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SPEC태클 전형, 소속 학교 암시해도 ‘탈락’…업무 실전 뺨치는 PT

입력 2017-11-15 15:23   수정 2017-11-16 09:27




[캠퍼스 잡앤조이 = 김인희기자] 최근 롯데그룹이 SPEC태클(이하 스펙태클) 전형 설명회를 열었다. 스펙태클 전형 도입 이후 설명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업시장에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불면서 스펙태클 전형이 더 주목받고 있다.

스펙태클 채용설명회는 지난 11월 9일 건국대 법학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설명회는 최근 진행중인 인턴십 채용과 관련해 관심이 집중됐다. 행사에서는 △스펙태클 채용 담당자의 전형소개 △스펙태클 채용으로 입사한 ‘선배사원의 입사 성공기’ △‘선배사원과의 밀착 멘토링’ 등의 시간이 마련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2017년 롯데그룹 동계 인턴십 신입사원 모집’ 및 ‘롯데그룹 SPEC태클채용’을 통해 인턴사원을 모집한다. 롯데그룹에서는 총 23개 계열사에서 일반 전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이와 별도로 15개 계열사에서는 SPEC태클채용 전형으로 채용한다. 

롯데지주 홍보팀 이경수 책임은 “롯데그룹의 채용은 계열사 및 직무 특성에 따라 일반전형(90%)과 스펙태클 전형(10%)으로 나뉜다”며 “회계, 영업관리와 같이 일반적인 직무는 비용·시간적 측면을 고려해 일반전형으로 채용하고, 백화점 MD 등과 같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는 스펙태클로 채용중”이라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스펙 필요 없다…제출과제, 회사에 대한 ‘관심’· ‘현실가능성’ 중요





모두가 똑같은 스펙 쌓기에 지쳐 있을 때, 롯데그룹이 독특한 채용방식으로 취준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지난 2015년 도입된 롯데 스펙태클 전형이다. ‘화려한 볼거리’(Spectackle) 뜻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올해 3년째인 스펙태클 전형과정은 지금까지 총 6회를 진행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10여개 계열사가 상반기·하반기 스펙태클 전형을 통해 뽑은 인원은 △2015년 220명 △2016년 220명 △2017년 상반기 100명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15개 계열사에서 총 100여명을 뽑는다.

<롯데 SPEC태클 채용절차 >

서류전형 ▷ L-TAB(조직적합도검사) ▷ 면접 전형 ▷ 건강검진 ▷ 입문 교육/인턴십

*A-grade 신입채용:면접전형 후 입문교육

*인턴십: 면접전형 후 인턴십, 최종면접, 입문교육

스펙태클의 서류전형은 공정성을 위해 실무팀장으로 구성된 현업전문가 집단이 평가한다. 면접전형은 직무 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직무면접’,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는 ‘선택면접’으로 나눠진다. 

스펙태클 전형에서는 지원분야에 대해 간절한 사람을 찾는다. 단순히 열정만 강조하기보다 직무에 대한 열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 제출 과제 등을 통해 자신의 스펙과 관련한 사항을 기재하면 스펙태클 전형 취지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경수 책임은 “스펙태클 전형의 장점은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지원자, 단순 취업을 목표로 하는 지원자들을 평가할 때 허술한 부분이 바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 학교를 알 수 있는 사항을 표시하거나 스펙 관련 사항을 언급해 면접 자리에서 바로 탈락된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펙태클 채용에 참여한 면접관은 ‘스펙태클 채용은 기존 면접방식보다 개인의 역량이 확실히 드러나 평가하기 수월했고, 지원자들의 준비성 및 태도 역시 뛰어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롯데그룹 채용 담당자·홍보팀 관계자 Q&A

- 서류접수 및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이름, 이메일, 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홈페이지에 기재해 서류를 접수합니다. 실무팀장으로 구성된 현업전문가 집단이 첨부문서 형태의 제출 과제를 평가하게 됩니다.”

- 올해 하반기 스펙태클 전형을 진행하는 계열사들은 어떤 직무를 모집하나요?

“계열사별 모집 직무는 롯데칠성음료(마케팅), 롯데월드(컨텐츠기획, 공연기획, 어트랙션개발), 롯데시네마(영화관운영), 롯데정보통신(신사업기획), 롯데백화점(MD), 롯데마트(식품·비식품 MD), 롯데하이마트(UX/UI), 롯데슈퍼(온라인MD, 온라인마케팅), 코리아세븐(PB디자인), 롯데건설(건축영업, 주택영업) 등 입니다.”




- 제출과제 형태와 직무별 주제는 어떤 식으로 나오나요?

