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악화가 배경…"방글라와 중국 전략거점 조성 움직임에 긴장 고조"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최근 방글라데시와 갈등을 빚는 인도가 방글라데시의 육로 수출을 위한 환적 시설을 폐쇄했다. 방글라데시 입장에서는 육로를 통해 네팔이나 부탄, 중국 등으로의 직접 수출 경로가 막히게 됐다.
10일(현지시간) 일간 인디안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인도 세관은 지난 8일 관보를 통해 2020년부터 시행하던 인도 육상 세관을 통한 방글라데시 수출 화물의 환적 허용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인도 외교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 인도 수출에 방해가 되고 물류 적체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는 동·서·북부 지역이 인도에 둘러싸여 있으며 남쪽 지역 일부만 미얀마와 연결돼 있다. 방글라데시가 육로로 인근 네팔이나 부탄, 중국과 거래하려면 인도를 거쳐 가야 한다.
다카대학교 셀림 라이한 경제학 교수는 미국이 방글라데시 제품에 37%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방글라데시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의 이번 결정은 방글라데시와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두 나라는 원래 가까운 사이였지만 친인도 정책 노선을 펼치던 하시나 전 총리가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장기 집권에서 밀려나 인도로 도피했고, 방글라데시 내에서는 힌두교도가 공격받는 등 강경한 반인도 시위가 벌어졌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에 하시나 전 총리의 송환을 요구했지만 인도는 이를 거부했고, 인도는 방글라데시에 힌두교도 보호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최고 고문은 지난달 중국을 찾아 "벵골만 북부 지역 바다를 지키는 유일한 수호자는 우리"라며 "이 바다는 중국 경제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인디안익스프레스는 이 발언이 방글라데시가 북동 인도 지역 해양 접근을 무기로 삼으려는 것이며 중국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묘사한 것으로 인도와 긴장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해석했다.
싱크탱크인 글로벌 무역연구 이니셔티브(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소장은 "인도는 그동안 방글라데시에 일방적인 무관세 시장 접근을 허용했다"며 "방글라데시가 중국과 전략적 거점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이번 조치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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