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택 씨를 서울 강서구 양천로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만났다. 사진=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임신택 승무원은 이스타항공의 스타다. SNS에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사인을 해 달라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는 승객도 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 그가 등장하면 기내가 술렁인다. 올 6월, 노래 실력자를 찾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부터다.
잘생긴 외모와 가수 못지않은 노래실력으로 인터넷을 달궜던 임신택 씨가 이번에는 승무원 본연의 모습으로 또 한 번 카메라 앞에 섰다.
임씨는 2016년 3월, 이스타항공 객실 남자 승무원에 최종 합격했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남자 승무원은 전체의 평균 10%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스타항공은 많은 편이다. 평균 15%에 임씨의 승무원 동기 23명 중 6명이 남성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항공사는 10%를 넘기는 것도 버거워 한다.
“남자 승무원은 채용규모도 적을뿐더러 입사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저 역시 주변을 물어물어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죠.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직접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임신택
1991년생
2016년 2월 전북대 화학공학 졸업
2016년 3월 이스타항공 입사
‘재수’ 끝에 합격… 긴장감은 ‘스터디’로 극복
‘취업깡패’라는 공대생이, 문이 좁다고 알려진 남자 객실승무원에 올인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임씨는 서비스직과 연이 깊다. 관련 업종에서 오래 일한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사람을 많이 만났다. 대학 때도 4년 내내 커피숍부터 시작해 화장품 판매, 학원 강의까지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한우물만 팠다.
천성적으로 긍정적인 성격도 한몫을 했다. 군 제대 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오히려 마라톤과 국토대장정 등 극한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승무원에게 필수라는 체력에도 자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했고 고등학생 때는 2년간 복싱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2015년 여름, 그는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승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지원한 곳 역시 이스타항공이었는데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패인은 ‘긴장감’이었다. 첫 면접인 데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겹치면서 그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면접관도 “너무 떨어서 질문을 못 하겠다”며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첫 실패 후 임씨는 바로 스터디를 결성했다. 학교 홈페이지와 관련 사이트에 직접 글을 올려 6명의 스터디원을 모집했다.
“평소에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이 서툰데 그만큼 절실했어요. 모르는 사람 앞에 서있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겼고 서로 자세나 미소, 스피치를 봐주니 객관적인 제 모습을 알 수 있었죠. 또 스터디원 각자 다양한 항공사에서 면접을 보기 때문에 받았던 질문을 공유할 수도 있었습니다. 승무원 면접질문은 항공사별로 큰 차이가 없거든요.”
영어도 준비해야 했다. 토익점수는 학원을 통해 800점 초중반 대로 끌어올렸는데 문제는 영어 면접이었다. 우선 말하고 싶은 내용을 한글로 써 놓고 이것을 영작한 뒤 다시 7~8장 분량의 대본으로 만들어서 통째로 달달 외웠다.
웃는 훈련도 중요했다. 임씨가 선택한 방법은 미소교정기였다. 자연스럽게 웃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고 임씨는 면접직전까지 교정기를 끼며 미소를 만들었다. 셀카도 수백 장씩 찍었다.
이듬해 1월, 이스타항공 객실승무원 채용공고가 다시 한 번 올라왔다. 6개월 만에 임씨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가득했다.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은 서류전형, 실무면접, 임원면접으로 선발한다. 실무면접은 약 40초 분량의 자기소개로 시작하는데 임씨는 일관되게 ‘서비스 역량’으로 응수했다. 자소서에 적은 서비스 역량 중 특징적인 것을 중심으로 짧게 압축해 소개했다. “항공사 최초로 단골손님을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내비쳤다.
보다 어려운 질문은 다음 전형인 임원면접 때 쏟아졌다. 회사를 비롯해 승무원의 자질, 관련 업계 동향 등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어요. ‘어느 기업이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휴먼웨어로 구성되는데 이스타항공도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해보라’는 것이었죠. 생각지도 못한 문제라 정말 당황했어요. 평소에 승무원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임신택 승무원이 알려주는 ‘남자 승무원’ 면접 복장
키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도 175cm로 큰 편이 아니다. 대신 단정한 이미지가 중요하다. 무조건 잔머리 없는 올림머리가 좋다. 단, 올림머리도 사람마다 어울리는 유형이 있기 때문에 잘 연구해야 한다. 복장은 깔끔한 정장을 입되 구두나 넥타이 색은 너무 튀지 않는 게 좋다.
