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1위’ 윤경은 KB증권 사장
평범한 영문학도가 증권사 CEO 되기까지
△ 5월 3일 KB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윤경은 KB증권 사장을 만났다.
윤경은 사장은 “대학생들이 2년 연속 닮고 싶은 CEO로 뽑아 줘서 놀랐다”며
“아마 거리감이 없는 평범한 청년시절 덕분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서범세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윤경은(56) KB증권 사장이 <캠퍼스 잡앤조이>가 진행한 ‘대학생이 닮고 싶은 CEO’ 증권 부문에 2년 연속 1위로 뽑혔다.
CEO가 되기까지, 그의 성장 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어서 더욱 특별하다.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지나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매일 밤낮으로 일했고, ‘점프업(jump up)’을 위해 수차례 이직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특별한 ‘책임감’을 발현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윤경은 사장은 말한다.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그의 내밀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청년시절 이야기를 듣기 위해 5월 3일 KB증권 여의도 본사를 찾았다.
- 2년 연속 ‘대학생이 닮고 싶은 CEO’ 1위로 뽑혔다. 소감이 궁금하다.
“안 그래도 그 소식을 듣고 이유를 생각해 봤다. 아마 다른 CEO들에 비해 청년들에게 친숙한 덕분이 아닐까 한다. 화려한 경력이나 학력 없이 차근차근 성장한 것을 좋게 봐 준 것 같다. 세일즈로 처음 금융업에 발을 들이고, 늘 실적을 내야 하는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또 일반 직장인들처럼 수차례 이직을 하면서 여러 직장을 경험했다.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불확실한 미래’일 텐데 그런 면에서 나의 인생 여정이 젊은이들에 가깝게 닿아있는 것 같다.”
- 대학시절은 어땠나.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아주 잘 하는 것도, 운동을 뛰어나게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학을 전공했지만 특별한 목적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인생관을 180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만 25세이던 대학 4학년 때 결혼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제럴드라는 영국계 금융회사에 입사했다. 부양가족이 생기다 보니 회사가 매우 소중했고 ‘절대 그만두면 안 된다’는 배수진을 쳐 놓고 일했다. 또 동료 중 유학파가 많았는데 나는 어학 전공자라 금융지식이 부족했기에 남들보다 몇 배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다.”
- 다른 CEO에 비해 이직 경험이 많다.
“1987년 첫 직장에 입사하고 2년 뒤인 1989년 10월, BNP파리바은행으로 스카웃돼 딜링 업무를 담당했다. 어느 날 MBA출신의 동료가 자신도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며 지점장에게 허락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지점장이 '딜러는 단순한 친구나 하는 거다'라며 거절했다더라. 너무 충격적이었다. 슬프지만 그 한마디가 완벽히 내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딜링은 주로 밤늦게 이뤄진다. 나는 스펙이 평범했기에 고스펙자들이 꺼리는 힘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항상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내가 모르는 것을 남들은 다 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나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자연히 경쟁력이 생겼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
“당시 경제신문사에서 발행한 문고판 경제용어집을 늘 가지고 다니며 공부했다. 또 파리바 재직 시절, 본사나 거래처와 팩스 또는 텔렉스로 문서를 주고받았는데 매일 이들 문서가 모여 있는 장소에 가서 다른 부서의 문서들까지 공부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선배들에게 찾아가 물어 가며 부딪치며 배웠다.”
- 그러다 한국계 회사로 넘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국인으로서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또 외국계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지향한다. 아직 30대였지만 리더로서 성장해 조직을 관리하고 후배를 육성하고 싶었다. 파리바에서 내던 세금도 안 되는 연봉을 받아야 했지만 당시 LG선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생상품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곳이야말로 내게 맞는 직장이란 느낌이 왔다. 국내 선물옵션시장이나 파생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여러 곳의 임원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
- 임원이 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책임감이다. 2남 2녀 중 장남이다. 어린 시절, 집에 문제가 생겨서 부모님 두 분이 가정을 보살피지 못한 적이 있다. 취학 전이었던 나는 동사무소에서 받은 입학신청서를 들고 혼자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다. 밥도 종종 친구 집에서 얻어먹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볼 때 그게 전혀 슬프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과정 덕에 독립심을 기를 수 있었다.”
- 임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수 인재 육성’이다. 기존 직원은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하고 우수인재를 적재적소에 영입해야 한다. 젊은 세대와도 많은 대화를 하고 그들의 시각을 배워야 한다. 기성세대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항상 시장과 대화해야 한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사업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많은 학생들이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한다.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간 선배로서 조언해 준다면.
“특히 인문계열 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을 텐데 모든 학문은 의미가 있다. 전공으로 인한 강박관념은 버렸으면 좋겠다. KB증권 역시 계속 블라인드 채용기조를 가져갈 계획이다. KB증권의 채용 포인트는 지원자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 회사의 일과 부합하는지’, ‘그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다.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은 모두 중요하다. 그것을 너무 취업과 연결 지으려 할 필요는 없다. 취업은 여러분이 잘 할 수 있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서 고르면 된다. 내 미래의 모습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이것을 회사에 정확하게 전달하면 된다.
또 요즘 적성검사도 잘 돼 있다. 시험을 두 개 정도 풀어보면 나도 몰랐던 잠재력을 찾을 수 있다. 청년들이 토익공부에만 매몰되지 말고 적성검사를 통해 자신의 이면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가장 잘 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발견했으면 좋겠다. 국·영·수를 모두 잘 하기는 어렵다. 대신 나만의 과목 한 개에 집중하면 그 분야에서만큼은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걸 찾는 게 우선이다.”
- 대학생 독자들에게도 조언해 준다면.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신입사원이 꼭 모든 조건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의 지식수준은 이미 높다. 이제 그 지식을 어떻게 이 사회에 적용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활용할지를 고민해 보자. 우리 세대는 ‘대승적’으로 살았다. 주변에도 관심이 많았다. 또 오프라인 세대였기에 궁금한 것은 선배들에게 묻고 부딪쳐가며 배웠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진행 김병일 편집장 | 정리 이도희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tuxi0123@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