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함께 고민하며 받는 위로”…인터뷰 프로젝트팀 ‘사소한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이태권 대학생 기자]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답이 있다’는 모토로 ‘사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전문 기자나 방송작가도 아니며,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도 아니다. 인터뷰를 위한 프로젝트팀 ‘사소한 인터뷰’다.
‘사소한 인터뷰’는 친구나 가족, 지인 등 이른바 ‘평범한’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매주 1회씩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인터뷰를 업로드하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한 이들은 얼마 전 5년차를 맞았다. 이들의 인터뷰 콘텐츠는 200편이 넘는다. 단순한 아마추어로 치부하기엔 심상치 않다. 사소한 인터뷰를 만드는 이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사소한 인터뷰’의 팀원들(왼쪽부터 설준명, 이다솜, 이우람 씨)
Q. ‘사소한 인터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우람 “처음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시답잖은 얘기만 하며 웃고 떠드는 게 허무해 속 깊은 인생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인터뷰를 해볼까?’라는 생각에 저를 포함해 4명의 친구들이 처음 시작했어요. 수다 떨듯이 우리 주변의 인생 얘기를 해보고 싶었죠.”
Q. 기획이나 섭외, 마감 등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이우람 “매주 저희끼리 인터뷰어를 한 명씩 정해서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진행해요. 메인 인터뷰어가 인터뷰 대상자 섭외부터 기획, 인터뷰, 작성까지 맡아서 하죠. 나머지 팀원들은 시간 되는 사람들이 함께 따라가서 같이 질문하기도 하고, 인터뷰가 끝나면 발행 일주일 전까지 작성한 초안을 피드백해요. 저희가 매주 일요일에 인터뷰를 발행하다보니 마감도 자연스레 일요일 저녁까지 이어져요. 경비는 월 3만원씩 회비를 모아 운영하고 있고요.”
Q. 현재 활동 중인 팀원들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이우람 “지금은 같이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총 12명이에요. 매년 1~2명 정도 글과 면접을 통해 새 멤버를 뽑고 있어요. 멤버 선정은 아무래도 성격이 팀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을 뽑으려고 해요. 서로의 글을 피드백 하는데 그걸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은 그만 두는 경우도 있거든요. 결국 인터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남는 것 같아요.”
Q. 인터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다솜 “인터뷰를 하다보면 인터뷰이에게 하는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도 질문하게 돼요. 그 사람의 대답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라면 어떨까’라는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인터뷰 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고민들인데, 그렇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설준명 “친했던 사람들의 몰랐던 모습들을 인터뷰를 통해 다시 알게 되는 것이 좋아요. 일례로 저는 친할머니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가족이니까 다 알고 있겠지’했던 것과는 달리 할머니가 겪으셨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할머니의 새로운 면을 다시 알게 됐죠.”
이우람 “5년 전 처음 (사소한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는 인생의 정답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답을 구하고 싶었는데, 같은 질문을 해도 저마다 다른 답을 하는 것을 보며 삶의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저마다 ‘나름의 확신을 갖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됐죠. 인터뷰를 하면서 진심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 에너지를 느낄 때 기분이 좋아져요.”
Q. 인터뷰를 할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나요?
설준명 “사람마다 달라요. 사람마다 그 사람에게 가장 궁금한 게 다르잖아요. 그래서 인터뷰이의 상황에 맞춰 육아라든지, 일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각자에게 가장 궁금한 핵심 질문을 준비해가요.”
이다솜 “저는 인터뷰이가 요즘 하는 고민에 대해 많이 질문해요. 그래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는 어떻게 해왔고 할 것인지 등을 물어보려고 하죠.”
이우람 “저는 그 사람이 묘비명에 쓰고 싶은 문구를 물어봐요. 삶의 끝에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어떤 삶을 살았다’라고 회상하고 싶은지 대해 질문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결국 인터뷰이가 가진 가치관의 핵심이 무엇인지 질문하려고 해요.”
Q. 인터뷰이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이우람 “인터뷰이에 대해 나이나 무슨 딱히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우리가 가진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려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20~30대 인터뷰이가 가장 많긴 한 것 같아요.”
이다솜 “친한 사람일수록 평소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물어보기가 어려워 오히려 친한 사람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해요. 친하다고 생각해서 이미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느껴도 막상 인터뷰해보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새로운 대답들을 들을 수 있거든요.”
△‘사소한 인터뷰’ 블로그 페이지
Q. 유독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나요?
이우람 “제 대학 동기를 인터뷰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때 그 친구가 글을 쓰고싶어 퇴사를 결심한 상태라 앞으로 불안한 것은 없는지 등을 묻고 싶었는데, 막상 인터뷰해보니 그 친구는 전혀 불안해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한 질문지를 아예 다 못쓰고 새로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이야기해서 더 기억에 남았어요.”
