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사고 파는 '강의 매매' 논란… 대안에 골머리 앓는 대학

입력 2019-03-28 16:43  




△강의를 듣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한국경제DB(해당 기사와 무관)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나혜원 대학생 기자] 대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를 사고파는 ‘강의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희대학교는 강의 매매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수강신청에 ‘취소-신청 지연제’를 도입했다. ‘취소-신청 지연제’란 정원이 모두 찬 강좌에 잔여석이 발생하면 잔여석 생성과 수강신청 가능 시간 간 1시간가량의 시간차를 두는 방식이다. 강좌의 잔여석이 생성됨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잔여석 수와 신청 가능 시간정보를 제공,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지정된 시간에 생성된 잔여석에 대해서만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취소-신청 지연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도입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수강 신청에 오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고, 학생들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가영(경희대 3, 가명) 씨는 “기존에는 강의 잔여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강신청 사이트에 계속 접속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었는데, 제도 도입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강의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는 학생들도 많다. 지금까지는 강의 매매를 하려는 일부 학생들이 강의를 취소한 후 바로 거래가 이뤄져왔지만, 이제는 1시간의 시간차가 있어 매매 방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강신청을 위해 대학생들로 가득 찬 PC방. (사진=나혜원 대학생 기자)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일부 학생들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면 수강 신청에 성공할 수 있던 예전 방식에 비해, 모두에게 잔여석이 공개되고 동일한 시각에 같은 방식으로 신청하는 방법은 오히려 수강 신청의 경쟁률만 높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또 강의 매매를 막는 것 자체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도 있다. 유나래(경희대 2, 가명) 씨는 “강의 매매를 통해 강의를 사려는 사람은 잔여석을 확인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고, 강의를 팔려는 사람 또한 금전적 이익을 얻어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 이를 막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또 수강 신청 간격이 10분인 이 제도로 인해 10분마다 수강신청을 새롭게 하고, 이에 능하지 않은 학생은 이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경희대생은 “원하는 강의를 잡으려고 다른 강의를 포기했다가 원하는 강의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차선이었던 강의마저도 듣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강의를 추가하려면 수강 학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차선으로 신청해 놓았던 강의를 버려야 하는데, 지연 시간이 생기면 내가 버린 강의조차 바로 줍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이 더 커져 학생들이 강의 포기를 잘 하지 않는 문제점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앞서 도입됐던 ‘대기 순번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희대는 2017년 1학기에 ‘대기 순번제’를 도입했다. 대기 순번제는 강좌의 수강 가능 인원이 모두 채워진 이후에 그 과목의 수강을 희망하는 자가 대기 신청을 해 놓는 경우, 기존 수강신청자가 이탈하는 대로 대기 순번에 따라 자동으로 수강 신청이 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기존에 신청해놓은 강의를 잘 포기하지 않아 강의 순환이 잘되지 않는 단점 때문에 곧바로 폐지됐다. 

이처럼 학생들이 강의 포기를 주저하게 되면 수강신청과 철회의 순환이 잘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강의를 수강하게 되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 대학의 목적인 학습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경희대 수강신청 캡처 화면. (사진=나혜원 대학생 기자)

공평하고 공정한 수강신청을 위해 학교와 학생이 함께 고민해야

대학생들에게 하나의 강의는 매우 소중하다. 단순히 편안한 학교생활을 위한 시간표를 짜느냐, 학점을 잘 주는 편안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졸업에 꼭 필요한 전공과목 및 기타 필수 교양을 들어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마다 수강신청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은 지속돼오고 있다. 학교 측에서도 이를 해결하고자 ‘대기 순번제’나 ‘취소-신청 지연제’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학생들이 공평하고 공정한 강의 수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이 정착되고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생들도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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