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잡앤조이 1618= 정유진 기자] “중학교 때부터 매일 신문기사를 통해 서울대학교 졸업생도 취업이 녹록치 않다는 현실을 깨닫고 진로를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 우선 취업을 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대학에 가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공업계 특성화고인 수원공고를 선택했다”
올해 3월 토지주택대학교 새내기가 된 황재필(19세)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입사와 후 진학을 동시에 거머쥔 행운의 주인공이다.
황 씨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직장에 합격하고 대학 진학까지 일사천리로 끝낸 결정적인 계기는 중학교 때 특성화고를 택한 것이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다소 이른 나이에 현명한 판단을 한 황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 6월 LH주택공사 입사
2018년 2월 수원공업고등학교 전기과 졸업
3월 LH주택대학교 입학
후 진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평범한 대학을 나와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공업계열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취업해 경제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언론 보도를 많이 접해 현실적인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후 진학을 언제부터 계획했나요.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며 계획했다.
후 진학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후 진학을 위한 첫 걸음은 선 취업이기에 우선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먼저 하자는 생각으로 입사 준비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 회사의 경우 사내 대학이 있어서 입사와 동시에 후 진학 준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후 진학이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우선 대학을 다니면서 소모되는 비용 문제를 들 수 있다. 부모님이 모두 지원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가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은 기본으로 받는다.
또 교재비, 용돈 등을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야 하는데 만약 지방 학생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면 주거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실의 벽이 크다고 생각했다. 무턱대기 대학만 다니기에는 금전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어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후 진학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대학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업하기 전에 먼저 대학에 가면 취업한 직장에서의 일과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몇 년을 들여 한 공부가 현업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직장을 먼저 구하고 업무에서 요구하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진학한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키울 수 있고 학습의 과정에서도 방향성이 뚜렷한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이미지나 본인이 생각하는 대학은 어떤 건가요.
대학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내 대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우리 회사 사내대학인 토지주택대학교는 4년제 과정이다. 전공과목은 크게 건설기술학과와 건설경영학과로 이뤄져 있다.
QR코드를 활용해 출석체크를 하면 되고 앞으로 공부하게 될 기술학과의 경우 전공별 수업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설기술학과를 선택한 이유는요.
고등학교에서 전공한 전기를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해보기 위해 선택했다. 건축물의 전기감독을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아 현장 안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다른 후 진학 기회도 열려 있었을 텐데 사내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내대학은 회사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배려가 많은 편이다. 따라서 일과 공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고 배운 것을 현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회사에서의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진학했다. 또한 등록금도 회사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토지주택대학교는 재직자라면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인가요.
우리 학교의 경우 입사 성적인 최상위권 이어야지만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신청서와 함께 자기소개서 및 학업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면접 전형까지 거쳐야 최종 합격이 판가름난다.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요.
바쁜 일과와 배움의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물론 힘들겠지만 노력 없는 발전은 없기에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견뎌낼 각오다. 지금까지 후 진학을 선택한 많은 선배들도 겪어 온 과정이기 때문에 나만 힘든 것은 아니다.
대학에 진학해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관심 분야인 방재시스템의 세부적인 구축 방안을 수립해 보고 싶다.
특성화고에 입학한 계기는요.
중학교 3학년 때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특성화고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하지만 공업계 학교에서 기술을 배워서 취직과 대학입학을 동시에 이뤄내자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의 목표였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특성화고의 문을 두드렸다.
많은 특성화고 중 수원공고를 선택한 이유는요.
보통 특성화고를 고를 때 취업률을 먼저 보곤 하는데 아무리 취업률 90%를 자랑하는 학교라고 할지라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단순한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 비전을 먼저 고려해 수원공고에 입학했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부모님도 크게 반대하시진 않았지만 특성화고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고민이 없진 않으셨다. 하지만 허락을 하시면서 ‘이왕 결정한 것이라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격려해주셨다.
취업을 위해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나요. 또 어떤 공부를 했나요.
▲전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등 5개 이상의 자격증을 땄다. 이 외에도 어학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아서 토익 800점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지금은 최종 학력이 고졸이라 기능사 밖에 취득할 수 없지만 후 진학에 성공한 만큼 4년제 대졸자가 딸 수 있는 기사 자격증에 도전할 것이다. 특히 전기기사와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은 꼭 갖고 싶다.
자격증뿐만 아니라 공기업 합격을 위해 필수 과목인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공부를 따로 했다. 관련 문제집을 7~8권 풀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
고등학교 때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친구들에게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고 잘 챙겨주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활발함 넘치는 ‘반전 있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후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천대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순한 스펙이 아닌 본인의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장에서 필요한 능력을 후 진학 제도를 활용해 키워나갈 수 있으니,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jinji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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