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직업 도전기①] 알바로 350만원 모아 141일간 세계 여행..여대생 여행작가 안시내

입력 2017-12-15 11:35   수정 2017-12-22 09:07


[캠퍼스 잡앤조이=이영규 인턴기자] 여행은 갑갑한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탈출구다. 탁 트인 전경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발걸음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모두가 한번쯤 여행을 꿈꾸고 희망하지만 바쁜 일상 속 선뜻 여행을 떠나기란 쉽지 않다. 늘 새로운 풍경을 보며 혼자만의 자유를 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여행작가'가 인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물 다섯의 안시내 씨는 총 세 권의 책을 낸 여행작가다. 평소 여행을 좋아한 안 씨는 SNS를 통해 여행후기를 공유했다. 많은 네티즌이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더 많은 이들에게 여행을 알리고 싶다는 목표로 안 씨는 책을 내기 시작했다. 평소 가보지 못한 세상의 동경인지 그의 책에 공감해서 인지 모르지만 발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단 기간 매진되는 등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안 씨는 여행작가의 타이틀보단 스스로를 ‘여행 인플루언서’라고 말한다.






[PROFILE]

안시내 여행작가( 서울시립대 4) 

2017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

2015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2015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알바비 350만원으로 떠난 141일간의 여행

안 씨는 서울시립대 환경조각 전공생이다. 미대생인 그가 작가라니. 의아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안 씨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등단한 시인이었던 어머니로부터 항상 글쓰기 교육을 받아온 그는 무엇을 하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습관이 됐다. 어린시절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책에서만 보던 조그만 사진 속 세상이 궁금했던 안 씨는 여행에 대한 특별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여행을 보다 쉽게 소개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고 해답은 ‘글’이라고 판단했다.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안 씨는 22살에 곧바로 휴학을 결심했다. 휴학기간 동안 여행을 목표로 돈을 모았지만 몸이 안 좋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내니 350만원이 남았다. 그 돈을 가지고 말레이시아, 인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태국 등 여러 나라로 141일 간의 여행을 떠났다. 

“350만원으로는 제가 계획한 나라들을 가기는 무리였죠. 그래서 최대한 아꼈어요. 항공은 가장 싼 특가로 105만으로 티켓을 끊었고, 틈틈이 히치하이킹이나 버스, 카풀 등을 이용해 이동경비를 줄였죠. 유럽 지역에서는 무료로 숙식장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카우치 서핑을 이용해 숙박비를 아낄 수 있었어요”









SNS로 시작한 여행후기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안 씨는 141일 간의 여행 과정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큰 기대 없이 올린 여행기는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높은 조회 수를 얻기 시작했다. 점점 인기가 많아지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보자는 연락이 왔고, SNS에 올린 작은 여행기는 책으로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망할 거란 예상으로 1200부만 펴낸 책은 하루 만에 모두 매진됐다. 안 씨는 처음 출판을 의뢰 받았을 때 스스로도 반응이 좋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안 씨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판했다. 지난 2015년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을 시작으로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의 책을 냈다. 올해 발간한 책을 제외하고는 총 4000만원의 수익을 내며 여행작가로서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금까지 낸 책들은 ‘안시내’라는 인물의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처음 낸 책은 여행작가로서가 아닌 대학생의 입장에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았어요. 일기장 형식이고 간단하게 말해서 여행 후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두 번째 책을 내려고 생각했을 때 책의 인세 전부를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기증을 결심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기부의 목적을 가지고 낸 여행기죠. 지금까지 여행을 혼자 다니다가 처음 친구랑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친구와의 여행을 통해 혼자서는 느낄 수 없던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가 제가 느낀 경험을 담은 책이에요. 여행기라기보다 안시내의 성장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여행을 하고 책을 쓰면서 저 역시 성장하게 된 거죠”




많은 이들이 안 씨의 책에 공감하고 그의 꿈을 응원했다. 점점 높아지는 인기에 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으로 부터 강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에는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며느리 모시기’에 출연하며 인기스타로 거듭났다.

“종종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요. 방송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사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나갔어요. 책을 처음 냈을 때는 정말 책만 써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분야의 일을 하는 것에 훨씬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국방FM 라디오에도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어요”



△사진=TV조선 제공

자퇴할 용기는 없지만 그대로 졸업하기도 싫은, 용기 없는 작가가 하는 작은 일탈

안 씨는 졸업을 목전에 두고 또 한 번의 휴학을 했다. 휴학을 여러 번 한 상태라 이번 학기가 끝나면 제적을 당할 상황이다. 처음에는 제적이 두려워 졸업을 서둘렀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않는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학벌을 요구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불안하다는 감정으로 서둘러 졸업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씨는 스스로 자퇴할 용기는 없지만 그대로 졸업하기도 싫은, 용기 없는 스스로가 하는 작은 일탈이라 말했다. 그러나 여행작가를 전업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 책이 대박 나도 매년 책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매년 대박이 날 수 없어 일정한 소득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여행작가의 95%가 따로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겸업작가로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여행작가가 단순히 ‘자유로운 직업’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른 일에 비해 위험부담이 큰 직업이라고 안 씨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적을 당하면서까지 여행작가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직업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저의 직업이 여행작가라는 이유도 있지만 저는 스스로 여행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여행을 하고 소개하는 일 보다는 어떻게 사람들한테 여행을 널리 전파하고 알릴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나름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이죠. 거기에 원동력을 얻어서 이 직업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죠”




화려하게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솔직한 작가

세 권의 책 출판, 4000만원의 수익, 다수의 강연 경험. 분명 스물다섯의 평범한 여대생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씨는 현재 꿈이 없다고 말했다. 

“저는 이미 꿈을 다 이뤘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던 삶은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제가 행복하다고 느낄 만큼의 일을 하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떠나는 것이었죠. 지금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 현재 삶에 100% 만족해요. 단지 목표가 있다면 독자들에게 있어 안시내라는 작가가 화려하게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솔직한 작가로 남았으면 해요. 저의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들에게 계속 성장해 나가는 안시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23살부터 시작해 책을 냈고, 저의 책에는 작가로서 성장해나가는 내용들도 담겨 있어요. 그런 부분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안 씨는 도전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작가로서가 아닌 그들과 같은 평범한 학생의 입장에서 응원의 말을 전했다.

“전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든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요. 어차피 시작하거나 포기하든 후회는 남아요. 예를 들어 세계일주를 고민한다면 떠날 때 여행비용이 아까워 후회할 것이고, 떠나지 않으면 분명히 하지 못했던 열망에 대해서 후회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결과야 어찌됐든 양쪽 다 후회하는 선택이라면 그냥 가슴이 이끄는 대로 하길 바래요. 어차피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잖아요(웃음)”



spdlqjc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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