“지원한 계열사와 직무와 관련된 주제를 보고 기획서 또는 제안서 형태로 제출하면 됩니다. 주제는 필수주제와 선택주제로 나눠집니다. 주제는 새로운 캠페인 전략, 마케팅 제안서, 콘텐츠 아이디어, 신규 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기획서 등을 제시합니다”

주제 예시)

롯데칠성음료 : 칸타타 음료의 ‘디지털마케팅 캠페인 전략 및 운영안’

롯데시네마 :‘모바일 서비스 컨셉 및 타겟고객에 대한 콘텐츠 아이디어’

롯데마트 : 롯데마트 식품 MD로서 어떤 상품들을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싶은가

롯데슈퍼 : ‘4차산업혁명(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상황에서 롯데슈퍼의 새로운 방향 및 사업’

- 경쟁률은 어떤가요?

“지난 2016년 하반기 기준 서류 전형 경쟁률은 12:1을 기록했습니다. 일반전형인 동계인턴십 신입사원 모집의 경우 47:1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낮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조건 지원할 수 없는 전형이기 때문에 ‘허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죠. 또 일반공채는 L-TAB에서 갈리기 때문에 서류합격률을 이전보다 12배 이상 높인 것도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입니다”

- L-TAB(조직적합도검사) 응시는 어떻게 보나요?

“스펙태클 전형은 일반 공채와 달리 적성검사를 제외한 인성검사(조직적합도검사)만 응시합니다. 인성검사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됩니다.”

- 평소 관심 가져온 부분들 기획 아이디어로…이전보다 직장·직무 ‘만족도’ 높아 

롯데그룹에 따르면 스펙태클 전형을 통해 입사한 직원이 기존 공채·인턴 채용으로 선발된 직원보다 사내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인사담당자는 “스펙태클 채용을 통해 선발된 사원들은 업무 적응도 및 업무의지가 우수하게 평가되는 등 현업부서에서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펙태클을 통해 합격한 신입사원들은 스펙태클전형을 통해 입사해 맡은 직무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설명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에게 스펙태클을 준비한 과정과 노하우를 발표했다.

롯데월드 김서현 사원은 지난해 하반기 스펙태클전형에 합격해 상품팀에 입사했다. 디자인 계열을 전공한 그는 여러 회사에 지원했지만 수차례 불합격했다. 그러던 중 롯데그룹의 스펙태클 전형을 알게 됐고, 직접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먼저 그는 전공에 맞는 주제로 ‘캐릭터 상품 제안’을 선택했다. 그리고 1주차에는 시장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2주차 때는 기획서를 작성하고, 자기소개 영상을 만들었다. 

김 씨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밥을 재밌게 먹을 수 있는 ‘놀이형식 식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롯데월드의 캐릭터를 입힌 식판 제작 기획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롯데시네마 나예은 사원은 평소에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영화관 아르바이트, 영화 동아리 등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관심분야를 살려 롯데시네마의 스펙태클전형 과정에 도전했다.





나예은 사원은 “꾸준한 관심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나만의 스펙이 될 수 있다”며 “뛰어난 개선을 이룰 수 없더라도 단체생활 중 어려움을 느낀 점 등에 대해 고민하고 제안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안에 대해 “제출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의 방향으로 서비스 타깃층을 분명히 설정해야 기획의 방향이 달라진다”며 “현장을 방문해 타사와 비교해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백업데이터를 활용해 ‘현실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박은영 사원은 브랜드 매니저의 꿈을 갖고 브랜드와 관련한 강의, 활동, 학회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롯데백화점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할 당시 ‘펫사업’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미래사업부문 사내공모에서 채택되기도 했다.

그는 “서류전형에서는 나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스펙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강조해야 한다”며 “면접에서는 팀 활동에서 갈등이 있었는지,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하는지 등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지에 대해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발표자 중에는 경력직 사원도 있었다. 롯데정보통신 김현태 사원은 제조관리직에서 일하다가 직장을 그만뒀다. 코딩에 관심이 생긴 그는 코딩교육을 받아 공부했고, 롯데정보통신의 스펙태클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전 직장과 비교했을 때, 두 번째 직장에서 업무·역량·조직적응 측면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류전형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개발역할 및 기여도가 중요하다”며 “면접전형 중 기술면접에서는 개발시험 내용 중 미흡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롯데정보통신은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스펙태클 전형에서 프로그램 코딩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했다. 채용 담당자는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프로그램 개발 역량 평가에서 지원자들이 업계 4~5년 차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 면접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고 말했다. 

kih08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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