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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훈맹정음 프로젝트팀. 사진 맨 왼쪽부터 주예빈, 유경민, 황지수, 이수현, 김도현 씨.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오유진 대학생 기자]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료 자판기. 바로 이 자판기에서 다른 이들은 스쳐 지났을 문제점을 발견하고, 특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유경민(경제학), 김도현(경영학), 황지수(식품공학) 주예빈(경영학), 이수현(저널리즘 전공) 씨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길 잃은 이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일곱 개의 별 북두칠성이 있다면, 빛 잃은 이들에게 세상을 밝히는 여섯 개의 점 훈맹정음이 있다’를 모토로, 세상을 밝히기 위한 ‘인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서울여대 ‘훈맹정음’을 만났다.
-‘훈맹정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서울여자대학교의 <바롬인성교육 3>은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한 학기 동안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이다. 우리 팀이 수강하고 있는 ‘인권’ 주제의 수업 외에도 ‘여성의 행복한 삶’, ‘환경’, ‘다문화’, ‘북한’ 등 다양한 주제의 수업이 진행된다. ‘훈맹정음’ 팀의 구성원은 모두 ‘인권’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어 이 수업을 택했다.
훈맹정음 프로젝트는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 ‘손끝으로 읽는 교실’, 그리고 곧 진행할 예정인 ‘손끝으로 읽는 세상’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는 대학 자판기에 음료 이미지와 캠페인 설명 문구를 부착하는 캠페인으로, 11월 4일부터 국내 10여 개의 대학이 장애 인권 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음료명을 점자로 제작해 부착하기도 했다.
‘손끝으로 읽는 교실’은 초등학교에 장애인식교육과 점자제작활동을 제안하는 캠페인이며, ‘손끝으로 읽는 세상’은 일명 ‘스토리펀딩’ 캠페인으로, 대학 내에서 진행했던 첫 번째 캠페인,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두 번째 캠페인보다 범위를 넓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점자 스티커를 배포하는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유경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학기 초 수업시간에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논란이 있었는데 우리 팀원들은 평소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사태가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학교’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때부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게 됐는데, 우연히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니 형형색색의 간판과 그곳에 적힌 무수히 많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와 동시에 2015년에 봤던 캔 음료 위에 점자가 ‘음료’라고만 쓰여져 있어 점자 표기의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떠올랐다. ‘점자 병기의 부족’과 ‘잘못된 점자표기’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를 파악한 뒤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고, 가장 큰 변화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다.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시각장애인의 인권’과 ‘점자 병기 부족’은 문제인식이 절실한 부분이라고 확신했다. 그 때부터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캔 음료와 접근성이 높되, 우리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자판기’를 떠올렸다. 자판기에 점자를 표기함으로써 ‘점자 병기 부족’의 문제를 짚고, ‘음료’라고만 적힌 음료 이미지로 ‘잘못된 점자 표기’의 심각성을 제기하고자 했다.”(유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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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자판기에 점자 스티커를 부착하는 모습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설명해 달라.
“훈맹정음 프로젝트의 진행 순서는 앞서 말씀드렸듯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 ‘손끝으로 읽는 교실’, ‘손끝으로 읽는 세상’ 순으로 이뤄진다. 그 중에서 손끝으로 읽는 자판기 프로젝트는 시범적으로 서울여대 내 건물 당 각 2대의 자판기를 선정해 점자를 제작·부착했고, 이 자료를 토대로 각 대학의 장애인권 관련 동아리에 기획서와 제안서를 보냈다.
동참의사를 밝힌 총 10개의 대학(강원대, 건국대, 명지대, 서울여대, 성공회대, 숙명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연세대, 중원대)이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 대부분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프로젝트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많은 관심을 받은 덕분인지 여러 대학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손끝으로 읽는 교실 프로젝트는 시범적으로 송호초등학교에서 장애인식교육과 점자 제작체험을 진행했고, 소감문을 바탕으로 교육세부계획안을 구축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수업을 진행하시는 담임선생님에게 수업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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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포스터
-언론의 주목도 받고, 많은 대학이 참여하게 되면서 뿌듯함을 느꼈을 것 같다.
“프로젝트 진행 초기에는 사실 ‘과연 수업에서 시작한 우리 프로젝트 팀을 신뢰하고 동참해줄까?’란 의심이 있었는데, 우려와 달리 총 9곳의 대학에서 참여 의사를 밝혀와 11월 4일 ‘점자의 날’을 전후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벅차올랐다.
특별히 이화여대 장애인권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에서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히며, 좋은 아이디어까지 공유해주신 덕분에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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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장애인권자치단위가 만든 ‘틀린그림찾기’ 자료
또 서울여대 ‘훈맹정음’을 포함한 10개 대학이 여러 의견을 공유했고, 타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또 어떻게 진행하면 더 좋을지 등을 나누며 프로젝트가 사회로 점점 확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타 학교와 함께 진행하며 연대의 힘을 체감했다.”(황지수)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손 끝으로 읽는 자판기’ 캠페인에 앞서 서울여대에서 먼저 시범 운행을 했는데, 자판기 관리자에게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고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관리자분들은 ‘점자’ 부착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주었지만, ‘음료 도안’을 장기간 부착할 때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틀간 한 대의 자판기에 ‘음료 도안’을 부착할 것을 허락해주셨는데, 현재는 서울여대 내 총 10대의 자판기에 점자가 부착되어 있는 상태다.
또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 할 때 점자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점자를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코팅지와 샤프를 이용해 요철을 내는 방법으로 제작했는데, 요즘은 실제 시각장애인분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점판, 점필, 점자 모텍스테이프로 제작하고 있다. 특히 점자는 붙이는 방향에 따라 읽기용, 쓰기용이 정해지기 때문에 조합-제작-확인까지 신중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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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로 음료를 표기하는 장면
여러 언론과 유명인의 관심이 집중되자 댓글로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는데, 캠페인의 대상이 ‘자판기’와 ‘캔음료’라는 수단에만 집중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음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원치 않는다’, ‘배려에는 비용이 따른다’, ‘좋은 아이디어이나 실현 가능성이 없다’ 등의 댓글을 보면서 자판기와 캔 음료는 본 목적인 ‘점자확산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위한 캠페인의 도구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주예빈)
-사회 인식의 변화 뿐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내내 팀원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했고, 생각도 더 깊어졌다. 프로젝트 초기만 해도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의 글자라는 것,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점자가 많다는 것 정도의 추상적인 문제인식과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느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사회에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점자 구성 원리, 점자 환경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자판기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사회 시설물까지 점자가 확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훈맹정음 팀원들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더 큰 목소리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프로젝트를 실행해나갈 계획이다.”(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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