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날 박람회장 주변에 이미 인파…이시바 "새로운 일본 알릴 것"
입장권 판매 부진·일부 전시관 아직 공사…메탄가스 발생·현금사용 불가 우려도
(오사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970년 엑스포 이후 오사카에서는 처음이잖아요. 이런 기회는 또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입장권을 예매하지는 않았는데 엑스포가 끝나기 전에는 꼭 올 겁니다."
일본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박람회장이 있는 유메시마에서 펄럭이는 각국 국기를 보고 있던 60대 부부는 이같이 말하며 엑스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사카에 거주한다는 이 부부는 엑스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오사카가 더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오사카는 1970년 이미 한 차례 엑스포를 개최했고, 이번에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을 주제로 또 엑스포를 연다. 158개 국가·지역과 일본 기업들이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첨단 기술을 활용한 흥미로운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오후 엑스포 박람회장에서는 나루히토 일왕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참가국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개회식이 열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엑스포를 계기로 세계 사람들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생명'과 자연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도 존중해 지속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왕은 10세 때 1970년 엑스포를 관람했다면서 "최신 기술에 놀랐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아이들이 세계의 나라, 지역,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 미래 사회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세계 사람들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무대를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일본의 자세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은 이날 박람회장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유메시마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몰려 사진을 찍고 주위를 돌아봤다.
유메시마역 내부에서는 안내원들이 "멈추지 말고 앞으로 가라"고 거듭 요청했고, 경찰은 경비견과 함께 박람회장 주변을 순찰해 분위기가 사뭇 삼엄했다.
일본 경찰은 약 250명으로 구성된 별도 경비대를 출범해 보안 태세를 강화했고 민간 경비원도 최대 2천 명이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람회장 내부는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전시관별로 막바지 개관 준비가 한창이었다.
둘레가 약 2㎞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 목조 건축물이자 '다양성 속 통일성'이라는 엑스포 가치를 구현한 상징물인 '그랜드 링' 안쪽의 한국관은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에 색색의 천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엑스포가 개막해 베일을 벗듯 천이 사라지면 미디어 파사드에서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미디어 아트, 한국 전통 이미지, K팝 아티스트 영상 등이 상영된다.
박람회장은 그랜드 링 중심부에 공원이 있고, 건물들이 이 공원을 에워싸듯 배치된 형태다. 이날은 그리 덥지 않았음에도 햇빛을 피해 휴식을 취할 만한 곳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사카시 주요 기차역과 대형 상점은 55년 만에 펼쳐지는 엑스포를 맞이해 곳곳이 엑스포 캐릭터인 '먀쿠먀쿠'로 장식됐다. 생김새가 다소 기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먀쿠먀쿠는 세포와 물이 하나가 되면서 생겼다는 생물이다.
고속열차 신칸센이 운행되는 신오사카역 바닥에는 박람회장이 유독 크게 그려진 지도가 붙어 있었고, 엑스포를 홍보하는 패널에는 '엑스포까지 1일'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오사카역에도 대형 스크린, 계단 등에 엑스포를 알리는 먀쿠먀쿠와 홍보 문구들이 있었다. 역내 상점 중 한 곳에서는 먀쿠먀쿠와 다른 캐릭터를 결합한 인형을 진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면 엑스포 개막이 임박했음을 금방 실감할 수 있었지만, 매립지인 유메시마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에 대한 우려로 불안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었다.
오사카역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최근 노년층 사이에 엑스포가 인기라는 기사를 본 듯하다"면서도 "기대감은 있지만 메탄가스 문제가 보도돼 무섭다"고 말했다.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에 왔다는 60대 여성은 "남편이 엑스포 관련 기업에 다녀서 입장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아직은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안에서 현금을 쓸 수 없어서 노인들은 불편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입장권 판매 부진과 완공되지 않은 일부 시설 관련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팔린 입장권은 목표의 65%인 906만 장에 불과했다. 입장 수익은 엑스포 운영비를 충당할 주요 재원이다.
해외관 중 네팔관 등은 내부 공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개막일에 관람객을 맞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NHK는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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