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정영희 대학생 기자] 아이돌 노래나 팝송이 주를 이루는 20대의 음악 범주에서 클래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번화가를 5분만 걸어도 들을 수 있는 대중음악과는 달리 클래식은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나 서양음악사 수업의 과제를 해야 할 때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처해야 찾게 된다. 그러나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클래식을 20대의 감성으로 신선하고 독특하게 풀어낸 네 명의 기획자들이 있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의 ‘남친존’에서 대학생의 손으로 만들어낸 클래식 연주회에 다녀왔다.
기타 연주자 오대성 씨의 솔로 연주가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기타로 듣는 재즈에 관객들은 연주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스테이지 2부터 5까지는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클래식 악기들이 참여한 연주가 주를 이뤘다. 스테이지 3은 ‘토토로의 모험’, ‘미녀와 야수’ 등 영화 주제가를 클래식으로 재해석해 친숙한 매력이 느껴졌다.
특히 이 날 공연에는 기획자인 이채원 씨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접 피아노 연주자로도 참여했다. 클래식뿐 아니라 뉴에이지와 같은 포크 음악의 장르도 관객을 반겼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기타와 베이스기타,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참신한 조합을 통한 시너지가 귀를 즐겁게 했다.
공연을 마친 뒤 연주자와 기획자가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약 50분 간의 연주회를 직접 만들어낸 그들의 표정에 후련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어렸다. 연주만 보기 아쉬운 마음에 공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기획자들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갑작스러운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해준 그들, 이채원(성신여대 피아노), 김시연(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남궁연주(성균관대 국어국문), 이혜린(성신여대 지리학) 씨를 만났다.
-성신여대 남친존이 어디인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시연 : 정문 앞에 있는 계단식 공간이다. 학교가 여대인데다 정문을 넘어 올라가는 길도 가파르다 보니 재학생(수정이라는 애칭이 있다)의 남자친구들이 캠퍼스 안이 아닌 정문에서 기다리곤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곳에 수정이의 ‘남친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런 별명이 붙었다.
-남친존 연주회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이채원 : 처음엔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에서 시작했다. 문화기획자가 꿈이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근처 카페 ‘감성달빛’의 사장님인 제이크와 기획 얘기를 하다 남친존을 이용해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침 피아노를 전공하는데다 평소 '피아노가 있는' 야외 연주를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지만 피아노 설치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포기했었는데,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기획을 하게 됐다.
-수많은 장르 중, 연주회를 클래식으로 기획한 계기는?
이혜린 :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나. 늘 지나는 친숙한 공간에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친구들이 클래식을 연주하는 것을 본다면 이런 낯섦이 사라지지 않을까 했다.
김시연 : 일종의 클래식 버스킹 느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기획을 하며 무조건 클래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연주자들이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하는 쪽으로도 초점을 맞춰서 뉴에이지나 재즈 등의 장르도 섞었다.
-전공도 다르고 학교도 같지 않은 네 사람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
이채원 : 전혀 모르는 사이는 아니다. 대외활동으로 알고 지낸 친구들이었는데 처음 기획을 시작하며 크루를 모집하기 위해 ‘남친존 연주회 기획할 사람!’ 이라는 글을 무작정 올렸다. 그랬더니 남친존을 아는 사람, 기획과 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렇게 이 멤버로 기획팀을 꾸리게 됐다.
-재미있었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남궁연주 : 애초 기획과 실제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꼈지만 바로잡기가 힘들었다. 기획단이 중심을 잘 잡고 연주자와 소통하면서 연주회를 만들어나갔어야 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라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 부분을 놓쳤다.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랬기 때문에 연주자와 함께 공연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주회 당일에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일기예보를 봤을 때. 소름이 끼쳤다(웃음). 날씨는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장비도 협찬을 받은 거라서 비가 올까봐 너무 불안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다행히 그 날은 맑았다.
김시연 : 연주회 당일 사회를 봤다. 인터뷰 요청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질문이 들어와서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머리를 열심히 굴렸던 것이 재미있기도 당황스럽기도 했다. (웃음)
-성황리에 연주회를 끝낸 소감은?
이채원 : 종강 전에 연주회를 끝내야 했기 때문에 연주단과 기획팀이 서로 잘 모르는 채로 연습에만 몰두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할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기획팀은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연주회를 만들었다는 생각해 뿌듯했다. 연주단도 좋은 인맥을 쌓았다며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해서 다행이다. 마음도 많이 자랐다. 누군가 나의 열정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나눴다.
남궁연주 :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관객이 찾아와줬고, 별 탈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연주회 때는 더 열정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 해야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즐거운 경험으로 느껴졌던, 올해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기획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이채원 : 남친존 연주회 시즌2를 진행하고자 한다. 다음에는 그랜드피아노를 가져다 놓을 계획이다. 렌탈비나 기타 여건 때문에 생각을 접었었는데, 이번 연주회를 무사히 마치니 두 번째 시즌에는 가능할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연습도, 공부도 많이 해서 더 재미있고 좋은 연주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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