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 이도희 기자/이정식 대학생 기자] ‘수능대신 세계일주’의 저자 박웅 씨는 수능대신 세계일주를 선택했다. 수능이 채 시작되기도 전인 고3 때 그는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단돈 350만원을 들고 141일간 홀로 세계여행을 한 안시내 씨도 있다.
이렇듯 청년들의 ‘혼자’ 문화가 최근 여행으로까지 확산했다. 여행사의 1인 항공권 예약률이 증가하고 있고, SNS에는 ‘혼행기’가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아직 ‘혼행’은 제약이 많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혼행은 정말 어렵고 무서운 것일까. 20세 혼행러 박현규 씨를 만나봤다.
- 자기소개 해 달라.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여행 다니길 좋아했고, 글과 사진으로 여행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고딩 혼자 3박4일 제주여행’ ‘고딩 혼자 2박3일 순천&여수 여행’이라는 콘텐츠로 ‘여행에 미치다’에 소개된 적 있고, ‘스무 살 혼자 떠난 크로아티아 여행’이라는 콘텐츠로 ‘오빠랑 여행갈래?’와 ‘유럽, 어디까지 가봤니?(여행 사진으로 소개)’, ‘인사이트 트래블’과 같은 여행 커뮤니티에도 나갔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을 즐기고,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과, 여행하며 쓴 글들을 활용해 여행기 콘텐츠를 만드는 ‘셀프 콘텐츠 에디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 지금까지 혼자 다녀온 여행지는?
“혼자 여행한 곳들은 국내엔 서울, 제주도 3박4일, 통영 2박3일, 순천&여수 1박3일, 단양 당일치기, 강릉&평창 1박2일, 대구 무박2일. 해외는 크로아티아 7박10일이 있다.”
- 혼행을 즐기게 된 계기는?
“성격 자체가 ‘마이웨이’를 즐기는 편이다. 처음 충청북도 단양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혼자 갔는데 주변에 ‘내가 모르는, 그리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서 좋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그 상황이 좋아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게 됐다. 그 시간과 감정을 내 자신에게 쏟아 부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여행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처음에는 여행경비를 부모님께 받았지만 요즘은 아르바이트로 자체 해결한다. 주변에서 여행을 자주 다니니까 ‘금수저’라고 말하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모님께서도 돈 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여행을 지원해주셨다.”
- 여행기를 작성하는 노하우가 있나?
“여행을 준비할 때 도움 됐던 정보들과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쓰려고한다. 이곳을 여행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하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가 되고,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거라 믿는다. 포토샵을 다룰 줄 몰라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비율 조정, 이미지 저장 기능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SNS에 적합한 카드뉴스형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 사진 촬영 실력이나 여행 팁 구성이 좋은데 따로 공부를 하나?
“실제로 사진을 따로 배웠는지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독학이다. 잘 찍진 못하지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SNS 그룹에 가입해 잘 찍은 사진을 많이 봤다. 구도를 따라하거나 보정 어플로 여러 설정 값을 건드려보면서 좋아하는 느낌을 찾았다. 여행 팁도 SNS 여행 그룹에서 많이 얻었다. 경험자에게 코스나 여행 팁, 맛집 등의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코스를 짜고 일정을 계획했다."
- 혼행의 매력은?
“마음이 편하다. 친구들과 가면 코스, 숙박, 맛집 등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 정리해야 한다. 또, 여행하는 동안에는 친구들의 상태나 기분에 맞춰서 어렵게 짜온 일정을 일부 수정하기도 하고.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하고 싶은 대로, 발이 가는 대로 여행할 수 있어서 좋다.”
- 여행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지난 7월에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유독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직원이랑 하루 동안 친해지고 체크아웃을 할 때 ‘이 곳에서의 여행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데, 생각나는 말이 ‘Good!’밖에 없더라. 그래서 계속 웃으면서 굿! 리얼리 굿! 이렇게만 외쳤다. 영어를 배워서 제 생각을 더 자유롭게 말하고 싶고,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 여행을 다녀온 뒤 직접 찍은 사진이 담긴 엽서, 책갈피, 가방 등의 상품을 만드는 걸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만드는 이유는 ‘내가 좋아서’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여행 사진을 휴대폰 갤러리에, 카메라 메모리에만 저장해두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안 보게 되는데, 그런 사진들을 내 눈앞에 둘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더 오래 추억하는 게 좋아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주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해주는 게 기뻐서 계속 만들게 되는 것 같다.”
- 혼자 여행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경로는?
“주로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에서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여행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행을 온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이유를 공유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친해지게 되는 것 같다. 또, 국내의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은 게스트들끼리 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들을 준비해준다. 일몰투어, 일출투어, 파티 등등. 실제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커플이 되고 결혼까지 한 사례들도 종종 봤다.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유명 관광지 등에서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서 친해지기도 한다."
- 여행하면서 겪게 된 위기상황이 있었다면?
“크로아티아 여행 둘째 날, 예약해 둔 버스를 5분 간격으로 놓쳤다. 예약했던 버스가 막차였고, 숙소도 이미 결제했기 때문에 ‘큰일났다’는 생각도 안 들고, 멍해졌다. 그때 어떤 크로아티아인 아저씨가 오더니 마침 택시 기사라며 그 버스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차질 없이 스플리트에 도착했고, 그 이후의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가 아니었다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 아직 혼자 여행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스무 살의 여행가로서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한마디를 해준다면?
“여행을 여러 번 다녔지만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준비할 땐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때가 많다. ‘위험하진 않을까’ ‘영어회화는 잘 할 수 있을까’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어떡하지’ ‘중간에 너무 힘들면 어떡하지’ 등등 많은 생각 때문에 ‘가지 말까’라는 고민도 하는데, 막상 떠나고 나면 그런 걱정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부딪혀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걱정을 하더라도 일단 해보고 나서 걱정했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으니 잘 준비해보면 된다. 개인적으론 식비를 최대한 아끼는 편이다. 여행하면서 밥을 먹을 땐 ‘그냥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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