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 라디오 작가
배철수의 음악캠프(MBC FM4U) 음악 작가
저서
모던 팝 스토리
청춘을 달리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
최근 혼밥,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라디오 청취자들이 다시금 늘어나고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디제이의 멘트에 웃고 울면서 어느새 라디오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번 ‘직업의 세계’는 지난 12월호에 이어 라디오 관련 직업을 시리즈로 이어간다. 청취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제이의 멘트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를 선곡하는 ‘라디오 작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라디오 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라디오 작가마다 포지션이 다르긴 한데,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고를 준비하고 여러 가지 코너도 준비한다. 나 같은 경우엔 방송에 틀 선곡을 준비하는 역할이다. 선곡 리스트는 청취자의 신청곡과 그날 선곡할 목록을 뽑아 놓는 일이다. 방송마다 다르지만 원고 작가와 음악 작가가 나눠지기도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이 많진 않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선곡 작업과 음악 원고를 쓴다. 그렇다고 한 가지 일만 한다고 보긴 힘들다. 예를 들면‘아티스트 미니 스페셜’ 코너 중에 들어갈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원고를 쓰기도 하니까.
국내 라디오 음악 작가는 몇 명이나 활동하나?
글쎄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한 다섯 명 정도 되지 않을까. 전문적인 음악 방송이 많지 않아서 음악 작가로만 활동하는 분들이 많진 않다.
라디오 작가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7년부터 시작했으니 10년 정도 됐다.
계기가 있었나?
그 전까지 음반사에 다니고 있다가 그만두고 쉴 무렵 지인을 통해 MBC에서 음악 원고도 쓰고, 선곡하는 작가 제의가 들어왔다. 몇 번 일을 해봤는데 일도 잘 맞고 재미있어 계속하게 됐다.
음반사에서는 어떤 일을 했었나?
인디음반을 제작하는 회사였는데, 음반 홍보나 기획을 맡았었다. 뭐, 그 전에도 음악평론 글을 쓰면서 돈은 벌고 있었다.
라디오 작가와 음악평론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있나?
많진 않지만 있긴 있다. 나 같은 경우엔 라디오 작가를 메인으로 하면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쓰는 편이다.
음악평론가는 어떻게 될 수 있나?
평론가가 되기 위한 정식코스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음악 리뷰 사이트에서 간혹 기고할 필자를 찾거나 음반사에서 해설지를 쓸 만한 사람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꾸준히 썼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겨레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음악평론과정수업이 있었는데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필자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음악 리뷰 사이트 정도로 알고 있다.
음반사에서 일할 때와 다른 점은 뭔가?
음반사에서 일하는 건 규칙적이라 일반 회사와 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성실하게 다녔지만 그 당시 비전이랄까, 앞날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6개월 정도 쉬어야겠다는 찰나에 작가 제의가 온 케이스다. 막상 일을 해보니 시간도 자유롭고 음악과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직업이더라. 물론 프리랜서라 고용불안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디오 작가는 모두 프리랜서인가?
그렇다.
하루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오전 11시쯤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방송국에 오면 12시 정도 되는데, 녹음이 있는 날엔 녹음을 하고 평소엔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생방송을 한다. 거의 비슷하다. 나머지 시간에는 신청곡 정리도 하고, 음악 듣고 원고도 쓴다.
선곡 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나?
아티스트나 곡이 중복되지 않게 고르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한 회 방송에 장르를 다채롭게 선곡을 하려 한다. 하루종일 록만 틀 수 없지 않나. 두번째로는 이른바 비율에 맞게 선곡하는 것이다. 팝에 관심 없거나, 또는 팝에 관심이 많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신곡 등등 비율에 맞게 선곡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 회 방송에 몇 곡 정도 선곡하나?
방송에 나가는 곡은 13~15곡인데, 선곡은 30곡 정도 해놓는다. 선곡 목록 중 대부분이 신청곡인데 그 안에서 디제이가 골라 방송에 틀게 된다.
배순탁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꼽자면?
글쎄다. 너무 많아서. 아이돌 중에서는 샤이니를 좋아한다. 인디밴드 중에서는 국카스텐. 국카스텐은 뜨기 전부터 음악평론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밴드였다. 티비에 나오기 이전부터 언젠가 기회가 오면 슈퍼스타가 될 팀이라고 생각했었다. 외국 밴드 중에서는 라디오헤드(Radiohead)를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파기 시작한 게 90년대부터니까 한 26~7년 정도 최고로 꼽는 밴드다. 요즘도 자주 듣는다.
샤이니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면?
음악도 잘 만들고, 기본적으로 샤이니의 행보랄까. 솔로 음반들도 좋고, 전반적으로 곡의 퀄리티가 높다. 멤버들 각자 작사나 작곡을 하려는 음악에 대한 의지도 엿보여 좋다. 샤이니 데뷔 초기 곡들을 들어보면 단순한 댄스곡이 아니라 강렬한 록비트다. 음악을 록 장르로 시작해서인지 더 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에도 음악 리뷰 사이트에 글을 쓰나?
리뷰 사이트에 글을 안 쓴지 오래됐다. 요즘엔 네이버 오늘의 뮤직이나 잡지 기고에 쓰는 양만해도 꽤 되기 때문에 더 쓰진 못할 듯 싶다.
