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준하는 복지혜택 폐지 방침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고국을 떠난 우크라이나인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과 폴란드가 잇따라 피란민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RND에 따르면 차기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월 563유로(90만7천원)의 시민수당 대신 다른 나라 출신 망명자와 똑같이 월 441유로(71만1천원)의 난민 생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는 이달 1일 이후 독일에 입국한 피란민에게 적용된다.
시민수당은 독일 국적자의 실업수당에 해당하는 지원금이다. 독일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망명신청 절차를 생략하고 자국민과 사실상 같은 복지 혜택을 제공해 왔다.
폴란드는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있는 피란민 가족에게 자녀 1인당 월 800즈워티(30만원)씩 주던 아동수당을 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족주의 우파 법과정의당(PiS)의 폐지 주장에 집권 시민연합(KO)도 "폴란드에서 일하고 세금 내는 피란민에게만 혜택을 주자"며 찬성했다. '800플러스'로 불리는 이 수당 역시 원래 폴란드인 가족을 대상으로 만든 제도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회원국으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은 430만6천800명이다. 독일(117만7천800명)과 폴란드(99만4천790명)에 전체 피란민의 절반이 머무르고 있다.
EU는 전쟁 발발 이후 피란민 임시보호를 도입해 주거·교육·사회복지·의료 지원을 하도록 했다. 이 조치와 각국 국내법이 거의 자국민에 준하는 피란민 복지혜택의 기준이 됐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데다 국내 반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독일 우파 진영은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피란민 복지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폴란드에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버스를 타고 국경을 오가며 수당만 챙긴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폴란드 통계청 설문에 따르면 피란민 수용을 찬성하는 시민 비율은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월 94%에서 지난해 10월 53%로 줄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을 협상하면서 피란민 지원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종전이나 휴전이 성사되면 유럽에 계속 머무는 우크라이나인의 법적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매체 유락티브는 "휴전으로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뀌어 보호 조치를 축소할지, 통합을 추진할지, 피란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낼지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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