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하이틴잡앤조이 1618=문태영 인턴기자]박승민 씨(사진,25)는 재직자특별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15학번으로 입학했다. 금오공고 졸업 후 한국남동발전에서 3년간의 경력을 쌓은 후 재직자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것. 다양한 생각을 하는 학생들과 배려심 깊은 교수님, 삶에 대해 깊은 통찰을 주는 수업까지 박 씨는 현재 사내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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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11년 2월 금오공고 졸업
<p >2011년 2월 한국남동발전 입사
<p >2015년 2월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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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삼성 취업을 꿈꾸던 고등학생, 우여곡절 끝에 공기업 취업에 성공
<p >박 씨는 삼성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좋지 않은 가정환경 탓에 진학생각을 하지 않고 하루 빨리 취업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싶었다.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박 씨는 집에서 가까운 금오공고에 진학하게 됐다. 입학 후 박 씨는 삼성 취업을 위해 3년간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능경기대회에 전념했다. 3학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전국단위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만 해도 삼성에서 채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p >컴퓨터제어종목에서 학교대표였던 박 씨는 지방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전국대회까지 무리 없이 진출했다. 학교에서도 그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p >하지만 4일에 걸쳐 진행됐던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지급받은 부품의 결함으로 억울하게 떨어지고 난 후 박 씨는 4개월가량 슬럼프에 빠졌다.
<p >그는 “오로지 기능대회를 통해 취업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떨어지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며 “그 당시엔 공부를 전부 내려놓고 기타를 사서 연주하고, 게임을 하는 등 집 밖으로 일체 나가지 않고 은둔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 그의 마음을 잡아준 사람은 바로 학교의 학과장 선생님이었다. 박 씨가 힘든 상황인 것을 알고, 박 씨가 지원 가능한 여러 채용정보를 지속적으로 알아봐 준것.
<p >그는 “당시 정부차원의 고졸채용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많이 뽑고 있었다.”며 “정말 운이 좋았다. 학교장 추천서를 받고 서둘러 자소서와 면접 준비를 거쳐 한국전력의 그룹사인 한국남동발전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고2때 까지 반에서 1등을 유지했던 내신 성적 덕분에 다행히 큰 무리 없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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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실무만으로 부딪힌 업무의 벽, ‘후 진학’ 선택의 계기가 돼
<p >박 씨는 단순 업무를 주로 하던 업무 1년차, 2년차 때 누구보다 헌신하여 일에 매진했다. “대학도 안다녀왔고, 나이도 어리기에 실력이 없다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며 “대학은 안 갔을지라도 대졸자 후배들이 봤을 때 능력 있고 인정받는 선배가 되고 싶어 주말도 반납하고 회사 내 설비, 발전기, 발전소 위치부터 동작 과정 등 누가 시키지 않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계속해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p >부단한 노력을 인정받아 박 씨는 회사를 통틀어 최연소로 중앙제어실 운전원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 박 씨는 중앙제어실에서 새롭게 일을 배우며 기존에 반복하던 단순 업무를 넘어선 전문적 지식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설비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제가 알고 있던 고등학교 지식만으로는 운전원리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며 “막연했던 대학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시기도 맞아 떨어졌다. 재직자특별전형 제도가 요구하는 산업체 근무 경력 3년을 충족시킨 것.
<p >박 씨는 사내대학과 재직자특별전형 사이에서 고민했다. 당시 한국남동발전은 인하대와 인천대에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계약학과는 사내 직원들만 다니는 학과여서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회사와 일이 겹칠 시 출장으로 처리해주는 등 이점이 많았다.
<p >그럼에도 박 씨는 “회사를 넘어서 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틀 안에 갇힐 수 있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이에 재직자특별전형을 택했다.”고 했다. 같은 계열업종에서만 장점이 있는 사내계약학과에 가기 보다 박 씨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이에 도전을 감행했다.
<p >타 대학의 재직자특별전형과는 달리 고려대 재직자전형은 야간대학이 개설돼있지 않았고 일반 대학생과 동일한 정규 수업과정을 따랐다. 그는 “경희대, 아주대 등의 학교들은 재직자특별전형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학과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저는 일반 대학생의 학교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고려대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p >회사와 수업을 병행하기에 힘이 드는 상황이었지만 박 씨는 도전했다. 고려대는 서류로 직장상사추천서, 고등생활기록부, 4대보험 확인증명서, 재직증명서를 요구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직장상사추천서를 받기 어려워 많은 직원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이것도 못하면 뭘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으로 바로 본부장님께 찾아가 직장상사추천서를 받고 고려대 진학에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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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학업과 회사생활 병행의 신의 한수는 ‘재학기간’을 좀 더 늘리는 것
<p >3교대로 일하는 박 씨의 경우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월요일, 화요일에 야간 근무가 잡혀있는 날이면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p >그는 “초반엔 학교에서 학점을 잘 받고 싶은 생각과 직장생활을 잘 해내야 한다는 두 가지 욕심이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졌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학교 내에 설치된 학생심리 상담센터에도 방문했었다.”며 “상담 후에는 제 여건에 맞춰 학기당 학점을 조정하고 저에게 맞는 학습패턴을 익혀나갔다.”고 했다. 박 씨가 택한 해결책은 재학기간을 길게 보는 것이었다.
<p >그는 “어차피 저는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처럼 빨리 졸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박 씨는 12학점을 수강하고 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신입생 때는 학생과 직장인 역할 사이에 경계선이 모호해 정체성의 혼란이 왔지만 점점 회사일은 회사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사안 별로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p >또한 “야간근무와 시험이 겹칠 때면 상사와의 협의를 거쳐 근무 중 틈틈이 공부를 한다. 그 만큼 방학 때는 회사 일에만 전념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새롭게 경험한 이야기들도 들려줬다. 그는 “여자 친구를 사귀고 동아리생활을 하는 등 회사에서만 있었을 때는 누릴 수 없던 것들을 경험하며 생각도 넓어지고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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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지라도 항상 꿈을 잃지 마세요.”
<p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대학졸업이 당장 큰 목표고 10년차 기간에 차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선 취업 후 진학’을 꿈꾸는 특성화고 후배들에겐 “항상 꿈을 잃지 말라. 어려운 가정형편에 저에게 꿈 얘기는 배부른 소리였으나 아이러니하게 현재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 됐다.”며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누구에게는 부러운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픔과 시련 속에서도 결코 자기 자신과 꿈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내시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p >mty090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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