몇 해 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화가 되면서 아날로그의 대표 매체인 라디오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그게 참 애매하다. 라디오가 레드 오션이라는 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만이 가진 정서적 매력이 있지 않나. 티비와는 달리 라디오는 디제이와 밀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청취자가 실시간의 반응을 전달할 수도 있다. 위기인 건 분명하지만 반면에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환경은 힘들고 예전에 비해 위상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규모 자체도 티비와 비교가 안 되지만 라디오만의 특성이 있어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최근 라디오 포맷인 팟캐스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하고 있고, 관심도 많다. 요즘엔 정치, 시사 라디오프로그램을 팟캐스트 채널로 연계하는 방송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라디오 피디들도 팟캐스트를 염두 해두고 방송을 만들기도 한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 같다.
운영하는 팟캐스트 제목이 뭔가?
‘하라는 음악은 안하고’다. 취미 카테고리에서 5위 정도 한다.(웃음)
라디오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은?
방송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다. 각 방송사마다 아카데미가 있는데 그 안에 작가반이 있다. 아카데미를 수료하면 기회가 오기도 한다.
라디오 작가의 필수조건은?
기본적으로 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핫이슈, 뉴스 등등 최신 감각을 유지해야한다. 라디오는 휘발성이 짙은 매체라 오늘 할 이야기는 오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원고 작성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필력은 당연하다. 세 번째로 모든 직업에 해당되는 거지만 성실함이 아닐까 싶다. 매일 방송을 하기 때문에 성실함이 없으면 이어나갈 수 없다.
라디오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해봤나?
음…. 예전에 한 1년 정도 개인적인 약속은 최소화 한 채 책과 음악에만 몰두한 적이 있다. 누가 불러도 나가지 않고 책 읽고 음악만 들었다. 그때 쌓은 게 지금의 토양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어떤 일을 하던 1년 정도는 미쳐있어야 그 직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8년부터 했으니 9년 정도 됐다.
배순탁 작가에게 ‘배철수의 음악캠프’란?
음악캠프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이 일을 하면서 인생도 많이 바뀌었다. 어마어마한 간판이 생긴 만큼 내 글이 방송에 누가되지 않도록 노력도 많이 했고, 이 프로그램 하면서 책도 3권이나 냈다.
한 프로그램에서 롱런하는 비결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성격도 그리 나쁜 것 같지 않고, 나름 사회성도 있다.(웃음) 개인적으론 90년대 이후의 음악이 친숙하지만 평론 공부를 하면서 음악의 역사를 파고든 게 도움이 많이 됐었다. 배철수 선배님이 60~70년대 곡을 이야기했을 때 바로 알아들을 정도는 되니까. 50년대 음악부터 최신 음악까지 꿰고 있는 점이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
디제이 배철수의 매력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인 좋은 말은 싫어한다. 왠지 위선인 것 같아서다. 물론 청취자들에게 긍정적인 조언은 필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배철수 선배님은 이미 예전부터 입에 발린 말은 잘 안하신다. 그것이 디제이로서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 하신다. 현재 유행하는 프로그램, 광고, 드라마를 거의 다 알고 있을 정도다. 그게 왜 중요하냐면 청취자들이 어디서 유행한 음악을 신청하는데 디제이가 모르면 서로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적 섭외 감각은 물론이고, 선배님의 일에서 라디오가 1순위다. 섭외 제의가 오더라도 라디오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모두 거절하시더라. 무엇보다 지갑을 잘 여신다.(웃음) 그보다 더 큰 매력이 있겠나.
라디오 작가 외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지금은 뭐 너무 일을 많이 벌려놔서…. 라디오와 영화 프로그램, 팟캐스트도 하고 있어서 현실에만 충실하고 싶다. 더 이상 일을 하는 건 욕심이다.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디제이를 꼽아 달라.
예전에 전현무씨가 정말 잘했다. 라디오를 하면서 본인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요즘 김신영(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MBC FM4U)씨도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재밌게 듣고 있다. 그리고 김창완(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SBS 파워FM) 선생님 방송도 즐겨 듣는다.
라디오 작가의 연봉은?
프리랜서이다 보니 원고 매수로 계산이 되는데, 라디오 프로그램마다 다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정규직 직장인 연봉과 비교해 뒤지진 않는다. 개인적으론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조금 더 버는 것 같더라. 근데 프리랜서다 보니 라디오 작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생각보다 수입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라디오 작가는 프리랜서다 보니 6개월마다 고용불안을 느낀다. 프로그램이 바뀌거나 피디가 바뀌면 작가 역시 바뀌게 된다.
라디오 작가의 매력은?
첫 번째로는 방송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직업이다. 방송 일은 하고 싶은데 연예인이나 아니고 피디 시험은 너무 어려운 사람들에게 말이다.(웃음) 참고로 방송작가들은 엄청 바쁘다.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안했으면 어떻게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과 같은 스타들과 형, 동생으로 지낼 수 있겠나. 그런 부분도 직업적 동력이 충분히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작가들이 하는 고민인데, 과연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다. 스스로의 내공을 쌓아놓지 않으면 언제라도 이 일을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꾸준히 음악 관련 책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1년 반이나 2년에 한 권씩 내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이어나가는 게 목표다.
라디오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가장 중요한 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지대넓얕’처럼 넓게 아는 것이 중요하니 많은 경험을 해보시길 권한다.
글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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