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새 대통령 6명…볼루아르테 "불안정 종식 희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잦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경험하고 있는 남미 페루에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일이 공표됐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2026년 4월 12일에 대선과 총선을 치를 것"이라며 "대선을 통해 우리를 분열시킬 뿐이었던 불안정한 시기를 끝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한 이날 연설에서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질서 있게 치러질 것"이라며 "정부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페루에서는 정치권 부패와 파편화한 정치세력 간 알력이 심화하면서, 최근 몇 년 새 대통령 중도 낙마가 반복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하는 한국 등과는 다르게 국회에서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탄핵당하는 등 절차가 비교적 간소한 것도 그 배경 중 하나다.
실제 페루에서는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로 2018년 이후 7년여간 6명의 국가원수가 등장했다.
2016년 취임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탄핵안 가결 하루 전 스스로 사임했다.
부통령으로서 직을 승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의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돼 면직됐으며, 당시 국회의장으로서 뒤를 이은 마누엘 메리노 전 대통령은 닷새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다음 국회의장이었던 프란시스코 사가스티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2021년 7월까지 8개월간 국정을 운영했다.
그러나 2021년 대선을 통해 취임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역시 국회 해산을 시도하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22년 12월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때 부통령이었던 볼루아르테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조금 더 시계를 앞으로 돌리면 2000년 11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국고 횡령 등 비위에 관여했다는 비판 속에 일본으로 도주해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했다가 결국 탄핵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정세 불안에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깊어졌다.
여론조사 업체 다툼 인테르나시오날이 1월 31일∼2월 5일 18∼70세 시민 1천2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8% 포인트)한 결과를 보면 볼루아르테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94%에 달한다.
이는 최근 페루에서 쉽게 관찰되는 경향이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수년 새 70∼90%를 오르내리고 있다.
'롤렉스 불법 수수 스캔들'을 비롯한 각종 비위로 역시 탄핵소추 위기를 맞은 바 있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기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통령은 내년 7월 28일 취임한다. 임기는 5년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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