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앱 출시…이커머스 본격화
쿠팡 직매입·직배송 시스템 강점…배송 '초격차' 극복 관건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네이버(NAVER) 커머스가 자체 쇼핑앱을 공개하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의 진입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업계 1위 쿠팡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지다.
업계에선 네이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쿠팡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존재감을 갖추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2일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공식 출시하며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오픈마켓이 검색과 연계한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자 정식으로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셈이다.
네이버는 기존에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무시하기 어려운 위상을 보여줬다.
네이버의 총거래액(GMV)은 지난해 기준 50조3천억원으로 G마켓(약 14조원), 11번가(약 7조원), SSG닷컴(약 6조3천억원), 알리익스프레스(약 3조7천억원), 컬리(약 3조원) 등을 합친 것보다 1.5배 많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지난해 쿠팡의 GMV 55조861억원에 필적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이 242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쿠팡이 22.7%, 네이버가 20.7%로 근소한 격차를 보인다.
플랫폼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멤버십 기반도 탄탄하다.
네이버는 특정 시점의 유료 멤버십 회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4분기(10∼12월) 유료 이용자 구독료(월 4천900원) 매출액이 536억원인 점을 토대로 역산하면 약 400만명의 멤버십 회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가입자의 가족 구성원 최대 4명까지 공동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멤버십 회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네이버 멤버십 회원에게는 기본적인 상품 할인 외에 구매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의 오픈마켓 사업자는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네이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C커머스)도 네이버의 행보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산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Venue)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직진출을 선언한 테무는 시작부터 강력한 경쟁자를 맞닥뜨리게 된 상황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쿠팡의 독주에 제동을 걸 만한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외부 제휴에 의존하는 오픈마켓 특성상 탄탄한 직매입·직배송 시스템을 앞세운 쿠팡과의 상품·배송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쿠팡의 최대 강점은 상품 입고부터 '라스트마일'(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오픈마켓 플랫폼과는 상품·재고·배송 관리의 효율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를 비롯해 다수의 업체가 주7일 배송을 기반으로 당일·익일배송을 도입하는 등 쿠팡 로켓배송과의 배송경쟁력 격차를 줄이려 안간힘을 쓰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간 6조2천억원을 쏟아부어 국내 최대 이커머스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은 내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해 도서·산간 지역까지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 아래 두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실상 5천만 전 국민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쿠팡은 1천400만명 이상의 유료 멤버십 고객 기반도 갖추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7일 배송을 도입하는 데에서 보듯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배송 경쟁력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은 결국 누가 먼저, 그리고 누가 더 많이 다른 플랫폼 고객을 끌어오느냐인데 네이버가 이 경쟁에서 우위를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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