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엄마 잔소리를 듣겠어요" 왜 ‘필수’인지 알 수 없는 대학별 필수 교양 수업

입력 2018-05-28 11:26   수정 2018-05-30 14:33


[캠퍼스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남명 대학생 기자] 고교 시절 우리가 떠올리던 대학의 이미지는 자유와 여유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꿈꾸던 캠퍼스 낭만은 온데간데 없고 졸업을 위한 필수 학점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일단 대학만 가면 듣고 싶었던 수업만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대학에서 지정해놓은 ‘필수 교양’ 수업만 수강하기에도 학점이 모자라다. 

특히 대학에 갓 입학한 1학년은 필수교양 권장 수강 학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꼭 들어야하는 필수교양만으로 시간표가 꽉 차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의 경우, 1학년 학생들이 필수교양 과목을 효율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예 학교가 시간표를 짜준다. 성신여대도 1학년 필수교양 과목을 알아서 제시하기 때문에 여기에 전공 수업 한 두 개를 추가하면 더 이상 다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점도, 내가 듣고 싶은 교양 과목을 들을 수 있는 시간도 남지 않는다.

꼭 들어야하는 필수교양 수업이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일부 필수교양은 전공과 무관한 수업 내용과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으로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수강을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러한 필수교양은 학생들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주고 있다. 



이화여대 ‘기독교와 세계’

먼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화여자대학교는 졸업을 하기 위해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기독교와 세계’라는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한다. 기독교학과 전공생들을 제외하면, 이 과목은 학생들의 전공과 무관한 수업내용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종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필수’교양으로 지정해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기독교와 세계’ 교재. 사진=알라딘.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 이모씨는 “원치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도 불만인데, 수강 가능 정원보다 신청 인원이 더 많이 몰려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그래서 계절 학기로 수업을 들었지만, 상대평가로 C를 받아 재수강을 생각 중이다. 재수강할 생각에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1학년 김모씨는 “나를 비롯해 우리 가족은 다 불교를 믿는데, 이화여대에 들어오고나서 ‘기독교와 세계’, 채플 등의 기독교적 성격을 띤 수업을 필수로 수강해야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화여대는 본교 홈페이지를 통해 <기독교와 세계>라는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기독교와 그 밖의 종교들을 개괄적으로 살펴 보고 ‘나’와 종교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현대사회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업내용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학생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교수님마다 조금씩 다른 강의 커리큘럼을 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업내용에서 기독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를 함께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고, 종교를 강요하는 관점에서 수업을 전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양대학교 ‘글로벌 리더쉽 (HELP)’

한양대학교가 2007년부터 전교생 필수 과목으로 선정한 HELP는 ‘휴먼 리더십 수업’으로 한양대 인재개발원 리더십센터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강의이다. 강의 이름인 HELP의 뜻은 Hanyang Entrepreneurial Leadership Plus으로, 한양대학교에서는 이를 ‘꿈과 비전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차세대 글로벌 CEO를 육성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라 소개했다. 

이 과목은 학년별로 1년에 한 번씩 총 4번을 수강해야하며, 학년에 따라 수강하는 수업 내용이 달라진다. 이 중 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바로 수업 내용에 있다. 지난 2016년 5월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기초필수 과목인 한양리더십프로그램(Hanyang Entrepreneurial Leadership Plus, HELP)4 온라인 강의에선 남성이 반지를 보여주자 치마를 입은 여성이 꼬았던 다리를 푸는 장면 등이 수업 자료로 이용됐다. 



△ 한양대학교 HELP4 강의자료 영상 캡처. 사진=김남명 대학생기자

이에 대해 한양대 총 학생회를 비롯한 한양대 학생들은 이를 SNS 등에 개제하고, 대학이 여성에 대한 편견, 성 상품화, 외모차별과 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더불어, 한양대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HELP는 2007년 도입된 이래로 취업몰입교육, 소수자 혐오, 강제성 등으로 매년 논란이 되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한양대는 해당 자료를 삭제하는 것으로 그쳐, 학생들이 더욱 공분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3학년 고씨는 “당시 학생들이 대자보까지 붙이고, 각종 언론사에도 기사가 실렸는데, 왜 아직도 폐지가 되지 않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이러한 과목을 필수교양으로 지정하고, 계속 온라인 강의로 만들다니 등록금이 아까울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강대학교 ‘컴퓨팅사고력’

서강대는 ‘컴퓨팅사고력’이라는 과목을 필수교양으로 지정했다. 서강대학교가 소프트웨어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서강대학교 재학생 16학번부터는 이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해당 과목에서는 학부에 따라 Python 또는 C++를 배우며,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의 경우에는 ‘컴퓨팅사고력 심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 조씨는 “‘컴퓨팅사고력’에서는 전공과 무관한, 특수한 컨텐츠를 다룬다. 교수님은 배워두면 도움이 되는 지식이라 말씀하시지만,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이거를 도대체 왜 배워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컴퓨터공학과 학생들한테 유리해 학점을 따기도 어렵다.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 않는 필수교양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강대 측은 ‘컴퓨팅 사고력’의 교과목 소개를 통해 ‘컴퓨팅 사고력’은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컴퓨팅적 사고는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며, 해당 교과목의 필수교양 지정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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