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리의 다쓰자] 자소서 단골문항 ‘성장과정’ 잘 쓰는 방법

입력 2018-08-03 16:20  


[하리하리의 다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정준 아프리카TV 자소서 전문 BJ] 자소서 단골 문항 중 하나는 ‘성장과정’이다. 삼성그룹 공채 에세이 2번은 성장과정의 가장 대표적인 문항으로 꼽힌다. 자기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나 인물을 쓰라고 나와 있다.(이 문항이 성장 과정이 맞냐고 물을 수 있지만, 옆에 떡 하니 성장과정이라고 부제가 붙어 있다.) 

누구나 지금의 나로 살아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지난다. 그 시간들 동안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다양한 사건들을 맞이한다. 그런 에피소드가 나에게 무언가 ‘의미’를 주고, 그 ‘의미’들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해서 그 ‘의미’가 술술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를 경험할 당시만 해도 나를 뭉클하게 만들었던 ‘의미’가 있지만 사람은 그 순간을 포착해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스스로에 대해 실망할 필요가 없다. 잊는 게 당연하다. 다만 내가 그때 뭘 느꼈는지 잊었다고 해서 그 의미를 찾을 생각을 버려서는 안 된다. 자소서는 글이고, 글이란 자기 생각이 투영되어 있어야 한다. 생각을 쓰지 않는 건 글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생각을 어떻게 추론해낼까? 추천하는 방법은 귀납적 사고다. 귀납법이란 구체적 사실에서 일반적 의미를 끌어내는 사고 방법이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수많은 사건들은 얼핏 보면 독립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사건의 주체는 나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그런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을 각자의 생각이라 여길 수 있다. 이를 역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내 경험을 예를 들어 보겠다.

초등학교 때는 발표하는 게 그렇게 좋았다. 발표를 하면 늘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든, 모르는 것이든 일단 손부터 들고 봤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나의 행동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당시 한국에 일본의 왕따(이지매) 문화가 들어오고, 주변 친구들은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힘 좀 쓰는 아이들이 주도하다 보니 나는 꼼짝없이 왕따란 덫에 걸렸다. 다행히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아이들이 사과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랬다는 거다.

지금의 나는 적극적이다. 그러나 적극적이란 세 글자만으로 나를 정의 내릴 수 없다. 수능을 4번이나 보면서 세상을 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편이라는 이유로 나는 수능을 보기 전까지는 매우 자만했다.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나만의 무기,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것도 없으면서 우물 안 최고에 만족했던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우물 안에서도 최고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자만심은 수능 앞에서 무너졌다. 내가 별 거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진작에 겸손이 장착되었어야 했지만, 수험생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겸손을 알게 됐다.

하나의 사건 안에도 이처럼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고, 그 결과를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을 쓸 수 있다. 글에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이 엿보여야 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테고, 당신을 조금 더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 이것이 ‘성장과정 잘 쓰는 방법’이다. 자신의 삶을 잘 돌아 보고, 그 삶에서 의미와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이다. 

하리하리(이정준, kindoublej@gmail.com) 

LG 서브원에 2년 10개월 재직 후 4월 중순 퇴사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취업 이후 200여 명의 친구들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하리하리의 다쓰자’ 개인방송을 운영 중이다. 브런치, 네이버 포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기소개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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