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순이’라 불리던 아이돌 팬덤… 이제는 K-POP 산업계 큰 손

입력 2017-10-17 15:45   수정 2017-10-20 09:24




△사진= 한국경제DB, 해당 기사와 무관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이지은 대학생 기자]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지난 2002년 ‘한류 1.0세대’를 시작으로 현재 중국과 동남아시아까지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K-POP’의 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한류 3.0세대’의 중심축이 됐다. 특히 ‘K-POP’문화의 주 소비층인 여성들에게 문화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빠부대’ → ‘빠순이’, 아이돌 팬덤의 역사

아이돌 문화는 힙합, EDM 장르와 함께 고급스럽지 못한 장르, 소위 ‘하위문화’로 취급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소비하고 즐기는 여성들은 시대에 따라 여러 단어로 불려왔다. 가수 조용필에게 열광하던 여성 팬들을 ‘오빠부대’라 칭하던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오빠부대는 ‘빠순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성들을 지칭해 ‘빠순이’라 부르는 것은 아직도 아이돌 문화가 ‘하위문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 문화의 주 소비층인 여성 팬덤에 대한 비하가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이돌 문화가 더 이상 비주류로 치부되기엔 한류 산업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 이들을 ‘오빠부대’, ‘빠순이’같은 비하적인 시선보다는, 아이돌 팬덤이 어떤 방식으로 K-POP산업의 성장에 기여를 하는지에 주목할 필요성도 생겨나고 있다.



△(위)아이돌 NCT127 팬이 수집한 음반 (아래)아이돌 엑소(EXO) 팬이 수집한 음반 속 포토카드






앨범 구매부터 음원 스트리밍까지…음반 업계의 큰 손 ‘빠순이’

1990년대에 강세였던 한국의 음반 시장은 2000년대를 지나며 고전을 겪게 됐다. 그러나 사장되다시피 추락한 한국 음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 ‘아이돌 팬덤’이다. 아이돌 팬 사인회의 응모권을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해야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신인 아이돌의 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3~5장의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 인기 아이돌의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50~60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도 있다. 

음반뿐 만이 아니다. 아이돌 팬덤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원이 차트 상위권 순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모바일 음원 사이트의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관례다. 이와 함께 음원 다운로드와 음원을 실시간으로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기록이 가수의 차트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음원 이용권을 결제하는 팬들도 있다. 

한 아이돌 팬인 이지연(가명) 씨는 “일각에서는 팬들의 음반 및 음원 사재기가 제작사와 소속사의 상술에 당하는 것이라거나, 과소비를 한다는 비난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반 안에 함께 들어있는 ‘포토카드’를 수집하고, 이를 팬들끼리 교환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팬 활동의 묘미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아이돌 엑소(EXO)의 소속사 공식 굿즈 응원봉 (우)엑소(EXO)의 비공식 굿즈 인형. 팬이 직접 제작한 굿즈


홈마, 굿즈 등… 팬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2차 문화

1세대 아이돌인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했던 시기에 팬 문화 산업은 소속사가 공급하는 굿즈를 구매하는 식의 일방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이후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 빅뱅을 거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팬이 주축이 되어 이들이 직접 생산하는 문화와 굿즈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다. 이들은 고성능의 카메라를 보유해 아이돌의 사진을 찍고 이를 보정하여 자신의 페이지에 업로드 한다. 홈마가 촬영한 사진 대부분이 퀄리티가 높아 이 사진을 열정적으로 소비하는 팬들이 많다. 또 홈마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과 영상물을 주제로 별도의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소속사 중심의 1차 생산에서 팬 중심의 2차 생산까지 문화 산업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또 그림 실력이 뛰어난 팬들은 직접 ‘팬 아트’를 그리거나, 아이돌의 모습을 캐릭터화 시켜 인형을 제작하기도 한다. 아이돌 팬들은 업체를 선정해 인형을 제작하고, 수차례 공동 구매를 진행하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 멤버 카이의 모습을 본뜬 인형 ‘곰인이’는 그중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홍익대 부근에는 이 인형의 옷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이 생기는 등 팬이 주축이 되어 생산한 2차 문화가 어느새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다.

사생팬 등 고질적인 문제점도 있어… 팬들 스스로 자정운동에 나서기도 해

아이돌 팬덤 안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는 존재한다. 홈마의 지나친 사진 촬영과 아이돌의 사생활까지 과도하게 쫓아다니는 팬을 일컫는 ‘사생팬’이 그 예다. 홈마들이 공항 사진과 가수의 출퇴근길 모습까지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아이돌이 편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매순간 긴장상태에 있게 된 것도 그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끊임없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최근에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2차 생산물은 소비를 자제하자’는 의견과 함께 자정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아이돌 팬덤 문화, 여타 취미생활과 다르지 않아요"

우표를 수집하는 우표 수집가들은 수백 개의 우표를 모으고, 고서(古書) 수집가들은 오래된 책들을 계속해서 모은다. 그러나 아이돌 팬덤이 음반을 수집하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과소비 내지는 현명하지 못한 행위로 폄하되고 있다. 또 다른 아이돌 팬인 유은영(가명) 씨는 “아이돌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매하는 것 역시, 다른 수집가들과 다를 바 없는 취미생활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아이돌 문화는 10대를 타깃으로 한 문화이기 때문에 그 수준자체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유 씨는 “청소년이 소비하는 문화는 질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 담겨있는 일종의 청소년 혐오와도 연결 될 수 있다”면서 “아이돌 문화는 10대 뿐만 아니라 20~30대 여성도 활발하게 향유하고 있으며 그 이상 연령대의 팬들도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아이돌 팬덤 문화를 10대 소녀만의 전유물로만 봐서는 안 되며, 하위문화라고 폄하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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