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뉴스타트 체결 15주년에 "美와 협상 재개 힘들어"(종합)

러, 뉴스타트 체결 15주년에 "美와 협상 재개 힘들어"(종합)
크렘린궁 "양자관계·상호신뢰 특정 수준 올라와야 가능"
메드베데프 "3차대전 위험…핵무기 가진 국가 더 많아질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체결 15주년을 맞은 8일(현지시간) 미국과 새로운 핵무기 군축 협상을 시작하기엔 현재로선 어렵다고 진단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뉴스타트를 대체할 조약에 관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현시점에서 그런 협상의 시작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략적 안보와 군비통제에 대한 그런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양자 관계와 상호 신뢰가 특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와 미국이 아직 이 문제를 복원하지 못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의지를 보여준다면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했던 발언을 상기해 드리겠다"며 "현 안보 구조의 틀에서 다른 국가들의 핵 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모든 것을 함께 논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타스 통신은 뉴스타트 관련 대화를 재개하기 전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의 핵무기를 어떻게 다룰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전략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하는 뉴스타트를 체결했다.
뉴스타트는 2026년 2월까지로 연장됐지만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뒤 서방의 제재 등을 이유로 러시아가 2023년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내년 2월 이후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15년 전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뉴스타트에 서명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뉴스타트가 핵전쟁 위험을 줄이지 못했다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그 책임을 돌렸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그들은 어느 순간 공식적으로 핵 균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무제한 제재와 그들 자체 무기 및 전문가를 이용해 우리에게 선언되지 않은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결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정부가 핵 분쟁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음에도 이는 세계를 제3차 세계대전 위험으로 몰아넣었다"며 "현재 위험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새롭고 더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 것이고 점점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획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최소한 말로는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그러지 않는다면서 "상황은 소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더라도 향후 수십 년 동안 핵 군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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