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들, 51번째주 병합론·관세에 침묵하자 배신감
반미정서 확산…인물상 훼손·도로명 변경 등 '캔슬 컬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다나 때리기가 아이스하키 스타 웨인 그레츠키(64)에게도 불똥을 튀겼다.
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그레츠키가 모국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침묵하자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배신감이 퍼졌다.
그레츠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공격력을 과시한 선수로서 모국 캐나다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통한다.
한때 그레츠키의 발자취가 남은 곳마다 관광객들의 명소가 될 정도였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최근 시선이 싸늘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취임 이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고율관세를 캐나다 주권을 침해할 이 같은 계획의 지렛대로 삼아 합병이 불발하면 캐나다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부 캐나다인들은 이 같은 모국의 위기에도 그레츠키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즐기는 듯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모국의 자랑인 그레츠키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에서 열린 대선 축하연에 참석하자 인식의 혼란을 겪었다.
특히 캐나다를 미국에 병합하게 되면 주지사를 맡아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그레츠키가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 실망하고 있다.
그레츠키에 대한 배신감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지위를 대중이 박탈하는 '캔슬 컬처'의 형태로 나타나고 했다.
과거 그레츠키가 활약한 에드먼턴 오일러스 경기장 밖에 설치된 그의 인물상 얼굴에 누가 분변을 문지르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그레츠키가 성장기를 보낸 고향인 온타리오주 브랜트퍼드에서마저 실망감이 감지된다.
브랜트퍼드는 미국 국경 근처에 있는 교통 중심지로서 국경 통제와 통상 분쟁의 화약고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그레츠키의 이름을 딴 브랜트퍼드의 한 도로를 다른 인물의 이름으로 바꾸자는 탄원까지 제기됐다.
탄원서를 낸 캐트 필립은 "우리는 항상 그레츠키가 여전히 캐나다인이라고 느꼈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과거 그레츠키를 영입한 에드먼턴의 전 구단주 피터 포클링턴은 그레츠키를 향한 대중의 날 선 시선에 경악했다.
포클링턴은 "그레츠키가 정치인이 아니라 하키 선수라는 데에서 논란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며 "그가 변론에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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