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격납고에 전 세계 200명 모이는 국제대회 출전 “우리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입니다”

입력 2017-12-22 13:57   수정 2018-01-04 09:19


[꼴Q열전] 



△ (왼쪽부터) 이승훈, 이정욱, 김영준 씨 (사진 = 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종이비행기 함부로 비웃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온몸을 하늘에 내던진 적이 있었느냐. 자신의 몸뚱어리를 바람에 태우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만들던 저 종이비행기를 누가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가. 

어린 시절 한 번쯤 날려봤을 종이비행기. 손 가는 대로 꼬깃꼬깃 접어 하늘로 툭 던지면 뱅그르르 날아가던 그 모습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1초라도 더 오래 날리기 위해, 1m라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항공역학을 공부하거나, 종이 재질을 따지거나, 접는 방법을 몇 날 며칠 연구하진 않았다. 딱지치기, 연날리기와 비슷한 ‘놀이’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종이비행기는 ‘놀이’가 아닌 ‘스포츠’로 신분상승하는 중이다. 그 뒤에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의 노력이 숨어있다. 



(사진 = 김기남 기자)

오래 날리기, 멀리 날리기, 곡예비행…특기 살린 국가대표팀




이정욱(30), 김영준(26), 이승훈(26) 씨는 대한민국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이다. 생소한 종목이긴 하지만 엄연히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세계대회까지 출전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정욱 는 오래 날리기, 김영준 씨는 멀리 날리기, 이승훈 씨는 곡예비행을 담당한다. 각자의 특장점을 살린 종목 선택이다. 

이정욱 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17년 경력의 소유자다. 어릴 적부터 종이비행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취미로 오랫동안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렸다. 우연히 TV에서 오래 날리기 세계 기록 보유자인 켄 블랙번을 보고 ‘그를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후에는 더욱 치열하게 연습했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 김영준 씨는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다. 특히 구기종목을 즐겨 하는 편이라 종이비행기를 공처럼 힘껏 던지는 ‘멀리 날리기’에 강점을 보인다. 이승훈 씨는 작곡이나 비보잉 실력이 수준급이다. 이러한 특기를 살려 1분 동안 음악, 퍼포먼스 등을 활용해 공연을 하는 ‘곡예비행’ 종목을 선택했다.

세 사람은 각자의 재능을 살려 2015년 열린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다. 이정욱 야 워낙 종이비행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터라 가슴에 불을 품고 도전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았다. 

“우연히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는 얘길 들었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특히 1등으로 뽑히면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졌거든요. 오스트리아에 가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이승훈) 



△ 2015년 열린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발전 (사진 = 위플레이 제공)

오스트리아 비행기 격납고에서 치러진 국제대회, 세계 선수 200명 출전  

 

당시 국내 8개 대학에서 열린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약 1400명이 참가했다. 나름 치열하고 긴장감 넘치는 예선을 치러 종목별 1등을 차지한 이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세 남자가 서로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우승 후 정상의 자리에서 만난 이들은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을 갖고 똘똘 뭉쳤다.

종이비행기 국제대회인 ‘레드불 페이퍼 윙스(Red Bull Paper Wings)’에는 전 세계 80여 개국이 참가한다. 2006년부터 3년마다 개최되고 있는데, 2015년에는 세계적으로 총 4만 6000명이 예선을 치렀고, 국제대회에는 200명이 참가했다. 

대회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비행기 격납고에서 진행됐다. 각 종목별로 경기가 진행되고 선수들에게는 종이비행기를 던질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오래 날리기, 멀리 날리기는 대회의 공식 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해진 종이로만 비행기를 접어 날려야 한다. 또한 파울 라인을 넘어가면 실격이고, 종이비행기를 던질 때 두 발을 떼면 안 되는 등의 규칙도 있다. 

“아쉽게도 3명 모두 수상은 못했어요. 너무 긴장됐고 국내의 경기장보다 천장이 낮아 연습했던 것만큼 비행기를 높이 던질 수가 없었거든요. 또 환경도 열악해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종이비행기는 바람의 영향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경기장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거든요. 에어컨도 틀지 못하니 너무 더워 현기증이 나더라고요.” (이승훈) 



△ 경남 사천항공우주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사진 = 위플레이 제공)




조종사, 공군 모이는 ‘항공인의 밤’에 초청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  




국가대표팀은 국제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항공역학 책을 보며 비행기 원리를 공부하고 다양한 영상 찾아봤다.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이 따로 소개된 책이 없다 보니 직접 연구해 접는 방법을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종이비행기를 잘 날리려면 잘 접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손으로 비행기를 접다 보면 땀 때문에 종이가 찢어질 수 있으니 신용카드 등을 활용해 접는 것이 좋아요. 접는 선에 딱 맞추느냐 몇 mm를 떼느냐에 따라서도 성능이 달라지고요. 마치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합니다.” (김영준) 

국가대표 타이틀이 붙으니 이들을 찾는 도 많아졌다. 학교나 기업 등에서 강연자로 초청됐고 각종 매스컴의 관심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사천항공우주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영광까지 얻었다. 국가대표팀은 사천항공우주엑스포에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과 함께하는 파일럿 교실’을 열고 종이비행기 날리기 시연을 하는 등 많은 시민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항공인의 밤’ 행사에도 초대됐어요. 조종사분들과 항공대 교수, 공군 장교 등이 참석하는 자리였죠. 저희끼리 맞춘 종이비행기 조종사 유니폼을 입고 갔더니 진짜 조종사분들이 ‘어디 소속이냐’ 물어보시더라고요. 그 자리에 초대된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영광스러웠어요.” 



△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 (사진 = 김기남 기자)

새해에는 더 바쁜 일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국가대표팀이 창업한 이색 스포츠 마케팅 기획사 ‘위플레이’가 2018년부터 사업 분야를 확장 계획이기 때문이다. 위플레이는 종이비행기처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게 되는 놀이를 스포츠화해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다.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기업의 워크숍 프로그램 등을 기획한다. 2017년에는 제지회사와 함께 1000명 이상이 참가한 종이비행기 대회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이색 스포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알리고 싶어요. 또 내년은 종이비행기 국제대회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거든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열릴지 안 열리지는 모르지만 열린다면 꼭 참가해야죠. 사실 우리나라가 ‘종이비행기 강국’이에요. 실력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내년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야죠.”(김영준)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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