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대학 ‘기숙사 신축’ 문제…갈등 아닌 공감으로 해결 원하는 ‘한양 비버 프로젝트’

입력 2017-09-27 16:24   수정 2017-09-29 15:16




[캠퍼스 잡앤조이=김인희 기자/ 이유진 대학생 기자]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 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기숙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모두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이화여대, 홍익대의 경우 3~4년 전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해가 되어서야 기숙사를 완공했다. 홍익대와 이화여대의 경우 기숙사 건립 문제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려대와 한양대는 여전히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경희대는 2014년 기숙사 신축계획을 발표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동대문구가 수차례 설명회와 공청회를 진행한 뒤에야 경희대는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홍익대는 지난 2013년 주민들의 반발로 기숙사 건축 허가가 나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승소했다. 이화여대는 2014년 7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했으나 이를 반대한 주민들이 건축허가 확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대학측은 2016년 준공을 마쳤다. 

고려대는 2014년 8월 기숙사 신축을 위해 성북구청에 토지 용도변경 신청을 했으나 주민들의 잇따른 반대로 현재 보류상태다. 한양대도 지난 2015년 19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 6, 7 기숙사를 신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

매번 기숙사 신축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갈등을 겪는 이유는 주거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과 지역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대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은 공사에 따른 소음 문제와 원룸 및 고시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손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양대생, 학생들의 ‘주거권’ 공론화 본격 점화? …단순 시위 넘어 ‘우리의 문제’로 



학생들 입장에서 기숙사 신축은 포기할 수 없는 사항이다. 자취 및 하숙생활, 장거리 통학 등으로 학업 외 시간적·금전적인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양대의 경우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전체 학생의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의 학생이 상당 수임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수용률은 11%에 불과하다.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의 평균치인 19.5%에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학습권이 보장받으려면 안전한 주거권이 선행돼야한다”며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9월 초, 학생들이 중심이 돼 갈등을 풀어보겠다는 취지로 ‘한양 비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버가 나뭇가지 하나하나씩 모아 자신의 집을 짓듯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큰 목소리를 내자는 뜻이다.

이 프로젝트는 등하굣길에 서명을 받고 피켓을 드는 활동을 시작으로 인기곡 개사, 유명 광고 패러디 등의 콘텐츠를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올려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양 비버 프로젝트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최경상 한양대 부학생회장을 만나봤다.

- 총학생회가 한양대 기숙사 신축을 위해 펼친 노력은?

 



“지난 학기에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학생회는 2858명으로부터 받은 서명과 서울시 도시계획 위원회 심의 통과를 향한 탄원서 1885개를 성동구청에 전달했다. 또한 관계부처의 공무원과 시의원, 국회의원과의 면담을 진행해 기숙사 신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표명했다.”

- ‘한양 비버 프로젝트’ 소개와 이전 운동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같은 노력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지속됐다. 기숙사 신축 건이 상정되지 못했고, 지금까지 해 온 활동들을 재정비해서 9월부터 시작한 운동이 바로 ‘한양 비버 프로젝트’다. 이전에 한 활동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더 많은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우들, 주변 지인에 해당하는 나의 친구, 선배, 후배의 문제에 공감하는 학우들이 모여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서명운동에 3000명이 안되는 인원이 모였다면 이번 활동에서는 4일 만에 목표 서명 인원수인 4000명을 훨씬 넘어섰다. 목표를 5000명으로 변경할 정도다.”

- ‘한양 비버 프로젝트’의 활동은 단순히 기숙사 신축의 목표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이 프로젝트의 주체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 받지 못해서 학습권을 침해 받는 학우들이 많다. 그러나 학생들의 주거권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하다. 이번 활동에서 제 1의 목표는 기숙사 신축을 통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주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공론화되는 것이다. 또 학우들의 힘이 모이면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이후에 발생하는 다른 사안이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길 것이다.”






-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은 없나?

“기숙사 신축이라는 사안 자체가 학교와 지자체의 협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생들이 왜 주거권을 보장 받아야 하고, 왜 기숙사가 절실한 지를 사근동 주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사법적인 대응보다 우선이라고 본다. 인근 자영업자와 주민들이 기숙사가 없어 힘든 대학생들을 자신의 자녀, 친구,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기숙사 신축의 필요성에 공감해주길 바란다. 사법적 대응은 더 큰 마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생각해야할 문제라고 본다.”

-앞으로 기숙사 신축을 위해 진행될 ‘한양 비버 프로젝트’의 추후 활동 계획이 있나?

“아직 더 이상의 계획은 없다. 9월 20일에 있을 심의 위원회에 ‘한양 비버 프로젝트’의 일원들이 다 같이 서울 시청에 가서 지금까지 모인 학우들의 서명과 의견들을 내려고 한다. 탄원서나 서명 제출에 그치지 않고, 소규모 동아리들의 공연도 보고 식사도 하며 가을 소풍 분위기의 즐거운 형태로 진행하려고 한다.”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숙사 신축이 결국 대학생만을 위한 문제,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가까운 미래에 사회에 나가 좋은 역할을 할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 받을 수 있게 지금의 기성세대 분들이 조금씩 양보해주시고 공감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이 문제가 학생들과 지역 주민 분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kih08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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