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공간이라는 영역에 정체돼 있지 않은 바람과 같은 회사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장소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바람처럼 옅은 자극을 주고 사라지는, 이곳저곳에 흘러가면서 기분 좋은 감정을 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어떤 장소가 좋았는지 생각해보면, 장소의 외형을 떠올리기보단, 그 장소가 주었던 감정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앰허스트는 당신이 그 공간에서 느끼는 찰나의 순간에 감동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공간을 디자인 한다’고 말하면 아직도 인테리어 업체나 건축 사무실의 작업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최진한 대표는 ‘크리에이티브는 공간에 사람들이 느끼는 감성을 더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를 만나 공간을 통해 우리를 감동시킨 이야기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앰허스트’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앰허스트는 미술·전시 사업에서 출발해 지금은 모든 공간을 기반한 콘텐츠 기획 및 디자인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Contents & Space Creative 그룹’이다. 쉽게 말해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벗어나 공간의 범위를 확장해 기업의 사옥, 호텔, 호수, 야외 공원 등 다양한 장소를 ‘콘텐츠’화 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사업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아이폰 런칭 프로모션에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하든지 샤넬, 디올, 루이비통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전시 등 제품이나 브랜드에 특화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업을 들 수 있다, 또 화제가 됐던 러버덕 프로젝트, 1600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등의 공공예술프로젝트와 서울 패션위크, 서울 디자인위크 등 기관이나 기업의 대규모 공공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술뿐만 아닌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아티스트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아티스트라 하면 단순히 미술작가를 떠올리기 쉽지만, 빅뱅 10주년 기념전이나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전시회 등 더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러버덕 프로젝트(위)와 1600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공간 크리에이티브 기획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최초에 관심이 있던 분야는 미술관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작품 본연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술관은 세상의 많은 공간 중에 1%도 안 되지 않은가. 나머지 99%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고 싶었고, 마침 러버덕 프로젝트와 같은 좋은 기회들이 있었다.
전시라는 개념이 점점 실내 안쪽으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1%의 공간 안에서 제한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공간을 기획할 것인지, 99%의 넓은 공간에서 모두를 위한 콘텐츠를 기획 할 것 인지 고민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사례들을 진행하면서 양쪽을 모두를 해낼 수 있는 공간 크리에이티브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 우리처럼 ‘공간에 특화’된 기획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외 통 틀어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제레미 스캇이나 로메로 브리토, 에드워드 커티스 등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우리 회사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다. 그의 전시회와 기아 자동차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가 가진 아티스트로서의 주관과 사업가로서의 철학을 본받게 됐다.
만약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돈이 될 만한 사업만 수주하면서 회사를 확장했겠지만, 그의 가치관을 배운 후 내가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야, 우리 회사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또 자연스럽게 기업의 규모를 무조건 확장하기보다 알차고 적당한 규모로 유지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지향하게 됐다. 덕분에 직원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신경 쓸 수 있게 되고 시장에서도 ‘공간’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회사로서 독자적인 위치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늘 ‘크리에이티브는 내 안에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랬다. 이전에는 콘텐츠 연구를 위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할까’만을 늘 고민 했었는데, 누구로부터가 아닌 내 자신이 빠져들고 열광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가 결국은 사람들을 가장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는 우리 회사에 사업적으로, 콘텐츠 영감적으로도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X 기아자동차 아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공간 기획에서 앰허스트의 작업 영역은.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다. 앰허스트는 보통 원초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기획하고 디자인회사, 시공업체, 아티스트 등 많은 작업자들의 파트를 조합하고 컨트롤 하는 총감독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이디어의 시작부터 작업의 총괄까지를 맡는 것인데, 드러나지 않는 작업영역도 많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서 이러한 영역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한 편이다. 때로는 ‘그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반응도 있고, 제안단계에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거절하는 사례도 있다. 가끔 시장에서 해외의 유명한 공간 크리에이티브 회사의 사례를 보며 ‘왜 우리나라엔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해줄 회사가 없냐’라고 할 때마다, 반대로 국내 크리에이티브 기획에 대한 평가의 야박함이 아쉬울 때가 있다.”
-민간 기업과 공공기업의 전시 기획 성향이 다른가.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와 과정의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기업은 고객에게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려 하고, 기관은 시민과 국민들에게 문화적으로 더 큰 기쁨을 주고 싶어 한다. 이처럼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뿐, ‘성공적인 문화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라는 목표는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에 따라 기획의 성향을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과 진행한 사례를 보고 기관에서 비슷한 사례를 만들고 싶어 하거나 기관에서 진행한 공공 전시를 통해 기업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시대에서 오프라인 공간에 기반한 전시가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러버덕 프로젝트와 같은 사례를 보면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마케팅 영역에서 갖는 역할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러버덕을 SNS를 통해 공유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현장에서 보는 것에만 만족했다면, 그렇게 큰 이슈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온라인의 매력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하고 널리 확산할 수 있는 채널이라 한다면, 오프라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으로,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대결의 구도로 마주하기 보다는, 각자의 매력과 역할이 다른 존재로 인지했으면 한다.”
- 앰허스트의 목표는 무엇인가.
“많은 회사가 시장을 바꾸거나 틀을 깨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시장과 트렌드에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적응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시장은 내가 바꾸지 않아도 늘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바꾼다’라는 말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사회적인 현상과 대중적인 관심의 흐름 속에서 앰허스트의 공간 크리에이티브로 함께 묻어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인터뷰를 마치며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도심 부지에는 공간 예술 조형물을 설치해야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큰 빌딩 앞을 지날 때면 늘 의미를 알기 힘든 조형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느새 사람들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문화 공간에 둘러 싸여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앰허스트의 미래는 걱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필요한 회사는 ‘공간 크리에이티브’란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이 차가운 공간에 따뜻한 감성을 더해줄 앰허스트와 같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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