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2003년 겨울, 일반고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난 후에 전공 교과목을 많이 가르치고 싶다는 아쉬움 때문에 현재 재직 중인 학교로 적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교장 선생님을 포함해 많은 분이 붙잡으셨지만 나름 확고한 의지가 있어 사양하고 학생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그런데 1년간 사제의 정을 돈독히 가졌던 한 학생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p >“선생님. 혹시 학교 옮기시는 결정을 무르면 안 돼요? 그 학교 학생들은 가방에 흉기를 들고 다닐 정도로 무섭대요”
<p >그 학생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침 교생 실습을 나갔던 학교였기에 잘 알고 있어 그 학생에게 차분하게 안심의 말을 건넸다.
<p >“선생님이 그 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해봐서 아는데 그런 친구들은 없었단다. 네가 가진 생각은 편견에서 비롯된 거야”
<p >그로부터 1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 그 학생과의 대화를 잊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나는 그런 선입견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특성화고 신입생을 모집하는 시기가 되면 문득 ‘그때 그 학교에 있었더라면 이런 고민은 안 하고 살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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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교사와 학부모부터 편견 깨뜨려야
<p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는 511개, 학생 수는 26만7535명이다. 절대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특성화고는 공부를 못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다니는 그런 학교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p >심지어 중학교에서 학생 진로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마저도 특성화고에 가려는 학생들을 성적으로 분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p >특성화고 교사로서 주위 학부모들에게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대해 설명하고 이런저런 장점이 있다고 말해줘도 “좋은 것은 알겠는데 내 아이는…”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일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제외하면 수준이 낮은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그 아이들과 어울리면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학부모가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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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특성화고 입학한 딸과의 약속
<p >올해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딸을 서울 특성화고에 입학시켰다. 주위에서는 잘했다는 말보다 의외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그래도 중학교 들어가자마자 아이와 진로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의했고, 아이도 최종적으로 특성화고 입학을 결정했기에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새벽같이 일어나 1시간 30분 거리의 학교에 가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p >하지만 특성화고에 원서를 접수하며 했던 딸아이와의 약속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빠는 특성화고 교사로서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할 테니 우리 딸은 특성화고 학생으로서 사회의 편견을 깨주었으면 좋겠다’는 약속이다.
<p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구실을 못 하고 살 것 같은 불안감, 대학 나온 사람들에게 승진 등에서 밀릴 것 같은 불안감, 대학이 배우자의 수준을 결정해 준다는 기대감, 다들 가는 대학을 왜 안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들이 과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상황과 맞는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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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학벌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위해
<p >오늘도 특성화고를 졸업한 많은 졸업생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 하루하루를 힘들지만 주어진 일,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의 힘은 미약하지만 언젠가 우리 사회가 특성화고를 졸업한 친구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버리는 그 날이 올 수 있도록 작은 울림을 시작해 보려 한다.
<p >특성화고를 졸업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의 진로 문제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방법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소질을 일찌감치 계발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빠르게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그것으로 특성화고의 역할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제까지 들었던 특성화고에 대한 그 많은 편견의 말들이 우리 이후 세대에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p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능력이 ‘대학’이라는 학벌로서 평가받는 시시한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나만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당당하고 멋진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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