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가치 있게 만드는 ‘방앗간’ 그 남자,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의 ‘플레이 리스트’

입력 2018-03-27 16:30   수정 2018-04-04 09:24


[캠퍼스 잡앤조이=홍효진 인턴기자] 도시 곳곳 항상 지나치는 골목길과 오래된 입간판의 글씨 속에는 그 공간과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이 흔적을 모아 특별한 콘텐츠로 만드는 기업이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도시문화콘텐츠 전문기업 ‘어반플레이’는 콘텐츠 창작, 지역·문화 마케팅, 도시 콘텐츠 전문 미디어 채널 기획, 문화기획자 에이전시 등 4가지 사업영역을 바탕으로 도시를 ‘콘텐츠가 가득한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 사람이 함께 모인 공간 안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작해 누구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감성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도시의 삭막함을 덜어내고 따뜻함과 유쾌함을 담아내는 홍주석(36) 어반플레이 대표. 그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아는 동네를 알고 싶은 동네로

도시 속 오래된 빵집, 소소한 문화 공간, 익숙한 얼굴의 사장님이 반겨주는 오래된 카페…. 어반플레이는 동네가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콘텐츠를 기획한다. 더 나아가 도시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그만의 가치를 살리고 있다.

“어반플레이가 말하는 도시는 단순히 서울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말합니다. 화려한 도시가 될 수도 있고 시골 마을이 될 수도 있죠. 물론 주로 도시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낙후된 지역의 매력을 찾아내는 프로젝트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에요.”

어반플레이는 도시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도시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모으는 아카이브 랩, 아카이빙 된 부분을 매거진, 굿즈, 마을 프로젝트 등으로 기획하는 해프닝 그룹(기획자), 그리고 어반플레이의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는 동네 미디어’를 통해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미디어팀, 디자인팀, 커뮤니케이션 담당 팀으로 구분돼 있다.

“어반플레이는 도시 콘텐츠를 굿즈나 책으로 상품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축제도 진행 중이에요. 그 중 ‘연희 걷다’를 예로 들면, 오래된 ‘피터팬 제과점’이 공간을 제공해주고 연희동 콘셉트에 맞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요. 매일 가는 빵집이지만 축제 기간에는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죠. 또 동네 주민 분이 직접 연희동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돼서 연희동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죠.”



△지난 해 진행된 ‘2017 연희, 걷다’ 도슨트 프로그램 진행 모습(사진=어반플레이 제공)

도시 콘텐츠 발굴의 시작은 스마트폰

2011년,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던 홍 대표는 더 이상 방송에만 의존해 지역 정보를 얻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작은 세상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통해 골목골목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곧 현실이 됐다.

“도시 곳곳의 로컬 정보를 ‘1박 2일’등의 TV프로그램에 의존하던 때였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이전까지는 이미 짜여진 코스나 큼지막한 표지판, 도로변에 있는 큰 건물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돌아갔다면 이제는 그런 부분이 조금씩 해체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어요.”

홍 대표는 정보의 공급과 수요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스마트폰이라는 변화를 계기로 특색을 갖춘 로컬 콘텐츠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도시 문화 콘텐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를 창업했다.

“경리단길부터 북촌, 서촌 등의 공간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스마트폰의 영향이 커요. 이러한 변화 안에서 동네의 독특한 콘텐츠를 전문으로 알리는 미디어를 운영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동네 콘텐츠를 새로운 프로젝트로 만드는 기획에도 접근하고 싶어, 2013년 12월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했어요. 어반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이라는 변화 덕분이죠(웃음).”

사람이 스며드는 공간 만들기, ‘연남동 방앗간’

홍 대표는 ‘연남동에 방앗간 차린 남자’로 SNS 상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그가 차린 도심 속 방앗간은 단순한 의미가 아닌 커뮤니티의 공간을 품고 있다. 어반플레이는 공간 프로젝트 가운데 첫 번째 주인공으로 방앗간을 열었다. 기존에 사라져가는 방앗간, 철물점, 세탁소 등이 단순한 상점 기능을 넘어 경험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을 담았다.



“사실 이런 공간은 경제 논리에 의해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에요. 마트에서 저렴한 값에 참기름을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방앗간에 와서 참기름을 사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방앗간을 경제적인 부분이 아닌, 함께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으로 본다면 얘기는 달라져요. 이런 기능을 극대화해서 현대적으로도 소비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싶어요.”

어반플레이의 연남동 방앗간은 참기름을 착유하고 판매하는 방앗간 고유 기능은 살리되, 카페 공간과 참기름 외에 신뢰할 수 있는 식음료 소개 코너, 식음료 관련 문화적 프로그램 및 서점, 전시 등의 문화 공간을 한데 모았다. 홍 대표는 동네의 역사가 숨겨진 옛 공간을 경험의 장으로 재탄생시킴과 동시에 어반플레이가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적 접점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여전히 어반플레이는 소비자에게 생소한 회사에요. 방앗간을 연남동에 차린 이유도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죠. 그리고 소상공인이 겪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싶었어요. 특정 건물 때문이 아니라 콘텐츠가 가진 매력 때문에 그 사람을 찾게 된다면, 개인 고유의 가치로 살린 공간이 프렌차이즈로 대체되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앗간에 여러 기능을 모아둔 것도 건물이 아닌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인지하도록 만들기 위함이고요.” 

어반플레이의 ‘플레이 리스트’

최종 목표에 대한 질문에 그는,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소비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답했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면서 얻게 되는 수익을 다시 일부 분배하는 쉐어 형태의 공간을 꿈꾸고 있다.

“도시 자체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각각 다른 공간에 가서 소비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마을에 대한 개념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아는 동네 맴버십’에 가입하면 저렴하게 로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주변의 의미 있는 상점과 제휴해 그 곳에서도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거죠. 상생하는 마을 시스템을 만들고 싶고 방앗간이 그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홍 대표는 어반플레이의 프로젝트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도 전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연남동같이 이미 유명한 곳 보다 좀 더 낙후된 지역에 하는 게 의미 있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듣고 있다. 홍 대표는 어반플레이는 특정 지역을 ‘돕는다’는 의미의 사회적 센터가 아닌 그 가치를 열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제공하는 기업임을 강조했다.

 

“매력적인 동네의 로컬 콘텐츠를 계속 매력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이 어반플레이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연남동이나 연희동처럼 매력적인 리소스가 많은 곳을 1차적으로 생각 중이고, 좀 더 역량이 갖춰진 이후에 낙후된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특정 지역만의 색깔로 채워진 곳을 많이 알려서 고유의 지역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게 어반플레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hyoji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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