눈썹도 깔끔하게 다듬으면 더 단정해 보인다. 얼굴 화장은 너무 과하게 하지 말고 기본 피부색에 맞는 비비크림이나 CC크림을 활용하자. 입술은 립밤이나 립글로즈로 간단하게 마무리 하는 게 좋다.
물도 못 따르던 초보 승무원, ‘하늘의 슈퍼맨’ 되다
최종합격자 발표 날. 임씨는 함께 취업을 준비한 스터디원들과 함께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마침내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합격이었다.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어머니에게 전화했어요. 덤덤한 척 했지만 많이 기뻐하시는 게 느껴졌고 저도 눈물이 핑 돌았죠. ‘정말 꿈꾸던 승무원을 할 수 있게 됐구나’라는 사실이 가장 감격스러웠어요.”
8주 안전교육과 2주 서비스 교육을 거쳐 드디어 첫 비행 날이 찾아왔다. 제주와 청주를 오가는 1박 2일 여정이었다. 비행 전 모든 승무원은 브리핑룸에서 그날의 비행 계획을 나누는데 임씨는 “방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캐리어도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침내 비행기에 오르고 손님들까지 타기 시작하니까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속이 안 좋아져서 급히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하필 기류가 불안정하면서 기체가 흔들렸죠. 손님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데 안에서 꼼짝 못하게 된 거예요. 한참 뒤에 얼굴이 새하얘져서 나왔는데 선배들이 모두 저를 보고 웃고 있더라고요. 그제야 긴장도 조금 풀렸어요.”
어느새 2년차. 임씨는 이제 남자 승무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내에서는 생각보다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긴다. 안전을 이유로 행동을 제지하면 ‘네가 뭔데 막느냐’며 손찌검을 하는 손님도 있다. 그럴 때면 선배들이 많아도 먼저 가서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입사 전 승무원은 막연히 웃으면서 서비스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서비스 보다는 안전이 훨씬 중요하더라고요. 또 손님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도 연구 중입니다.”
뿌듯한 일도 있다. 한 중국아이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직접 안아주고 부채질도 해주며 달랬는데 착륙 후, 아이 부모님이 고맙다며 중국에서 직접 싸온 음식을 선물했다. 그의 ‘든든함’에 반해 관심을 표현하는 여성 손님도 종종 있다. 화장실에 가면서 연락처가 담긴 쪽지를 건네주거나 SNS에 ‘연락하며 지내고 싶다’는 글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 출연 장면. 사진=엠넷 홈페이지 캡처
임씨의 매력은 이미 사내에까지 퍼져 있다. 노래실력 덕이다. 대학시절부터 친구들과 길거리 공연을 즐겨 했던 임씨는 입사 후에도 회사 동료들과 밴드를 결성해 한강 등지에서 버스킹도 한다.
승무원이 된 후 주변에서 ‘입사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는 임씨는 그중에서도 스펙이나 전공을 묻는 글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항공과에 진학해야 하는지 묻는 고등학생이 많아요. 동기의 출신 전공이 다양한 만큼 전공의 관련성이 크지는 않지만 제2외국어 실력만큼은 필요합니다. 입사 후에도 일본어와 중국어를 항상 공부하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적성이 중요해요. 승무원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더 많이 알아보고 나에게 적합한지 판단한 뒤에 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인터뷰 당일, 다음날 베트남 다낭 비행을 앞두고 있다는 임씨는 최고의 여행지로 역시 다낭을 꼽았다. 특히 이국적인 마을인 바나힐은 저렴한 비용으로 장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꼭 한 번 가볼 것을 적극 추천했다.
tuxi0123@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