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순한 행정 지연…무상급식 예산과 상관없어" 해명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상급식 사업을 위해 대규모 예산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각종 정부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이번에는 신규 공무원과 정부 계약 직원 120만명의 출근이 최장 1년 미뤄지게 됐다.
14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리니 위댜느티니 행정개혁부 장관은 올해 새로 채용한 신입 공무원과 정부 계약 직원 120만명에 대해 신입 공무원은 올해 10월, 정부 계약 직원은 내년 3월부터 근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신규 공무원은 이달부터, 계약직은 3∼7월 사이에 일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런 정부 발표에 신규 공무원과 계약 직원들은 자카르타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부가 기존에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자카르타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이전 직장에서 사임했는데, 출근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당장 수입이 끊기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 르바란을 앞두고 많은 돈이 필요한데 정부가 출근을 뒤로 미루면서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는 이번 출근 지연으로 120만명의 공무원이 그만큼 소득이 줄면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6조 7천600억 루피아(약 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신규 인력 충원이 늦어지면 그만큼 공공 서비스 제공에도 문제가 생겨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가공무원청(BKN) 주단 아리프 파크룰로 청장은 신규 채용자들이 출근을 기다리는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파트 타임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리니 장관이 이번 사건을 놓고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며 "공무원 채용 예산은 삭감 대상이 아니며 단순히 행정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도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인도네시아 정부 설명과 달리 이번 일이 프라보워 대통령의 무상급식 공약을 위한 예산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정부가 즉시 이들의 채용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잦은 정책 변경으로 국민 신뢰도 하락이라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9년까지 전국 약 9천만명의 아동과 영유아, 임산부에게 하루 한 끼 무상 급식을 제공하겠다며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사업에는 연 280억 달러(약 40조2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프라보워 대통령은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예산 구조조정을 지시했고, 재무부는 무상급식 예산을 늘리는 대신 중앙·지방 정부 예산에서 306조7천억 루피아(약 27조5천억원) 규모의 재정 지출을 줄이기로 해 인프라 사업을 비롯해 각종 정부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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