이다솜 “저는 작년에 한 정당에서 인턴을 하고 계신 분을 인터뷰했었는데, 그 분이 처한 인턴의 고용불안과 어려운 현실이 많이 공감이 돼서 기억에 남아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턴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외치는 정당에서조차 내부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이 충격이기도 했고, 그런 현실이 하루빨리 나아져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준명 “최근에 제 친구 중 한 명을 인터뷰한 게 기억에 남아요. 그 친구가 군대에 있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평소에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밝은 친구였어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보니까 내면의 그런 속내를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마치고 나니 그 친구가 자기도 힘든지 몰랐는데 인터뷰를 하며 알게 돼 고맙다고 말해주는데 저도 고맙고 울컥하는 느낌이었어요.”
Q. 올해로 어느덧 5년 차를 맞이했는데, <사소한 인터뷰>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우람 “친목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뷰도 인터뷰지만 팀원들끼리 고민도 들어주고 서로 위로도 하며 팀워크를 유지해온 것이 큰 것 같아요.”
이다솜 “인터뷰 활동과 본업간의 균형이 중요해요. 영리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면 지치기 쉬웠을 것 같아요. 인터뷰 활동이 일이 아닌 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었고, 팀 내부에서도 서로 이해하고 유동적으로 할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었던 것이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사소한 인터뷰>를 꾸려오며 어려움은 없었는지?
이우람 “초기에는 의욕이 넘쳐 새로운 것을 많이 해보려고도 했어요. 출판을 해보려고 하기도 했고, 외부에서도 사업제의가 오기도 했죠. 그런데 이윤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출판하는 입장에서는 매출부수와 광고를 위해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의 인터뷰를 요구하게 됐고, 그로 인해 팀 내부에서 갈등도 빚어졌어요. 지금은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 즐겁게 오래하기로 기준이 정해졌습니다. 우리에게 사소한 인터뷰는 놀이지 일이 되면 스트레스가 되고 말 테니까요.”
이다솜 “처음에는 인터뷰이 섭외가 가장 어려웠어요. 인터뷰 요청에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았죠. 지금은 그래도 인터뷰 이후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져서 먼저 하고 싶다고 연락 오는 경우도 늘었어요.”
설준명 “저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인터뷰를 마치고 쓴 글이 마음에 잘 안들 때 좀 속상해요. 잘 써주고 싶은데 필력이 안 따라올 때가 있더라고요. 다른 하나는 주변에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서 인터뷰이를 고르는게 어렵다는 점?”
이다솜 “그럼 준명이가 더 쓰면 되겠다(웃음).”
이우람 “행복한 고민이네요(웃음).”
△ 지난해 12월 23일 ‘사소한 인터뷰’의 4주년을 맞아 열린 독자와의 만남 행사
Q. 앞으로의 운영에 있어 다짐이라던가,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다솜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에요. 인터뷰 활동을 놓치지 않고 생활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라 새로운 시작을 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런 분들을 인터뷰하며 저도 같이 고민하고 싶은 게 목표라면 목표에요. 사소한 인터뷰 활동은 타자를 칠 수 있는 한 오래 하고 싶어요.”
이우람 “맞아요. 관절이 허락할 때까지 할 거에요(웃음).”
설준명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인생에 있어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싶어요. 그리고 사소한 인터뷰 식구들에게도 더 잘해야겠다는 목표도 있어요. 더 자주 만나고 친목을 다졌으면 합니다.”
Q. <사소한 인터뷰>가 생각하는 ‘인터뷰’란?
이우람 “예전에는 부업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주업이에요. 살면서 이렇게 오래 해본 일은 처음이거든요. 직업이 꼭 돈을 버는 일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저는 인터뷰가 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이다솜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 주고받는 ‘위로’가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각자의 고민은 무엇인지, 자신의 삶의 궤적은 어땠는지를 이야기하며 서로 나눌 수 있으니까요.”
설준명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하면 그 사람의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것이 제 스스로에게도 힐링이 되고 위안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사소한 인터뷰>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스스로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는 질문은 사소한 인터뷰의 공식 질문이다.)
이우람 “‘버팀목’.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던 이십대 후반의 제게 무너지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팀원들이 큰 의지가 됐거든요.”
이다솜 “‘믿는 구석’? 밖에서 아무리 먹고 살기 바쁘고 지금의 방향이 옳은지 고민되더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사소한 고민들이라도 함께 얘기할 수 있고 인터뷰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믿는 구석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설준명 “저도 비슷해요. ‘사소한 인터뷰’는 ‘쉼터’에요. 힘들 때마다 가끔씩 팀원과 고민을 주고받고 힘든 현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쉼터가 아닐까 싶어요.”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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