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열풍, '우리는 왜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걸까'

입력 2019-01-31 16:27   수정 2019-03-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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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예린 대학생 기자] 브이로그(VLOG)는 최근 유튜브에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출근하고 식사하고 업무를 보고, 퇴근하는 자신의 24시간을 속속들이 담아낸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영상의 조회 수는 100만 뷰가 넘는 것들도 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걸까. 



△브이로그 캡처 화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단순한 호기심? 

대부분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만약 대학생이라면, '다른 대학생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나와 다른 전공의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 '직장인들은 어떤 삶을 살까' 등 우리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든, 다른 삶을 살고 있든 타인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남들도 나처럼 아침에 출근하기가 힘든지, 점심은 무엇을 먹는지, 립스틱은 어떤 것을 쓰는지, 시험 기간은 고통스러운지 등 사소한 점들을 조용히 엿볼 수 있다. 





△브이로그 댓글 캡처 화면.

앗 나랑 똑같잖아…? 사소한 공감 포인트 

사실 영상을 보면 이들의 삶은 엄청나게 화려하지도, 독특하지도 않다. 다들 사는 게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하지 않음은 편안함과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진다. 안유정(서강대 정치외교학, 21) 씨는 "시끌벅적하지 않은 평범한 생활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머리를 식히거나, 심심할 때 킬링타임용으로 자주 본다"라고 말했다.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댓글 창에는 "사소한 웃음 포인트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영상을 기다리게 된다", "힐링 된다. 삶의 활력소를 찾은 기분"과 같은 이야기가 많다. 연예인 등 특별한 삶을 사는 이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시청자들은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더욱 공감한다. 

저 옷은 어디서 샀을까…? 정보를 얻는 새로운 창구 

브이로그에는 긴 시간 동안 촬영자의 모습이 화면 한가득 담긴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이 사용하는 물건, 입는 옷, 하는 일 등에 주목하게 되고,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긴다. "옷은 어디서 구매하시나요?", "머리 고데기는 어떻게 하시나요?", "취업은 어떻게 하셨나요?" 등 얻고 싶은 정보를 물어보면 유튜버가 직접 답글을 달거나, 구체적인 정보나 과정을 또 다른 콘텐츠로 제작하기도 한다. 정다윤(연세대 심리학과/21) 씨는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요리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의 일상 영상을 본다. 생활 속 사소한 요리 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직접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듣는 것이 사진과 글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브이로그가 정보를 얻는 창구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크리에이터가 사용하는 물품이 시청자들에게 무의식 중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광고주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광고나 협찬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효과나 성능이 좋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정말 필요하고 원하는 것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면서 광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현실에선 불가능…보는 것으로 대리만족 

위에서 말했듯 많은 사람들의 삶은 유사한 부분이 많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똑같은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회, 경제적 배경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사소한 부분은 비슷할지 몰라도 이를 담고 있는 삶의 틀 자체는 모두 다르다. 외모, 체력, 마인드, 경제력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의 현실적 제약과 한계로 인해 결핍된 부분을 브이로그를 통해 채우기도 한다. 권혜리(서강대 사회학/21) 씨는 “타인의 일상을 보면서 내 일상에서 채워지지 못한 욕구와 생활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댓글 중에는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보고 저를 뒤돌아보게 됐어요. ㅠㅠ”, “00 님처럼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싶어요.” 등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주목한 댓글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누적되어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24시간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하지만, 반드시 편집은 존재하고, 표면적으로는 알 수 없는 개인의 성장 배경이 존재한다. 영상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고충과 어려움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일상에 매몰되어 우울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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