들리고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키이우 당국자들은 이번 공습으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된 드론 파편이 떨어지면서 차량 한 대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날 정상회담 후 스타머 총리는 덴마크 정부와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한 새로운 이동식 방공 시스템 '그레이브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주요 유럽 국가인 영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128억 파운드(22조8천억원)를 제공했다.
이는 미국이 635억 달러(92조5천억원)를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으로, 트럼프의 대우크라이나 전략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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