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 온 이유요? 친구 때문이죠” 영국 출신 모험가 제임스 후퍼

입력 2018-03-08 18:08   수정 2018-03-19 09:54


[욜로 라이프] 영국 출신 모험가 제임스 후퍼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저에게 한국은 늘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곳이자 새로운 도전이에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아마 한국에 온 것 아닐까요.(웃음)”

각계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토론하는 ‘비정상회담(JTBC)’을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제임스 후퍼(32)는 2006년 최연소 영국 출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모험가다. 그의 인생에는 늘 험난한 모험이 동반했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비롯해 북극-남극 무동력 종단, 스키·썰매·요트 등을 이용해 14개국 통과 등 극한 모험이 인생의 전부였던 그에게 한국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국에 온 후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얼마 전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MBC every1)’ 방송 이후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요즘 호주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논문도 쓰고, 답사도 가야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가끔 장모님, 장인어른 뵈러 한국에 들어온다.” 

-준비하고 있는 논문은 어떤 주제인가.

“황사와 관련된 주제다, 예를 들어, 사람의 행동 때문에 황사가 많아졌는지, 많아졌다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연구를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라 열심히 준비 중이다.” 

-언제쯤 논문을 볼 수 있나.

“확실히 모르겠지만 잘 되면 올해 안에는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건 어렵지 않나.

“어려운 단어나 어휘를 쓰지 않는 정도면 괜찮다(웃음)”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주변에서 그런 말 많이 들었는데, 살이 빠지진 않았다. 몸무게는 그대로다.(웃음)” 

-한국은 얼마 만에 방문하는 건가.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방송에 출연한 친구들의 소감도 궁금하다. 

“방송이 나가고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친구들도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친구들과 계속 함께하는 방송이 아니라 친구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방송을 챙겨봤는데 재미있더라.” 

-처음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어릴 적부터 모험을 함께 했던 친구가 2009년에 세상을 떠나고 나서 런던에 사는 게 재미없어졌다,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시기였다. 런던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우연히 한국에서 살다 온 친구에게서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국으로 왔다. 나에게 한국행은 모험이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국에 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러브스토리가 궁금하다.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했을 때 한 친구가 등산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동아리 활동으로 지리산이나 북한산, 도봉산을 오르면서 그 친구와 친해졌다. 그 친구가 지금의 아내다.(웃음) 사실 내가 입학할 때 아내는 마지막 학기여서 그때 입학을 안했더라면 지금의 아내를 못 만났다. 내가 돈 없는 대학생일 때 아내는 직장인이라 많이 도와 주었다, 계속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웃음)”

-아내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자면.

“새로운 걸 즐겨하는 사람이다. 암벽등반이나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라도 도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 마인드가 매력적이다.” 







△제임스 후퍼가 모험에 도전하는 모습들


-영국 최연소 에베레스트 정복, 무중력으로 남극에서 북극 횡단 등의 활동으로 모험가, 탐험가 등 수식어가 많이 따라 붙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나.

“모험가가 가장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모험적인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목표가 있다.” 

-모험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큰 기준은 없다.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도 등반 50주년 기사를 읽고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한 것이었다. 어릴 적엔 누구나 꿈을 꾸지 않나. 내가 선택한 모험은 모두 작은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했다.” 

-준비는 어떻게 하나.

“자료나 기사를 찾아보면서 어떤 걸 준비해야하는지 알아봤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르기 전에는 프랑스의 알프스부터 작은 산을 타면서 연습했다.” 



-‘최연소’·‘최초’ 타이틀이 많다. 최근 들어 남들이 해보지 않았던 도전을 계획하는 것이 있나.

“처음 모험을 선택할 땐 남들이 안 해봤던 모험들을 찾아 도전했는데, 요즘엔 욕심이 조금 없어졌다. 한국에 와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달라진 것 같다.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찾고 있다.” 

-그렇게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 

“남들이 안 해 봤던 일에 도전해서 달성하면 물론 좋지만 그 때 뿐이다. 그 시기가 지나면 우울증이 오더라. 모험을 좋아하지만 내 인생을 모험에 맡기고 싶진 않다. 지금은 결혼도 했고, 학교도 다니고 있어서 모험 말고도 할 일이 많다. 어릴 적 내 인생이 진한 맛이었다면 지금은 오미자차처럼 다양해졌다고 할까.(웃음)” 

-어릴 적부터 도전적이었나.

“특별히 그렇진 않았다. 아버지와 집 근처 산을 등산하는 정도였다. 어릴 적엔 집에 차가 없어서 2인용 자전거를 아버지와 함께 타기도 했다.” 

-어떤 도전이 가장 힘들었나.

“어려운 질문이다. 모든 도전이 힘들었다. 북극에서 남극 종단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와 100kg이 넘는 배낭 무게가 너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도전은 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도전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고 폭풍이 올 때면 파도가 너무 높게 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기도 했다.” 

-도전이 힘들 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만약 혼자 도전했더라면 포기했었을 것 같다. 다행히 친구와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다. 도전을 할 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생각은 안하는 게 낫다. 힘들 땐 먼 미래보다 몇 시간 뒤 잘 수 있다거나 밥 먹을 생각만 한다.(웃음)”

-도전을 반복하면서 생긴 철학이 있는지 궁금하다.

“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욕심이 있다. 큰 차나 집을 사고 싶은 욕심 같은 것들 말이다. 나도 그런 욕심이 있다. 그럴 때면 아내가 좋은 차를 사고 싶다면 사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좋은 차보다 좋은 경험을 하는 게 행복의 우선이라는 말을 하더라. 원하는 물건을 가졌을 때의 행복은 잠시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좋은 경험은 오래간다.” 



-제임스 후퍼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에 와서 나를 다시 찾았다. 한국에 오기 전까진 그냥 평범하게 모험이나 하는 정도였는데, 한국에서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와이프를 만나 새로운 가족도 생겼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한국에 온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일인 것 같다.”

-만약 모험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싶나.

“어떤 직업이든지 선택할 수 있다면 우주인이 돼 보고 싶다. 어릴 적부터 준비했다면 아마 되지 않았을까.(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나도 궁금하다.(웃음) 올해 안에 박사과정이 끝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과학과 모험을 연구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내년에 뭘 하고 있을지 개인적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조언의 한마디 해 달라.

“요즘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직업보다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한다면 열정이 뒤따를 수 없다. 반면 자신이 선택한 일은 몇 번 실패해도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 그 차이다. 내 인생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맞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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