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CN 시장? 비전 없어요. 대세는 중국이죠.” ‘한국뚱뚱’ 제작한 김정민 브랜드 건축가

입력 2018-01-26 15:07   수정 2018-01-29 10:26


-왕홍 오디션에 대형기획사 연예인이 찾아올 정도 
-왕홍 비즈니스에 커머스 결합··· 컬처 빌리지 프로젝트도 연내 추진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이제는 미디어가 바뀌어야 해요. 지금 보세요. KBS, SBS 다 하락세예요. 반면에 1인 미디어는 뜨고 있죠. 한국엔 이렇다 할 플랫폼이 없어요. MCN에 대한 비전도 없고요. 하지만 중국은 달라요. 왕홍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있잖아요.”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의 앞날을 두고 촌철살인의 비판을 쏟아낸 그는 누구일까. 최근 왕홍 비즈니스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바쁘게 보내고 있는 김정민(47) 브랜드 건축가는 지난해 ‘중국인이 가장 사랑한 외국인’에 선정된 왕홍 ‘한국뚱뚱’을 발굴하고 키운 장본인이다. 자칭 브랜드를 만드는 데엔 아시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김정민 브랜드 건축가가 중국 왕홍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송사 줄줄이 낙방한 다큐 PD 지망생, 브랜드 전문가로  김 대표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방송국 PD 입사를 준비했지만 줄줄이 낙방했다. 2년 6개월여의 시간을 오롯이 준비한 그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피디 시험을 준비했는데 다 떨어졌어요. 그때만 해도 실력이 없어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2년 6개월 동안 해보고 안 되니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반 기업으로 전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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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회사는 식품 기업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에 첫 발을 내딛은 김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특유의 추진력과 아이디어로 업무 성과도 남달랐다. 사내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일 잘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몸값도 올라갔다.  

“탐구 정신이 강하다고 할까...제가 하는 일로 부끄럽긴 싫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했죠. 동료나 선배들에게 왜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만드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주변에서 공격도 많이 받았죠. 근데 그만큼 성과가 나오니 회사에선 좋아할 수밖에 없죠. 그러면서 저에 대한 소문이 헤드헌터들에게도 들어갔나 봐요.” 
김 대표는 첫 회사인 식품회사에서 IT회사로, 그리고 게임회사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다 2007년 SM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겼다. 당시 SM 계열사 5곳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옮긴 그는 처음 경험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SM으로 옮기고 나서 곧바로 소녀시대와 샤이니 데뷔 준비를 했어요. 그룹에 맞는 PR과 마케팅 전략을 짜는 일이었죠. 그 전까지 연예인은 모두 딴따라라 생각했는데 SM에 와서 보니 연예인 한 명이 가진 브랜드 파워가 엄청나다는 걸 알았죠.” 
계급장 떼고 미국행···세상 어디에도 없는 직업 ‘브랜드 건축가’ 창직 SM을 거쳐 한 번의 이직을 더한 그는 2014년 갑작스런 미국행을 선택했다. 더 이상 국내에서는 배울 게 없다고 느낀 김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느 순간엔가 국내 기업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일로는 끝을 봤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들 때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죠. 미국의 작은 브랜드 랩사의 막내로 들어가 서류 복사를 하고 허드렛일도 하면서 어깨 너머로 일을 배웠죠. 말 그대로 계급장 다 떼고 들어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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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직위, 연봉, 자존심까지 버리고 미국으로 향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브랜드를 제대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브랜드 건축가’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세상에 없던 직업인 ‘브랜드 건축가’를 창직했다.   

“브랜드 건축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가 만든 직업이에요. 기업에서는 브랜드 매니저라고도 하는데, 브랜드 건축가는 기존에 눈여겨보지 않은 것들을 의미 있게 만들고 그 브랜드 안에 저의 철학과 가치를 넣어서 만드는 거죠. ‘한국뚱뚱’도 하나의 브랜드예요. 그런 브랜드가 움직이는 힘은 막강해지죠.” 
현재 김정민 대표는 브랜드 건축가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중국 로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왕홍 ‘한국뚱뚱’을 비롯해 새로운 왕홍 비즈니스도 구상 중이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왕홍 발굴을 위해 왕홍 오디션을 열기도 했다.   
“오디션 경쟁률이 치열했어요. 지방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신청할 정도였으니까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이 오디션을 보러 오기도 했어요. 그만큼 왕홍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죠.(웃음)” 
방탄소년단, 플랫폼 잘 활용해 해외 시장 성공  왕홍 비즈니스로 중국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는 국내 1인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털어놨다.  




△왕홍 '한국뚱뚱(유지원)'과 김정민 브랜드 건축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는 이렇다 할 (1인 미디어) 플랫폼이 없어요. 플랫폼이 있다 해도 수익이 발생하는 곳이 없고요. 사실 많은 곳에서 1인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해 기반이 없어 보여요. 1인 미디어는 크리에이터가 주인공이잖아요. 근데 크리에이터가 조금 뜨면 연예 기획사처럼 움직이려고 하는 게 잘못된 포인트죠. 연예인과 왕홍은 다르거든요.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잘 포장해 보여주는 거라면 1인 미디어는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하거든요. 한국뚱뚱의 성공 비결도 거기에 있는 거죠.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이유 역시 해외 팬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플랫폼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거죠. 그 점에서는 방시혁 대표를 높이 평가합니다.” 
김 대표는 왕홍 비즈니스를 통한 커머스 사업을 비롯해 올해 새로운 사업도 구상 중이다. 영화, 드라마를 전문으로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다.  “컬처 빌리지 프로젝트인데요. 이곳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고 한 쪽에는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공간도 마련할 계획이에요. 아마 한국을 대표할 랜드 마크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왕홍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 자기 스스로를 잘 알고 아이덴티티가 분명하다면 세계적인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어요. 제가 만들 테니까요.(웃음)”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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