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한 병 더' 고든 램지에게 카스를 마시게 한 사람은?

입력 2017-12-08 13:09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지난 9월 말 공개된 오비맥주의 ‘카스’ 광고에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등장했다. 광고 속 고든 램지는 고깃집에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능청스럽게 ‘이모, 한 병 더’를 외쳤다. 

‘화제성’만 놓고 보자면 2017년 최고의 광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는 론칭 직후 SNS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특히 독설가로 유명한 고든 램지가 카스, 그러니까 한국 맥주를 마시고 “Bloody Fresh(끝내주게 신선하다)”라고 말한 것에 많은 이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만큼 ‘고든램지가 자본주의에 굴복했다’며 한탄한 이들도 있었다. 해외에서는 국내의 이러한 반응을 앞다퉈 소개하기도 했다.   

광고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지만, 카스와 고든 램지의 컬래버레이션은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카스는 지난 3년간 꾸준히 브랜드 선호도가 상승했는데, 특히 이번 고든램지 캠페인을 기점으로 1994년 제품 출시 이후 가장 좋은 브랜드 지표를 나타냈다. 

남은자 오비맥주 마케팅 코어브랜드팀 상무는 “카스는 수많은 국내 맥주 중 하나다. 취향과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우리 맥주를 좋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덜 좋아하는 사람들이 활발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영향을 받아, 좋아하 사람들이 흔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남은자 오비맥주 마케팅 코어브랜드팀 상무 (사진 = 서범세 기자)

오비맥주의 모델 섭외 요청에 고든램지가 가장 먼저 물어본 것 

오비맥주의 브랜드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남 상무는 삼성전자, 필립스전자 등을 거쳐 지난 2007년 오비맥주에 입사했다. 마케팅 부문 신제품 전략 및 개발팀장으로 입사 후 그가 개발한 맥주 브랜드만 10여개에 이른다. 남다른 추진력과 그로 인한 성과로 오비맥주 역사상 첫 여성임원(내부 승진 케이스)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줬다. 

남 상무는 이번 광고를 통해 ‘한국 음식과 카스의 좋은 조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겹살, 치킨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음식 중에는 기름지고 양념이 강한 것이 많다”라며 “이런 음식에는 신선한 카스가 좋은 조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광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보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고려한 것은 외국인 모델이었다. 너무 익숙해 스스로 잊고 있던 장점을 제3자의 입을 통해 들었을 때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효과를 떠올린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끔 한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인지도, 전문성, 진실성 등 3가지 측면에서 딱 맞는 사람을 고민했죠. 그저 유명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조지 클루니가 맥주와 음식의 조합을 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잖아요. 한국 음식과 카스의 콤비네이션에 대해 전문적으로 말해줄 사람을 원했죠. 또 모델료만 준다면 어떤 말이든 다 해주는 모델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지난 2년간 카스가 유명인 모델을 지양한 이유이기도 하죠. 단순 모델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대신 말할 수 있는 진실성이 있길 바랐습니다. 이 모든걸 고려했을 때 떠오른 사람이 고든 램지였어요. 하지만 섭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더라고요.” 



△ 남은자 오비맥주 마케팅 코어브랜드팀 상무 (사진 = 서범세 기자)

남 상무는 고든 램지는 국내 광고 모델과는 접근 방법부터 완전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국내 광고 모델은 보통 촬영 일정과 모델료 조율이 우선이다. 하지만 고든 램지는 카스의 섭외 요청에 ‘어느 나라의 어떤 제품이냐, 그 제품에 대한 설명서를 보내라’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본인이 확신을 갖는 브랜드일 경우에만 섭외에 응할 것’이라 답했다. 

“카스가 가진 브랜드 정신, 특징 등을 자세히 설명했어요. 다행히도 고든 램지는 한식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죠. 유럽에서는 한식이 ‘건강식’으로 포지셔닝돼 인기를 끌고 있거든요. 평소 한식당을 즐겨 찾던 고든 램지가 식당에서 마셨던 맥주가 카스였죠. 고든 램지 측에서는 ‘그런 브랜드라면 한 번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어요. 단, 전제 조건이 있었어요. ‘나는 시키는대로 하는 앵무새가 아니다. 내가 판단하고 의견을 말한다’라는 것이었죠. 저희는 ‘카스를 마시고 당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말해달라’ 외에는 아무것도 주문할 수 없었어요. 그 이상의 협의는 어려운 상황이더라고요. 절대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에요.(웃음)”

숟가락으로 병뚜껑 따기 이벤트 1등한 고든램지 

고든 램지는 촬영장에서도 콘티나 스크립트도 보지 않았다. ‘스크립트’라는 말 자체를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들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가 어떤 말을 하게 될지 몰라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촬영 중 ‘매운 음식에는 프레쉬한 테이스트가 어울린다. 그레이트 비어다’라는 말을 했어요. 하지만 그 말을 카스에 대한 ‘칭찬’이라고 해석하진 않아요. 그저 개인의 ‘의견’일 뿐이죠. 개인의 취향은 모두 다르잖아요. 하물며 고구마 하나를 봐도 누구는 밤고구마를, 누구는 호박고구마를 좋아하죠. 맥주 취향도 마찬가지고요. 고든 램지는 광고 속에서 카스를 칭찬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이에요.”  



오비맥주는 주 소비자층인 20대가 고든 램지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레시 원정대’도 모집했다.  고든 램지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후 ‘고든램지를 만나고 싶다’는 메일이 오비맥주 측으로 쇄도했기 때문이다. 

치맥(치킨+맥주) 원정대 20명과 삼맥(삼겹살+맥주) 원정대 30명 등 총 50명의 프레시 원정대를 모집했다. 남 상무는 “경쟁률이 굉장히 치열했고, 여기저기서 로비까지 들어와 난감했다”며 웃었다. 

“고든 램지는 저희와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오래 젊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어요. 특히 한국의 술게임을 굉장히 흥미로워했죠. 프레시 원정대로 참석한 친구 중 요리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는 개인 명함도 직접 전달했더라고요. 저도 매니지먼트 명함밖에 못 받았는데 말이죠.” 

‘고든 램지의 재발견’에 대한 제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특히 맥주병 뚜껑을 숟가락으로 따는 한국의 재미있는 술 문화를 배우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고 한다. 학습력이 어찌나 뛰어난지 프레시캡 데시벨 이벤트(병뚜껑 따는 소리의 데시벨을 측정해 선물 증정)에서 1등을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사진 촬영을 할 때는 얼굴이 작아보이려 슬쩍 고개를 뒤로 빼기도 하고, 광장시장을 방문했을 때 열렬한 환호를 받고는 감격해 SNS에 사진을 잔뜩 올리기도 했다.  

“고든 램지는 카스의 모델로는 가장 고령자이기도 해요. 광고 모델을 브랜드의 얼굴이라 생각하기보다 우리의 메시지를 신뢰도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기준으로 선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카스는 앞으로도 일관된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할 예정입니다. 카스에서 느껴지는 열정, 도전정신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20대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사회 안에서 카스가 줄 수 있는 가치까지 고민해보려합니다.”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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