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 윤가영 대학생 기자] 이별은 누구나 살면서 몇 번씩 겪는 일이지만 겪을 때 마다 아프고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이별의 상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시집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별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시 4편을 소개한다.
이현호 「라이터 좀 빌립시다」
2007년 ‘현대시’로 데뷔한 이현호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에는 상실의 정서가 강하게 깔려있다. 연인과의 헤어짐이나 친구의 죽음처럼 타인을 상실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집이다. 이별 후 마음 놓고 펑펑 울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아름다운 시구
“날 부르지 않는 이름이 무늬를 보며 생각했다 어떤 삶은 어떤 이름의 얼룩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다 풍문처럼 떠도는 생은 없다고 믿는다”
허수경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허수경 시인의 시집. 시집에서 짙게 느껴지는 것은 비참함의 정서다. 비참함은 여러 요인에 의해 생겨나지만 크게는 상실과 이별에서 온다. 절대 영원하지 않을, 부서지기 쉬운 가냘픈 관계에 마음의 집을 짓는 화자를 보다보면 절로 위로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시구
“누군들 사라지는 상징을 앓고 싶었겠는가 마치 촛불 속을 걸어갔다가 나온 영혼처럼”
“왜 사람들은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편지를 쓰는가 왜 삶보다 사랑은 더 어려운가”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시집이다. 최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란 산문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 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사랑과 이별의 섬세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시들을 만나보자.
아름다운 시구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그림자가 먼저 달려드는 산자락 아래 집에는 대낮에도 불을 끄지 못하는 여자가 살고 여자의 눈 밑에 난 작고 새카만 점에서 나도 한 일 년은 살았다”
심보선 「눈앞에 없는 사람」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심보선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심보선은 대중의 사랑과 문단의 주목을 함께 받는 시인이다. 다정한 사람이 조근조근 말하는 듯 한 느낌의 시를 만나 볼 수 있다. 난해하지 않고 호불호 없이 읽을 수 있는 시집이라 시 입문용으로도 추천한다. 이 시집이 취향에 맞는다면 심보선 시인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도 읽어보시길.
아름다운 시구
“하지만 내가 ‘나’라는 말을 가장 숭배할 때는 그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당신의 온몸을 한 바퀴 돈 후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내게 되돌려질 때 입니다”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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