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없다, 감사해라' 백악관 분위기 공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폴란드 민주화를 이끈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공산주의 체제 법정에 빗대 비판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웬사 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민주화 운동가 38명과 공동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능한 공산당 정치경찰의 지시를 받은 검사와 판사들도 자신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고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 때문에 무고한 수천 명이 고통받는다며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우리가 당국과 협력에 동의하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유와 시민권을 박탈했다"며 "우리는 당신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슷한 방식으로 대하는 데 충격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광물협정에 서명하러 백악관을 찾아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런 카드도 없다"며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의 분위기가 보안기관과 공산주의 법정의 심문을 떠올리게 해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물질적 지원에 존경과 감사를 표할 것을 기대했다는 게 모욕적이라며 "자유세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우크라이나의 용감한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웬사는 1980년대 동유럽 최초의 자유노조를 설립해 폴란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고 1990∼1995년 공산주의 붕괴 이후 첫 대통령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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