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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대한민국 최연소 줄타기 연희자로 알려진 차영현 군이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명단에 올랐다. 3m 상공 외줄과 빙판을 바쁘게 오가며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고 두 영역에서 고루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차 군을 태릉선수촌 실내 빙상장에서 만났다.
2019년 1월 대화중학교 졸업
2019년 3월 화정고등학교 입학 예정
1618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이자 남사당에서 줄타기를 하는 열일곱 살 차영현 입니다.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는 최근에 성적이 향상돼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됐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사당놀이 공연 경력이 있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아버지께서 전통 연희 활동가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공연을 따라다니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줄타기는 여섯 살쯤 처음 시작해서 무대에는 아홉 살에 처음 섰죠.
피겨를 처음 시작한 시기와 이유는요.
5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을 때만 해도 빙판에서 걸음마를 겨우 떼는 수준이었죠. 선수를 해야겠다고 느낀 건 7살 즈음이었어요. 김연아 선배가 TV에 나오는 걸 보고 멋있다고 느껴서 피겨 스케이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피겨를 시작하고 최근까지도 줄타기 공연을 병행해 왔는데 힘들지 않나요.
아직은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가 있어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으니 둘 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요. 최근에는 피겨 연습 비중이 훨씬 크지만 앞으로도 한쪽을 아예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왕 시작한 일이니 모두 즐겁게 하고 싶어요.
피겨스케이팅과 줄타기는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나요.
전통연희 남사당놀이에서 외줄을 타는 사람을 어름사니라고 해요. 3m 높이 줄 위를 걷는 모습이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해서 붙은 별칭이죠. 그런데 피겨스케이팅 역시 얼음 위에서 연기하는 종목이잖아요. 그만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어요. 전통줄타기는 묘기를 부리면서 끊임없이 기술에 대해 소개를 하거나 관객과 소통하지만 스케이트는 말없이 동작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하죠. 공통점으로는 두 종목 모두 종사자가 많지 않습니다. 줄타기는 이름을 내세우며 공연하는 사람이 스무 명이 되지 않고 남자 피겨도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선수들이 채 열 명도 되지 않아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쉽게 그만두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도 느낀답니다.
두 종목 간 시너지 효과가 있나요
피겨는 순위가 정해지는 스포츠인 동시에 예술과 접목돼 있어 경기에 나설 때면 무대에 선다는 느낌이 들어요. 줄타기 공연도 하나의 무대이기 때문에 줄타기를 병행하면서 비슷한 연령대 선수들보다 많은 연기 경험을 가지게 됐죠. 덕분에 관객들 앞에서 부담감과 긴장감이 줄어드는 걸 느낍니다. 줄타기를 하며 생기는 균형감각도 일종의 시너지 효과에요. 넘어질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버티는 요령이 생깁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요.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큰 무대에 나가서 사람들한테 나만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트리플 악셀이나 쿼드러플 등 고난도 점프를 완성해야 합니다. 남자 선수들은 트리플 악셀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실력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위해 어떤 단점을 극복하고 어떤 점을 더 길러야 할까요.
쇼트 경기는 2분 50초에서 3분, 프리 경기는 4분에서 4분 20초 정도 진행됩니다. 그 시간에 집중해서 모든 힘을 쏟아야 하니 체력 소모가 굉장하죠. 점프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체력 훈련도 꾸준히 받아 기초체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점프 난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핀이나 스텝 등 점프 요소도 골고루 연습해서 균형을 맞추는 훈련도 필요하겠죠.
높은 난이도의 동작을 선보이는 것과 가능한 동작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것 중 어떤 스타일의 연기를 선호하나요.
그동안은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선호하고 준비하는 편이었어요. 피겨스케이팅에서 실수 없이 준비된 동작을 마치는 것을 ‘클린(Clean)’이라고 합니다. 이번 2018-2019시즌까지의 목표는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트리플 점프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클린 연기를 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다음 시즌은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점프를 넣은 연기 수행이 목표에요. 어려운 기술을 ‘클린’한다면 더 좋겠지만 우선 서투르더라도 고난이도 기술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싶습니다.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따라가고픈 롤 모델이 있나요.
김연아 선배입니다. 선수 생활이 거듭될수록 더욱 대단해 보여요. 그동안 걸어온 길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짐작이 가거든요. 우리나라에 피겨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욱 없었잖아요. 여러 방면에서 후배 선수들을 지원하는 모습이나 동천 아이스링크에서 장애인 친구들 연습을 돕는 모습도 존경스럽습니다.
차영현 선수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의외로 낯을 좀 가리는 편입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교에 있는 시간이 적고 축구, 농구, PC방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한 공감도 부족해요. 그래도 친구들이 친하게 대해주고 제 경기를 보러와 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처음 2년 정도 쑥스러워하다가 이제 막 친해졌는데 곧 졸업이네요. 초등학교 6년에 비해 중학교 3년은 짧은 것 같아 아쉬워요.
진학 계획은요.
중학교 졸업식은 이미 했고 일산 화정고등학교로 입학할 예정입니다. 체육특기생으로 지역과 상관없이 고등학교를 선택하다보니 중학교 친구들과 떨어져서 서운합니다.
아버지 차창호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이신 아버지는 초급 스케이트 자격증도 가지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려서부터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그리고 그중에서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죠.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가요.
어머니는 아주 여린 감성을 가지고 계세요. 제가 큰 대회에 출전하면 항상 조마조마해 하고 가끔 울기도 하시는 것 같아요. 해외 경기 끝나고 통화하면 목이 잠겨 있는 걸 여러 번 느꼈거든요. 저뿐 아니라 동생들과 아빠까지 든든하게 관리하고 지원해주시니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특별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훈련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연습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죠. 훈련하러 갈 때나 집에 돌아올 때 이동 거리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그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특히 레드벨벳 노래를 좋아해서 즐겨 들어요.
5년 후와 10년 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5년 후면 2024년이네요. 그땐 저도 성인이고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겠죠. 남자 선수가 스무 살이 넘으면 또 다른 전성기가 시작됩니다. 큰 무대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됐을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10년 후쯤에는 피겨 선수로서는 은퇴할 나이입니다.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피겨스케이팅을 계속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선수로서만 피겨스케이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지도자, 안무가, 해설위원처럼 연계된 직업들이 있으니까요.
전통연희 쪽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나요.
피겨스케이팅은 관객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관람하지만 줄타기 공연은 야외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줄타기 공연도 충분히 찾아 볼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다고 자신합니다. 앞으로 전통연희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서 사람들이 찾아와 관람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1618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적성에 맞는 길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에는 선택한 길을 걸으며 즐겁게 노력한다면 후회가 없지 않을까요?
hyuk@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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