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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냉전종식으로 '평화 배당' 수백조 벌어 복지 투자"

입력 2025-03-17 22:19  

"유럽, 냉전종식으로 '평화 배당' 수백조 벌어 복지 투자"
FT "복지삭감 또는 차입확대 어려운 선택"

유럽 냉전종식으로 평화 배당 수백조 벌어 복지 투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이 냉전시대 종식 이후 국방에 쓸 자원을 다른 분야로 돌려쓸 수 있었던 이른바 '평화 배당금'이 연간 500조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유럽에서는 국방비를 1960년대 후반 이후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국가들이 1995∼2023년 이같은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했더라면 2020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연 3천870억 달러(약 560조원)를 더 써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경우 2023년에 GDP의 2.3%를 국방비에 썼는데, 3.5%가 기준이었다면 350억달러(50조7천억원)가 더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주거와 지역 편의시설에 대한 공공 지출 1년 치에 맞먹는다.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지난 수십년간 평화 배당금을 누려 왔다면서 "민간 투자에 경제적 자원이 풀렸고 정부가 사회복지, 금융 안전망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의 장기적 보호 덕에 국방비 지출을 아껴 '관대한' 사회보장 제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전반적으로 정부 지출에서 사회적 보호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36.6%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41.4%까지 늘어났다.
독일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한 복지·연금 등 사회적 보호에 대한 정부 지출의 GDP 비율은 약 20%로, 10% 미만인 미국의 배를 넘는다. 이 비율은 프랑스, 이탈리아에선 더 높다.
병력으로 보면 EU에서 1995년 355만명이었으나 2020년 191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프랑스는 50만명에서 30만명으로, 독일은 38만명에서 18만명으로 감소했다. 영국은 23만명에서 15만명으로 줄었다.
EU 정상회의에 따르면 EU의 국방비는 지난해 기준 GDP의 1.9%인 3천260억유로(514조원)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근 수년간 늘어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증액이 더 증액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에 걸쳐 연간 1천600억유로(252조원)를,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연 2천300억∼4천600억유로(363조∼726조원)를 꼽는다.
국방비 증액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비를 늘리려면 복지 등 다른 공공 지출을 줄이거나 차입을 늘려야 하는데 어느 쪽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랑스에서 2023년 은퇴 연령 상향 조정 등으로 노령 연금을 조이려는 시도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닥쳤다.
이탈리아는 1960년대 GDP의 31% 수준이던 공공 부채가 지난해 137%까지 늘었고 프랑스와 영국도 GDP 100% 수준을 넘는다.
고령화 사회인 유럽 각국에서 보건의료와 연금 지출을 삭감하는 일은 특히나 정치적으로도 어렵다.
잭 앨런 레이놀즈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는 더 많이 차입해서 투자자를 화나게 할 위험을 감수하거나, 더 많은 예산 삭감으로 유권자를 화나게 할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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